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김정은, 서로 ‘구걸’했다고 난타전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2.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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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 요구” 북측 “통치 위기 때마다 손 내밀어”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RHK)에 대한 파장이 남북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2월5일 이 전 대통령이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남북 비사’를 공개한 것을 거론하며 격한 어조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대남 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북한이 2009년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며 그 대가로 쌀과 거액의 자금을 요구했다’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오히려) 이명박 역도는 집권 기간 통치 위기가 격화될 때마다 그(남북회담)에서 출로를 찾아보려고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특사 파견’이니, ‘정상회담’이니 하는 것을 구걸해왔으며 그때마다 큰 선심이라도 쓸 것처럼 놀아댔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남북 관계가 경색됐다는 것에 대해 회고록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시간>에서 “햇볕정책에 익숙했던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해왔다. 그로 인해 남북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일부 국내 언론들은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고 있었다. 우리 정부가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했기에 남북 관계가 경색됐다는 오해였다”고 밝혔다. 또 “북한 정권이 우리 정부의 선의를 악용하면서 햇볕정책의 의미는 퇴색됐다.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이 옷을 두껍게 껴입고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그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김대중 정권부터 추진돼온 햇볕정책을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5·24 조치로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시켰다. ⓒ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출간된 <MB의 비용>(알마)에서는 MB 정권 시절을 ‘남북 관계, 잃어버린 5년’이라고 명명하고 MB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히 비판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MB의 비용>은 유종일·박창근 교수 등 정치·경제·사회 각계 전문가 16인으로 구성된 집필진이 MB 정부 5년의 정책들에 대해 비판한 책이다. 이 책에서 대북정책 부문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김연철 인제대 교수의 대담 형식으로 기술돼 있다.

“6개월 안에 북한 무릎 꿇린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아예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MB 정부는 ‘남북 관계 안 하면 어떠냐. 어설프게 해서 지지 세력 흩어지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남북 관계 중단하더라도 지지 세력 결집 통해 5년 동안 힘 있게 권력을 행사하자’는 계산이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고, 김 교수 역시 “실제 MB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들 중 일부는 남북 관계 개선 안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을 때도 MB 정부에서는 이산가족 안 만나도 상관없다는 식의 시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남북 경제 협력이 중단된 것도 이 전 대통령의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MB 정부 집권 1년 차인 2008년 하반기부터 남북 민간 교류가 굉장히 위축되고 있었다. 이때부터 정부가 방북 승인을 굉장히 엄격하게 하면서 대체로 민간교류가 중단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 역시 “MB 정부 초기 청와대 모 비서관이 통일부에 와서 6개월 안에 북한을 무릎 꿇린다고 공언했던 것을 보면 5·24 조치와 같은 대북정책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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