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은 지난해 8월 미군부대 공급용 국산 면세담배 불법 유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전국의 미군부대를 전격 압수수색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국산 면세담배가 시중에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을 역추적해 보도한 바 있다(2014년 8월23일자, ‘면세담배 불법 유통 ‘큰 업자’들이 컨테이너에 보관하다 남대문에 넘겨’ 기사 참조). 서울 탑골공원 노인들 사이에서 면세담배 판매처로 통하는 동대문구 신설동 풍물시장과 이를 도매로 판매하는 남대문시장을 거슬러, 대량 구매도 가능하다는 미군부대 내 스낵바(PX)에 이르는 유통 경로를 밝혀냈다. 보도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 국산 면세담배의 블랙마켓은 과연 없어졌을까. 시사저널 취재진은 2월5일 다시 한 번 신설동 풍물시장을 찾았다.
풍물시장은 변한 게 없었다(흘러나오는 뽕짝 노랫가락, 시끌벅적한 흥정 소리). 기자는 지난해 8월 면세담배를 구입했던 곳으로 갔다. 매대에 각종 수입 비타민 등을 잔뜩 쌓아놓은 것도, 60대로 보이는 상점 주인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면세담배는 없었다. “에쎄 주세요”라는 기자의 말에 상인은 “작년에 대대적인 단속으로 업자들이 다 벌금을 때려맞아 물건을 안 푼다. 팔려고 해도 물건이 없다”고 했다. 기자가 돌아서려고 하자 상인이 한마디 툭 던졌다. “3개월쯤 후에 다시 와. 한 보루(10갑)당 3만5000원 정도 할 거야.”
지난해 8월 시사저널 취재팀은 풍물시장에서 면세담배(에쎄) 한 보루를 2만원에 살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5개월 만에 무려 1만5000원이나 올랐다는 얘기다. 시중에 정상 유통되는 보루당 담배 판매가격과의 차이도 지난해 5000원에서 올해는 1만원으로 더 커졌다. 면세담배 불법 유통업자들의 잇속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만 가기를 기다리는 블랙마켓 시장
남대문 도매시장에서 면세담배 불법 거래처로 지목된 상가에서는 아예 담배를 팔지 않았다. 언뜻 보기엔 정부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면세담배 블랙마켓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팔지 않은 지 1~2주 됐다고 상인은 전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일본 등 수입산 담배를 매대에 깔아놓고 면세담배를 매대 아래에서 몰래 팔던 곳이었다.
인근 상가 상인 말을 들으니 담배 물량이 없다는 업자의 말은 사실인 듯했다. 인근 상인은 “미군 PX(스낵바)에서 물건을 안 푸나 봐. 상인들끼리는 웬만하면 주는데 우리 아들 것도 못 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주쯤 한 번 더 와보라고 하대”라고 귀띔했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블랙마켓은 사라지기는커녕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담뱃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캐나다는 지난 1994년 밀수 담배가 늘어나 담뱃값을 50% 내렸다. 프랑스·영국·싱가포르 등에서도 담배 시장에 밀수·위조 담배가 늘어나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흡연율도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전례를 따라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