“롯데가 우리 과자 베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5.02.0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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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글리코, 지난해 11월 한국 법원에 소송

롯데제과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제과업체 ‘에자키 글리코’는 자사 제품인 ‘바통도르’와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가 흡사하다며 2014년 11월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바통도르’는 글리코가 2012년 출시한 일명 ‘초코 막대과자’ 프리미엄 버전이다. 일본 오사카의 명물로 우메다 백화점 등 한정된 곳에서만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빼빼로 프리미어는 롯데제과가 2014년 빼빼로데이를 겨냥해 출시했던 기획 상품이다. 

글리코가 지적한 것은 제품 포장 디자인이다. 실제로 두 제품은 비슷한 면이 많다. 빼빼로 프리미어와 바통도르 상자는 둘 다 수직 상자로, 전면 흰 바탕에 막대과자 이미지가 들어가 있고 제품명이 그 위에 적혀 있다. 주목할 곳은 옆면이다. 옆면에는 색상이 들어가 있는데, 한쪽을 곡선으로 만들어 전면이 곡면을 이루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직육면체 형태를 사용하는 과자 상자와는 차별화된 디자인이다. 글리코는 2012년 이 제품을 발매하면서 한국에서도 이 상자 모양의 의장권(제품의 독창적 외관 디자인을 등록해 독점적으로 제작·사용·판매할 권리)을 취득했기 때문에 빼빼로 프리미어가 무단으로 디자인을 사용한 것이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4년 11월, 제품 회수를 요구하는 경고문을 롯데제과 측에 제출했는데 롯데제과 측의 대응이 불충분했다고 판단했고, 결국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글리코 관계자는 “11월6일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구윤성·글리코 홈페이지 캡쳐 ⓒ 시사저널 구윤성·롯데제과 홈페이지 캡쳐 ⓒ 각사 홈페이지 캡쳐
글리코-롯데제과 ‘빼빼로데이’도 논란

롯데제과 측 설명은 다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제과에서 만드는 ‘빼빼로’와 달리, 2014년 기획 상품으로 출시된 빼빼로 프리미어는 롯데제과와 계약한 외주업체가 만든 제품이다. 이 외주업체가 2003년 이미 해당 디자인 의장권 등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상자는 어디서나 쓰일 수 있는 범용적인 디자인이다. ‘길리안’ ‘씬(thin)’이라는 제품에도 유사한 곡면 디자인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육면체이거나 직육면체가 아닌 모양의 상자는 대량 운반과 상품 유통에 용이하지 않아 해당 포장을 사용한 빼빼로 프리미어는 더 이상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과자업계의 특성상 ‘모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상품을 기획할 때 해외 시장조사를 하기 때문에 제과 제품의 형태나 포장이 비슷해질 수 있고, 특히 어떤 과자는 한 가지 형태로밖에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엄마손파이’의 경우다. 일본 후지야가 1968년 출시한 ‘홈파이’와 롯데제과가 1993년 출시한 ‘엄마손파이’도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모양, 개별 포장 방식, 맛 등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엄마손파이와 같은 파이류 과자는 재료를 겹겹이 쌓아서 만드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동일한 형태로 (과자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본 후지야는 “홈파이와 비슷한 과자가 발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같은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겉모습이 비슷할 수 있다. 롯데제과에 제품 회수를 요구하는 등 소송을 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 모리나가의 ‘파쿤초’와 ‘칸쵸’가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롯데제과 측은 “과자 속에 초콜릿이 들어 있는 것은 보편적인 형태다. 국내와 해외에도 유사한 모양의 과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글리코와 롯데 간 표절 논란은 오래된 일이다. 글리코가 1966년 출시한 ‘포키’와 롯데제과가 1983년 출시한 ‘빼빼로’가 그 시초다. 막대과자에 초콜릿을 입힌 형태, 납작한 직육면체 상자와 빨간 바탕에 과자를 그려 넣은 이미지가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해태제과가 글리코와 기술을 제휴해 ‘해태 글리코’의 ‘포키’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제과 측 “글리코의 노이즈 마케팅”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빼빼로데이 문화도 “상품 판매를 위해 일본에서 베낀 기념일 전략이자 상술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다. 그러나 빼빼로데이는 한국이 먼저였다. 1990년대 초반 경남 지방 여중생들 사이에서 시작된 ‘빼빼로 주고받기’ 문화가 수도권에 상륙하고 유명해진 뒤, 1999년 일본에서 ‘포키&프리츠데이’를 출시했다. 일명 일본의 ‘포키데이’다. 포키데이는 기념일 등록 제도를 통해 ‘기념일협회’의 인정을 받은 기념일 중 하나다.

롯데제과 측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는 글리코가 빼빼로 프리미어에 대해 제소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만약 제품이나 포장의 유사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면 1983년 빼빼로가 출시됐을 때 했어야지, 지금 와서 갑자기 소송을 제기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글리코의 ‘바통도르’는 일본에서도 특정한 곳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서의 의장권 등록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등록을 한 점, 오랫동안 판매된 빼빼로가 아닌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빼빼로 프리미어’라는 기획 상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점으로 미뤄보면 한국에서 바통도르 또는 유사한 다른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의 ‘주 셰프의 치즈콤보’ 역시 글리코 제품 모방 논란이 있었다. 글리코가 2008년 2월부터 판매한 ‘Cheeza’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맥주와 잘 어울리는 과자’로 만들어진 ‘주 셰프의 치즈콤보’ 출시일은 2013년 6월로 이태원 ‘핫토리키친’ 손지영 셰프의 레시피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딩 파우치와 포장지 색깔, 과자의 형태까지 유사해 논란을 불렀던 ‘주 셰프의 치즈콤보’는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롯데제과 측은 “젊은 층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과자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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