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펀드가 연말정산 땐 ‘대장펀드’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5.02.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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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형 상품 중 환급액 가장 많아 연봉 5000만원 이하 직장인 대상

‘13월의 세금’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다시금 주목받는 상품이 있다. 바로 소득공제 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다. 매달 일정액을 붓거나 연말에 한꺼번에 납입하면 연말정산을 통해 꽤 짭짤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 등 다른 절세형 금융상품이 있지만 소장펀드의 환급액이 가장 많다. 다만 소득공제를 받는 금액에 농어촌특별세(농특세) 20%가 붙는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소장펀드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총 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만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원천징수 영수증이 기준이기 때문에 성과급 등을 합한 총 연봉이 5000만원을 넘더라도 가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각 금융회사에 물어보면 가입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아무래도 가입하는 데 유리하다.

개인사업자 등 자영업자는 가입 자격이 없다. 전년도의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직장인이어야 한다. 지난해 취직한 신입사원이라면 올해부터 소장펀드 가입 자격이 생긴다.

ⓒ cks008@hanmail.net
5년 내 해지하면 불이익 크다

소장펀드의 세제 혜택은 상당히 크다. 연간 600만원(매달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데 이 중 40% 범위에서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소득공제액만 240만원에 달한다. 총 급여액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가 적용받는 세율이 일반적으로 15%란 점을 감안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이 연 36만원(농특세 등 세금을 감안하면 32만원) 정도다. 이 환급액만 따져도 연간 5.4%의 수익률이 나오는 셈이다. 각 펀드가 자체적으로 낼 수 있는 수익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만약 소장펀드의 수익률이 연 10%에 달한다면, 이 수익이 그대로 ‘플러스 알파’가 된다. 국내 주식형펀드를 소장펀드로 선택했다면 수익이 아무리 많이 나도 이자·배당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주식의 자본 차익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면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소장펀드에 가입한 후 급여가 인상돼도 80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소득공제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가입 기간은 5~10년이다. 최장 가입 기간까지 계산하면 최대 11년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소장펀드 가입 대상 상품은 자산 총액의 40% 이상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모든 소장펀드의 이름엔 ‘소득공제’란 표현이 들어간다. 이 문구가 없다면 소장펀드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장펀드에 가입할 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세금 환급액에 대해 20%의 농특세를 내야 한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소득공제를 받는 금액에 대해선 자동으로 농특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런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가 소장펀드에 농특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지난해 9월쯤 파악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소장펀드 가입자들은 세금 환급액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최대 환급액은 연 36만원이 아니라 32만원쯤 된다는 얘기다.

가입한 후 5년 이내에 해지하면 불이익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의무 가입 기간 이전에 해지하면 총 납입액의 6.6%(감면소득세율)가 추징된다. 만약 2000만원을 소장펀드에 넣었다가 중도 해지하면 토해내야 할 세금만 132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처음부터 무리한 금액을 넣기보다 최장 기간 동안 적립식으로 납입하면서 세제 혜택을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소장펀드에 들었다가 적발되면 역시 감면소득세율을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장펀드 가입자는 근로소득 외에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합산되는 별도 소득이 없어야 한다. 다만 금융소득의 경우 2000만원, 기타소득은 300만원 이하의 원천징수로 분리 과세되기 때문에 이 정도 별도 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는다. 금융소득 등이 이 기준액을 넘지만 않으면 소장펀드에 가입한 후 문제 되지 않는다.

수익률 부진…“장기 투자해야”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소장펀드의 수익률은 다소 부진하다. 공모 방식의 국내 주식형 펀드 846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2.84%(2월3일 기준)인데, 총 59개인 소장펀드 수익률은 이보다 낮은 1.95%에 그쳤다. 소장펀드 중 상당수가 1억원 안팎의 소규모 펀드여서 금융사들이 제대로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펀드 규모가 작을 경우 기본적으로 분산 투자를 하기 어려운 데다 펀드를 여러 개 맡고 있는 매니저들이 소홀하기 쉽다”고 말했다. 소장펀드의 지난 6개월간 수익률은 평균 -1.56%로 더욱 좋지 않다. 대표적으로 신한BNPP좋은아침희망소득공제장기전환형펀드(주식형)의 누적 수익률은 -8.10%다. 현대차 등 대형주 비중이 높은 게 원인이다.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소장펀드 중에서 설정 후 수익률이 가장 좋은 펀드는 KB가치배당소득공제전환형펀드(채권 혼합형)이다. 지난해 3월 설정 이후 11.16%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펀드(주식형)의 같은 기간 수익률도 9.21%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신영고배당소득공제펀드(주식형), 미래에셋소득공제장기컨슈머G전환형펀드(주식형), NH-CA하이파이브소득공제펀드(주식 혼합형) 등도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소장펀드의 가입 기간이 최소 5년인 만큼 단기 성과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대형주들이 증시를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면 지금까지 수익률이 부진했던 신한BNPP펀드 등이 ‘백조’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소장펀드와 같은 장기 상품을 고를 때는 운용사가 장기간 운용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 과거 성과가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둬왔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과 채권형 등으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전환형 펀드를 선택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전환형 펀드가 아니라면 처음 가입했던 소장펀드를 중도에 바꿀 수는 없다. 수익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지하거나 납입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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