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다롄 이미 중국 손에 넘어갔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5.02.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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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원, 14개사 중 6개사 법정관리 승인…‘강덕수 회사’ 등은 대책 없이 방치

STX다롄조선은 2007년 STX그룹이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 시 장흥도에 약 3조원을 투자해 만든 초대형 조선소다. 한때 STX그룹에서 가장 화려한 업적으로 손꼽혔지만 조선업 불황과 함께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2013년 4월부터 조업이 중단된 채 방치돼왔다. 이로 인해 14개 법인으로 구성된 STX다롄조선집단(STX다롄)에 납품해왔던 현지 협력업체의 피해 규모는 1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STX다롄은 50개사가 넘는 협력업체들과 투자금을 쏟아부은 국내외 채권단 사이에서 몸살을 앓아오다 결국 지난해 6월부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STX다롄 소속의 일부 업체만 법정관리 승인을 받아 STX다롄을 둘러싼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해 6월26일 중국 다롄 시 중급 인민법원은 STX다롄 소속의 14개 업체 가운데 STX다롄조선유한공사·STX중공유한공사·STX다롄해양중공유한공사·STX다롄엔진유한공사·STX다롄금속유한공사·STX다롄중형장비유한공사 등 6개 업체만 법정관리 신청(중국법상 ‘중정’) 요구를 승인해줬다. 이후 중국 법원은 6개 업체에 대한 법정관리인을 선임하고 채무 규모와 자산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중륜법률사무소가 법정관리인으로 지정돼 있다. 

2014년 1월10일 중국 다롄 시 장흥도에 위치한 STX다롄 조선소가 가동이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해 채권 신고 단계부터 ‘삐걱’

“법정관리가 개시된 법인은 STX다롄의 14개 법인 가운데 6개뿐이다. 나머지 8개 법인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업체는 현지에서 이른바 ‘강덕수 회사’라 불렸던 대승정공과 대승물류다.”

STX다롄의 현지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STX다롄채권사협의회(다롄채권사협의회)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배관 제작업체인 대승정공과 운송 및 소모품 납품을 담당하는 업체인 대승물류는 조선소 내 거래량이 상당해 STX다롄 내에서도 핵심 업체로 꼽힌다.

이 두 업체가 중국에서 ‘강덕수 회사’로 통했던 것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87.45% 지분을 보유한 (주)포스텍이 두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STX다롄은 대승정공과 대승물류에 상당한 일감을 몰아줬다고 한다. 실제 STX다롄은 중국 법인 500개 업체와 한국 법인 50개 업체를 포함해 총 550개 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470여 개 업체는 대승정공·대승물류를 거쳐 STX다롄과 거래 관계를 트고 있었을 정도다. 

경남 창원시 STX R&D센터에 위치한 포스텍 본사. ⓒ 포스텍 홈페이지 캡처
‘강덕수 회사’ 두 곳은 법정관리 대상 제외

게다가 현재 STX다롄의 회생 절차는 채권 신고 단계에서부터 삐걱대고 있다. 중국 현지의 6개 법인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법정관리인인 베이징중륜법률사무소는 6개 법인의 거래 업체들로부터 채권 신고를 받았다. 채권 신고 기한이 9월 말이었지만 그에 앞서 5월께부터 대승정공과 대승물류 경영진은 물론 대승 소속의 한국인 직원이 모두 중국에서 철수한 상태였다. STX다롄의 채무 규모를 입증할 열쇠를 쥐고 있는 대승정공·대승물류가 채권 신고를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STX다롄의 협력업체들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롄채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승정공과 대승물류도 STX다롄 소속 법인들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 규모가 1000억원대에 달한다. 이걸 제대로 신고해야 대승에 납품한 업체들의 채권도 인정받을 수 있는데 (대승 직원들이 모두 떠나) 대체 누가 채권 신고를 할 수 있겠나. 업체들의 피해 보상을 책임지려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다롄채권사협의회는 대승의 경영진과 모회사인 포스텍 측에 항의하는 한편,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승정공·대승물류의 채권 신고는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대승정공·대승물류 측은 “중국 정부에서 채권 신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진행이 더뎌 보였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승정공·대승물류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지 중국 협력업체들의 물리적 협박이 조여오는 시기였기 때문에 경영진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2013년께 철수하게 됐다. 한국인 직원들은 지난해 5월과 8월쯤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되돌아왔다”며 “중국 다롄 시정부 등에서 대승정공과 대승물류가 STX다롄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대금이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판단해 애초부터 법정관리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승정공과 대승물류는 채권 신고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채권 신고를 마친 대다수 업체는 신고한 대로 인정받았지만 대승정공과 대승물류는 사정이 달랐다는 것이다. 대승정공 관계자는 “지난해 대승정공은 1035억원, 대승물류는 184억원을 신고했지만 대승정공이 신고한 것 중 겨우 6%만 인정해줬다. 법정관리인 측이 자료 보완을 요구하고 있어 변호사와 함께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다롄 6개 업체의 운명은 오는 3월쯤 결정될 예정이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중국 법률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정리가 6개월 내에 마무리돼야 하는데 STX다롄은 워낙 규모가 커 추가로 3개월이 연장됐다”고 밝혔다.

현지 업체 관계자들은 STX다롄은 한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존재가 돼버렸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업체 관계자는 “STX다롄이 중국 정부와 업체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어 채권을 신고해도 대부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채권단 또한 이미 중국 측(다롄 시정부)에 STX다롄에 대한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사실상 STX다롄은 중국 손에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 현지에 남아 있는 한국 업체 수는 채 10곳도 되지 않는다. 어려움을 이야기할 곳도 없다. 중국 법원 등에 호소를 해보고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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