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리포트] 40대 ‘유리지갑’, 세금 폭탄에 뿔났다
  •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5.02.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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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신 극에 달해…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파동이 결정타

불혹(不惑) 또는 우스갯소리로 부록(附錄)이라고 일컬어지는 40대. 정치권에서는 캐스팅보터(Casting voter)로 불리기도 하는 연령층. 이젠 절반이 50대로 넘어갔지만, 486세대로 대변되는 중추 세대다.

필자도 그 세대 중턱에 포함되는데 최근 주위의 40대 친구들, 선후배들을 만나면 현 정부에 대해 불신과 의혹을 쏟아내는 이가 대다수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연배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말없는 지지자들이 있겠으나 그다지 많지 않고 그것은 리얼미터 정례 조사에서 숫자로 나타난다. 2월 첫째 주 리얼미터 주간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31.8%였는데 40대는 26.8%에 그쳤고, 부정 평가는 68.7%까지 올랐다. 부정 평가에서 20·30대와 그다지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도 새누리당은 29.8%로 20%대로 떨어졌고, 새정치연합이 31.2%로 여당을 앞서고 있다.

2월12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40~50대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불혹 세대, 현 정부 향해 불신과 의혹

지난해 11월만 해도 40대의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41.3%였고, 부정 평가는 52.5%로 과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부정 평가가 많았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의 40대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리얼미터의 대선 당일 예측조사에 따르면 40대는 45.6%가 박근혜 후보를, 53.3%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적어도 4~5명은 우호적인 세력이었는데, 이제 2~3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40대는 무엇에 그리 불신과 의혹이 생긴 것일까. 많은 전문가는 담뱃값 인상부터 시작된 유리지갑 주인들의 분노가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으로 폭발했고 그 중심에 40대가 포진해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갤럽이 1월 마지막 주에 조사한 ‘연말정산’ 관련 여론조사에서, 40대가 가장 부정적인 응답을 한 것을 보면 그러한 진단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연말정산 대상자에게 “귀하는 올해 연말정산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불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40대 응답자의 74%가 불리하다고 응답해 전 연령대 중에서 부정적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은 19%에 불과했다.

그다음이 50대로 68%가 연말정산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은 26%로 나타났다. 30대는 66%가 불리할 것, 21%가 유리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20대는 63%가 불리하고 18%가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세대인 40대와 50대의 ‘연말정산 분노 게이지’가 20~30대에 비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증세와 복지를 두고 당·정·청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그나마 30%대 중반 이상을 유지하던 새누리당 지지율마저 휘청거린다. 물론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일부 하락한 것일 수 있으나, 새로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후 보여준 당·정·청 간 증세 관련 혼선은 성난 40대의 민심에 불을 지폈다.

담뱃값 인상·연말정산 세금 폭탄 폭발

2월 초에 20%대 후반으로 하락했던 40대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2월11일 일간 조사에서는 25.2%까지 추락했다. 형편은 자꾸 어려워지는데 세금 지출이 많아지니 불만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최근 오마이뉴스 의뢰로,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현실성 없는 공약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더니 응답자의 45%가 “증세 없는 복지”라고 응답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 담뱃값 인상 전만 해도 ‘경제민주화’라는 응답이 많았는데,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응답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사는 것도 팍팍한데 연말정산에, 증세에 샐러리맨들의 허리가 휘다 보니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증진 공약과 실천의지 표명에도 많은 국민은 현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현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40대도 86%가 증세를 하고 있다고 응답해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1991년 4월27일 연세대에서 강경대군 사망에 항의하는 대학생들. 이들이 지금은 40대가 됐다. ⓒ 뉴스뱅크이미지
이 와중에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차남이 억대 연봉인데 건강보험료 납부 0원’이라는 야당 의원의 발표가 있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느끼는 40대의 허탈함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들의 한숨은 땅을 꺼지게 하며, 대통령과 여당을 바라보는 눈은 더욱 사시(邪視)로 변한다.

물론 정부·여당의 정책이나 입장이 다소 왜곡되고 과장되게 보도돼 미혹(迷惑)될 수 있다. 하지만 공자가 논어에서 미혹되지 않는다고 일컬은 불혹(不惑) 세대 40대마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토록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 문제를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풀어야 한다. 불혹의 세대라는 40대가 정말 미혹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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