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에서 5억 뜯어낸 전 세무팀장 구속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2.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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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분식회계 및 국세청 직원 로비 의혹 수사 확대할 듯

검찰은 KT&G를 협박해 5억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로 KT&G 전 세무팀장을 지난 2월4일 구속했다. 2011년까지 KT&G에서 재무실 소속 세무팀장으로 근무했던 이 아무개씨는 “KT&G의 세무 비리를 국세청 측에 제보하겠다”고 회사를 협박해 5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폭로하려고 했던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KT&G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KT&G가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했거나 국세청 직원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2011년 초 재무실장이자 직속상사였던 백 아무개씨와 인사고과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백씨는 이씨에게 인사고과에서 낮은 점수를 줬고 그를 다른 부서로 발령 냈다. 이씨는 이 같은 인사 조치에 반발하며 같은 해 9월 KT&G를 그만뒀다.

KT&G 서울 대치타워 ⓒ 시사저널 이상민
이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 홈페이지 ‘KT&G 신문고’에 “백 아무개씨의 만행을 고발한다”며 백씨에 대한 비난 글을 올렸다. 다른 한편으론 회사 측에 “불이익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KT&G의 세무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문제는 KT&G가 이씨의 요구대로 5억원을 주고 폭로를 무마했다는 점이다.

공갈죄란 ‘사람을 공갈해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죄’로, 실제 돈을 받지 못했으면 공갈미수에 그친다. 따라서 이씨가 공갈죄로 구속됐다는 것은 그가 실제로 돈을 받았던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의미다.

KT&G “검찰 수사 지켜보겠다”

이 같은 사실은 인천지검 외사부에서 KT&G의 불법 면세담배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에 드러났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지난해 6월 말 군납용 면세담배 불법 유출 사건 수사를 위해 사상 최초로 서울 용산을 비롯한 전국의 미군부대와 미군 면세담배 유통 독점권을 가진 상훈유통 본사를 전면 압수수색했고, 이를 시사저널은 단독 보도한 바 있다(본지 2014년 8월23일자 참조).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돈의 흐름을 추적하던 중 5억원이 전직 직원에게 흘러간 단서를 포착했다. 검찰은 면세담배 수사를 마무리한 후 별건으로 수사했고 최근 이씨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씨로부터 그가 재직할 당시 있었던 세무 비리와 관련된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KT&G가 이씨의 협박이 터무니없다고 판단했다면 당시 법적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5억원을 주고 입막음을 시도했던 만큼 이씨의 폭로 내용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개인 간의 거래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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