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급습, 금융귀족에 대한 경고?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5.02.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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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막대한 부 축적한 태자당·상하이방 겨냥설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은 밤잠을 설쳐야 했다. 1월28일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타오바오(淘寶)의 가짜 상품 유통과 직원들의 뇌물 수수 등을 지적하는 백서를 발간했기 때문이다. 공상총국은 백서를 통해 “타오바오에서 짝퉁 옷·핸드백·술뿐만 아니라 무기 같은 금지 품목까지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지난해 7월 알리바바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알리바바에 대한 행정지도사업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당시 공상총국은 조사 후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는 점을 고려해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 백서에 날아간 알리바바 36조원

백서는 알리바바 직원들 사이에 광범위한 부정부패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도 폭로했다. 알리바바 직원들이 검색어 순서를 올려주거나 광고를 좋은 곳에 배치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상품 판매자들에게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또한 판매자들에게 돈을 받은 탓에 허위·과장 광고나 판매량을 부풀리는 허위 거래를 단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대표적인 민간 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해 백서까지 내면서 비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 속에 펼쳐진 ‘짝퉁 전쟁’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오른쪽)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 AFP 연합·Xinhua 연합
백서는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당장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백서가 공개된 당일 알리바바 주가는 4.36% 하락했다. 다음 날에는 무려 8.7%나 급락한 9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 상장 이래 최대의 하락 폭이자, 10월 말 이래 가장 낮은 주가다. 다행히 하락세는 멈췄지만, 불과 이틀 사이에 시가총액이 330억 달러(약 36조원)나 사라졌다.

타오바오가 짝퉁 천국이라는 사실은 중국인들조차 공인하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는 “타오바오에서 팔리는 상품의 10분의 1만 정품, 나머지는 모두 짝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신뢰도가 낮았다. 오픈마켓의 특성상 위조 상품이 팔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타오바오는 그 정도가 심했다. 알리바바도 이런 타오바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수년간 가짜 상품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0년에는 짝퉁을 원천 봉쇄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오픈마켓인 티몰(天猫)을 개설했다. 2012년에는 티몰을 타오바오에서 아예 분리해 차별화를 꾀했다. 마 회장은 “2000명의 직원이 타오바오에서 가짜 상품 감시와 통제 업무에 종사하면서 소비자들의 이의제기에 대응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위조 상품으로 문제를 일으킨 400여 명을 감옥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마 회장의 호언장담과 달리 타오바오에는 여전히 짝퉁이 범람하고 있다. 소비자협회와 공상총국이 지난해 타오바오와 티몰을 포함해 징둥상청(京東商城), 쥐메이유핀(聚美優品) 등 9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92차례 표본 조사한 결과가 1월23일 발표됐다. 여기서 무려 58.7%에 달하는 상품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됐다. 특히 타오바오의 정품 판매율은 37.25%에 불과했다.

이 결과가 발표된 직후 타오바오의 한 직원은 타오바오의 공식 웨이보(微博)에 공상총국 책임자를 성토하는 서한을 공개적으로 올렸다. 이 직원은 공상총국 류훙량(劉紅亮) 시장규범관리국장을 지목하며 “당신은 규정을 어겼다. 편파 판정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1월29일 차이총신(蔡崇信) 알리바바 부회장은 실적보고회에서 “백서의 발표 방식에 잘못된 점이 많고 알리바바에 매우 불공평했다”며 “공상총국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가 정부 당국에 도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중국인들은 마윈 회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했다. 하지만 1월30일 마 회장은 베이징으로 날아가 장마오(張茅) 공상총국 국장을 방문해 “앞으로 정부에 적극 협조하며 자금과 기술을 투입해 위조 상품을 적발하고 감시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차이 부회장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 회장이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는 알리바바의 성공 과정에 공산당 고위 간부 자제들, 즉 ‘태자당’과의 관계가 작동했다는 추정이 깔려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등에 알리바바 주식을 양도하고 거액의 상장 이익을 나누었다는 미확인 정보가 시장에 나돌기도 했다. 

“고위층 자제들, 알리바바로 큰 수익”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는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할 경우 태자당 일원들이 부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9월 알리바바는 미국 인터넷 기업인 야후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식의 절반을 76억 달러에 재매입했다.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자사 주식을 매각했는데 이 지분을 가져간 것이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손자인 장즈청이 운영하는 보위캐피털, 허궈창 전 상무위원의 아들이 근무하는 CDB캐피털,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인 원윈쑹이 임원으로 있는 뉴호라이즌캐피털 등 고위층 자제가 속한 사모펀드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는 시진핑의 칼날이 이들을 겨눈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홍콩과 중화권 매체들의 시선 역시 중국 정부가 마 회장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장쩌민 전 주석이 중심이 된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관료 출신)과 현 지도부의 갈등을 원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상하이 인근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는 상하이방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과 무관한 억측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알리바바는 바이두(百度), 텐센트(騰訊)와 더불어 중국 IT산업을 지탱하는 3대 기업이다. 이들의 맹활약 덕분에 중국은 자국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런데 알리바바가 보여온 행적은 바이두나 텐센트와는 조금 다르다. 바이두의 성장은 검색 시장을 끊임없이 간섭했던 중국 정부와 이를 견디지 못한 구글이 철수했기에 가능했다. 텐센트도 중국 정부가 해외 온라인 및 모바일메신저의 접속을 수시로 통제하면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 알짜 계열사 주인은 중국 고위층”

이에 반해 알리바바는 중국에 진출했던 미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정면 대결을 펼쳤다. 마 회장은 “우리는 양쯔 강(長江)의 악어다. 바다에서 싸우면 지지만 강에선 우리가 이긴다”며 중국 실정에 알맞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아마존과 이베이는 결국 알리바바와의 전쟁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철수했다. 중국 인터넷의 신화인 알리바바를 중국 정부가 짓밟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중국 고위층들은 알리바바의 알짜배기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중국 고위 관리 25명이 즈푸바오(支付寶)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쉰은 “전 샹화이청(項懷誠) 재정부장, 전 다이상룽(戴相龍) 인민은행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샹푸린(尙福林) 은행감독위원회 주석 등 전·현직 금융 부서 고위 관리들인 ‘금융귀족’이 즈푸바오의 실제 대주주”라고 폭로했다. 즈푸바오는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의 49%를 점유하고 있는 제3자 보증결제업체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전자결제 대신 보증결제업체에 돈을 적립해두고 상품 대금을 치르는 게 유행이다. 즈푸바오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3년 6월 사용자의 투자를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온라인 펀드 위어바오(余額寶)를 내놓아 공전의 히트를 쳤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 및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업무도 개시했다.

보쉰은 “금융귀족의 비호 아래 마윈은 알리바바의 핵심 자산을 즈푸바오로 옮겼다”며 “현재 마윈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인터넷은행은 금융귀족의 지원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진위 여부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최고위층과의 관시(關係)가 있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중국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다. 금융귀족의 비호를 받고 있는 알리바바, 최근 겪는 어려움은 위기가 아닌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권력과 부 누리는 혁명의 후손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 칼날에 모두들 잔뜩 몸을 사리고 있는 이때도 고위 관료 자제들만큼은 여전히 질주 중이다.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쪽은 사모펀드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2007년 뉴호라이즌캐피털(新天域資本)을 설립해 수억 달러를 운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인 장즈청(江志成)은 2011년 홍콩에서 보위캐피털 설립에 참여했는데 이 회사는 알리바바가 상장을 하면서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보위캐피털은 설립 1년 만에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과 상하이 국제공항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회사인 선라이즈 면세점 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해 펀딩을 받아 8000만 달러(약 829억원)를 투자했다. 선라이즈의 기업 가치가 오르면서 이미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프리 리는 리루이환(李瑞環) 전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아들인데 GL차이나 오퍼튜니티 펀드라는 사모펀드를 설립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장인 류윈산(劉雲山)의 아들 류러페이도 시틱 사모펀드매니지먼트를 운용하고 있는데 보유 자금이 1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지도층 자녀들은 일찌감치 미국 월스트리트(월가)의 표적이 됐다. 중국 기업들의 IPO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생긴 일이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의 상장을 담당하는 주관사는 업계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이익을 챙긴다. 상장으로 얻는 이익의 10%에 증자와 인수·합병, 각종 자문 등 천문학적인 이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에 관여하는 태자당(중국 고위 관료들의 자제) 인사들 중에는 자연스럽게 월가 출신이 많다. 장즈청은 골드먼삭스에 몸담았고 우방궈 전 중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의 사위인 펑사오둥은 메릴린치에 근무했다. 월가에서 빠져나온 후 이들이 주도한 사모펀드에는 태자당과 관련이 있거나 인연을 맺으려는 자본이 몰려든다. 대를 이어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는 이들 ‘홍색 귀족(Red Nobility)’을 시 주석이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마오쩌둥 혁명의 후손들인 이들은 시 주석의 지지 기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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