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폭탄에 50대가 ‘집’을 나가다
  •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5.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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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탄생 일등공신 50대의 반란…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이 결정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이른바 ‘집토끼’의 한 축이던 50대층이 집을 나갔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리얼미터 주간 집계에서 취임 이후 최저점으로 떨어진 2015년 1월 넷째 주의 긍정 평가는 32.2%였는데, 그중 50대 연령층은 43.2%의 긍정 평가, 50.1%의 부정 평가를 보였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7%포인트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로 비교적 고공비행을 하던 지난해 11월 말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긍정 평가 64.4%, 부정 평가 27.1%로, 긍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인구 고령화에 따라 50대 이상 연령층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표심으로서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거기다 투표율도 40대 이하 연령대에 비해 훨씬 높다. 2012년 대선에서 50대 유권자의 투표율은 82.0%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의 투표율도 80.9%였고, 이들 표심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28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영화 을 관람하기에 앞서 배우 황정민(오른쪽), 감독 윤제균과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50대가 40대 이하 연령층과 뜻 같이해

지난해 6월4일 치러진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50대의 비중은 지난 대선 당시 19.2%보다도 늘어난 19.5%고, 60대 이상도 20.8%에서 21.2%로 늘어났다. 국민 10명 중 4명이 5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점유율도 많은 연령대가 투표율도 높으니,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당선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난 대선 당시 50대 이상의 투표 성향을 살펴보자. 리얼미터가 지난 대선 때 JTBC와 함께 실시한 대선 예측조사 결과를 보면, 50대는 62.9%가 박 후보에게, 60대 이상은 74.4%가 박 후보에게 각각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50대에서 36.7%, 60대 이상에서 25.1%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무렵 박 대통령 지지율이 50% 선을 유지할 때만 해도 50대의 지지율은 지난 대선 당시의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국정 동력의 한 축이 되었는데, 그런 50대가 집을 나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집권 초반 지지율이 어느덧 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처지가 되었고, 지금 30%대도 위태로운 지경이다. 집권 3년 차 1분기에 지지율이 30%를 밑돈 것은 그동안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초 잠시 20%대 지지율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3년 차 1분기에는 오히려 지지율이 30%를 웃돌았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왜 하락했을까. 곡선 하락에는 최근 두 번의 커다란 변곡점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지난해 12월 있었던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이었고, 두 번째는 올 1월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이었다. 첫 번째 파고에 40% 선이 무너졌고, 두 번째 파고에 30% 선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첫 번째 파고가 있던 12월 둘째 주에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9.7%로 하락했는데, 당시만 해도 50대 연령층은 55.3%의 긍정 평가, 38.1%의 부정 평가로 긍정 평가가 17%포인트가량 높았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표현대로 역시 50대가 지지율을 받쳐주면서 12월 말이 되자 40%대 중반으로 국정 수행 지지도가 회복됐다. 옐로카드(yellow card)는 날렸지만, 집을 나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말정산 세금 폭탄 이슈는 달랐다. 굳이 이분법적 편 가르기를 한다면, 50대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떨어져 나와, 40대 이하 연령층과 뜻을 같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가장 비판적인 연령대는 30대로 무려 77.5%의 부정 평가를 내려 긍정 평가보다 60.7%포인트 높게 나타났고, 그다음이 20대, 40대 순으로 부정 평가가 많았다. 그 대열에 50대가 합류한 것이다.

담뱃값 인상 때부터 지지층 균열이 생겼는데, 유리지갑에서 적지 않은 돈이 또 추가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자영업을 하고 있는 50대 연령층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지난 대선 득표율 51.6%를 얻었을 때의 지지층을 복원하려면 적어도 40대는 긍·부정 평가가 박빙 열세여야 하고, 50대부터는 긍정 평가가 60% 이상을 회복해야 하는데, 지금은 40%대로 하락했으니,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고는 지금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취임 2주년과 4월 재·보선이 회복 기회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다는 응답자층도 55.1%만이 현재 긍정 평가를 하고 있고, 나머지 38%는 부정 평가로 돌아선 것도, 이념 성향별로 보수층의 56.7%만이 긍정 평가를 하는 것도 세금 폭탄 논란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두 계층 모두 70% 이상의 지지를 보냈던 계층인데, 20%포인트가량이 증발한 것이다.

두 번의 파고를 넘기며 휘청거린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단기적으로 회복할 기회가 두 번 있는데, 하나는 2월 말 취임 2주년 기념일이고, 다른 하나는 4월 말 재·보궐 선거다. 취임 2주년을 지나 3년 차로 접어들며 인적 쇄신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경우 30%대 중·후반으로 도약할 것이고, 4월 말 재·보궐 선거에서 3석의 의석 중 1석 이상 여당이 승리할 경우 40%대 회복도 가능하다.

과연 박 대통령은 당장 다가올 첫 번째 기회를 잘 살릴 수 있을까. 김무성-유승민 투톱 체제로 대변되는 ‘비박(근혜)’ 여당의 쇄신 분위기와 함께 2월 중 있을 청와대 인적 쇄신의 폭과 내용에 그래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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