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증후군’
  • 김재태 | 편집위원 ()
  • 승인 2015.02.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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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얼굴을 마주친 한 회사 후배에게 별 뜻 없이 잘 지내느냐고 안부 인사를 건넸는데 독백을 닮은 뜻밖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 좋은 집도 갖고 싶고, 좋은 차도 갖고 싶고….” 뜬금없는 말을 툭 내던지고 후배는 머쓱한 듯 서둘러 자리를 떠납니다. 그의 걸음은 한숨 같았던 그의 말만큼이나 무겁고, 뒷모습은 더없이 쓸쓸해 보입니다. 축 처진 그의 어깨에서 40대 가장의 고뇌가 전율처럼 전해집니다.

그 후배처럼 지금 40대들이 짊어진 삶은 예전 사람들이 말하던 ‘불혹’의 시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견뎌내기 힘든 유혹이 넘쳐나고 생의 무게를 걸어 결정해야 할 일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전히 좋은 차도 갖고 싶고, 좋은 집도 갖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시기입니다. 그러면서 나이가 주는 중압감 또한 온몸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시기’라고 지칭한 그 40대의 무게가 그만큼 큰 탓입니다.

자식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물질적 지출의 규모도 나날이 늘어가는 40대의 삶은 대부분 팍팍하기 그지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GDP(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예산이 꼴찌이고, 국민행복지수는 34개 국가 중 33위이며, 조세의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 또한 최저치에 머물러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그 모든 영욕을 최일선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사람도 이들입니다. 경제 활동의 중추이면서 그 성패에 따른 행복과 고통을 맨 앞자리에서 맞아야 하는 신세이며, 이번 연말정산 파동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층도 그들입니다.

그런 40대를 가장 크게 짓누르는 것은 아마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감일 것입니다. 남들 사는 것만큼이라도 살아보자는 욕구가 그것을 부추깁니다. 그 나이가 되면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남들의 삶과 곧잘 비교해보게 되고 남들에게 뒤처질까 노심초사합니다.

40대의 힘겨운 삶은 경제 행복지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40대의 경제 행복지수는 전 연령층에서 꼴찌입니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40대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현상은 국가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일어서야 우리 사회도 경제도 함께 일어설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새삼 조명되고 있는 심리학계의 거장 알프레트 아들러는 인간이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를 ‘모두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그런 인정 욕구가 가장 강한 나이가 어쩌면 40대일지 모릅니다. 그들이 진정한 사회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그들에게 행복감을 찾아주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몫입니다. 그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 장애물을 치워주고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도 마찬가지 일입니다. 시사저널이 설 합병호의 커버스토리에서 이 40대들의 삶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명절 연휴에는 저마다 주변에 보이는 40대 가장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 건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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