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대해부...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100명 중 TK 24명
  • 이승욱 기자·김지영 인턴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5.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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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와 법조 인맥 넓게 포진…과거 정권과 달라

국정 운영의 핵심은 조화다. 집권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 등 이른바 ‘당·정·청’이 삼위일체로 하모니를 이룰 때 국정 운영이 원활히 수행된다는 얘기다. 집권 여당은 법 재·개정과 예산을 확보하고, 정부는 국가 정책의 기획과 집행을 도맡는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는 국정의 정점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정책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마치 세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와 같이 당·정·청의 조화로운 리듬이 깨지면 국정 운영의 혼선은 불가피하다. 마차를 이끄는 세 말 중 어느 하나라도 과도한 힘을 부리거나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면 마차는 멈추거나 뒤집어진다.

박근혜정부가 2013년 2월 공식 출범한 이후 핵심 권력기관인 청와대는 줄기차게 당·정을 압도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초반이라는 시기적 특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위세는 기존 정권과는 사뭇 달랐다.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는 정부·여당과 조화를 맞추기보다는 힘의 우위를 통해 이들을 압박하고 통제했다. 당내에는 이미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갈 수는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정부 부처 역시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납작 엎드려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관가에서는 “대선 때 약속한 책임총리제는 고사하고 청와대 눈치 보면서 일하는 분위기라도 바꿨으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 연합뉴스
정치인·NGO 출신 줄고, 언론인 출신 늘어

박근혜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으면서 새로운 당·정·청 관계 정립을 요구받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2년 새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비박(非朴)’ 일색으로 변모했다. 지금 당의 핵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비박은 당·청 관계 재설정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 부처 역시 새로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신임 국무총리가 관리형이 아닌 실세형 총리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를 예견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의 청와대 모습을 되돌아보는 게 필요하다. 시사저널은 민주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사람들’을 집중 분석했다.

박근혜정부 집권 3년 차를 맞아 청와대는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을 포함한 특보단이 발표됐고, 곧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 실장의 교체는 상당한 인적 변화를 예고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2년간의 청와대와 달리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는 것일까. 이른바 인적 쇄신을 말한다.

전·현 정부의 수석비서관급 이상 분석 비교

우선 1차적으로 박근혜정부와 전임 두 정권인 노무현 정부(이하 참여정부), 이명박(MB) 정부의 수석비서관급 이상 전·현직 공직자들의 직업군과 출신지 분포를 비교·분석해봤다. 박근혜정부 들어 특히 정치인 출신 인사들의 등용 비중이 적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근혜정부 집권 초반부터 청와대와 정치권의 스킨십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의 청와대 입성 비중이 낮다는 점은 당·청 간 소통 부재의 원인으로 분석될 여지가 있다. 참여정부와 MB 정부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자리에 기용됐던 정치인의 비중은 각각 20%(35명 중 7명)와 20.5%(39명 중 8명)였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지난 2년간 청와대에 수석비서관급 이상으로 입성한 정치권 출신 인사는 12.5%(32명 중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들 중 순수 시민사회 출신 인사는 8.6%(35명 중 3명)였지만 MB 정부 청와대에서는 2.6%(39명 중 1명)로 줄어들었고, 현 정부에서는 전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MB 정부 이후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수석급 이상 기용이 늘어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참여정부 당시 언론인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기자 주석: 임명 직전까지 언론인으로 복무했거나 상당 기간 언론인으로 근무한 사람)가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으로 기용된 경우는 5.7%(35명 중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MB 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는 12.8%(39명 중 5명)와 12.5%(32명 중 4명)로 급증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출신지별로 분석해도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전임 정권과는 일정 정도 차이를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의 청와대 집결이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전·현직 인사들 중 TK 출신 인사 비중은 21.9%(32명 중 7명)로 집계됐다. 참여정부 당시 11.4%(35명 중 4명)였던 게 MB 정부에서 17.9%(39명 중 7명)로 불어났다. 박근혜정부에서는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이다. 반면 호남권 출신 인사는 15.6%(5명)로 나타났다. MB 정부의 10.3%(4명)보다는 늘어났지만 참여정부의 25.7%(9명)보다는 크게 감소한 것이다.

TK 출신, PK와 호남권 등 타 지역 압도

박근혜정부의 청와대에서 TK 인맥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시사저널이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전·현직 인사 102명의 인적 데이터를 중심으로 실시한 2차 분석 결과와도 맞아떨어진다.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급 공직자 102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출생지가 불명확한 2명을 제외한 100명 중 경북이 16명(16%)으로 서울 21명(21%)에 이어 16개 광역시·도(세종은 제외) 중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충남 11명(11%), 강원 9명(9%), 대구·경남이 각각 8명으로 8.2%를 차지했다. 대구와 경북을 합한 TK 출신은 총 24명(24%)으로 인구가 많은 서울과 인천·경기는 물론, 부산·경남(PK)과 호남권을 압도했다. 특히 PK와 호남(11명)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많았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 인맥에 대한 인사 편중이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정부 비서관급 이상 102명 전수조사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전·현직 공직자들의 학맥 구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출신 고교의 경우 대전고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릉고, 경기고, 경복고, 대구 대건고·성광고 출신이 각각 3명이다. 출신 대학을 비교해보면 편중 현상이 심했다. 역시 서울대가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균관대가 9명으로 두 번째였다. 고려대·연세대(8명), 한양대·육사(7명), 경북대(6명) 순이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은 2명에 그쳤다. 특히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이 졸업한 성균관대는 청와대를 포함해 현 정부에서 인사 1순위로 꼽힐 정도로 유달리 주목을 받았다. ‘문고리 3인방’으로 주목받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안봉근 비서관은 대구대 중문학과 출신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학원의 영남대 출신 인사 3명도 청와대에 기용됐던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집권 3년 차를 맞아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우선 김기춘 실장의 교체가 기정사실화하면서 후임 비서실장의 위상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김 실장은 ‘문고리 3인방’과의 알력설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왕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면서 청와대 내부를 장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세형 실장’보다는 ‘관리형 실장’ 기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명재 민정특보 기용은 이러한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TK가 고향(경북 영주)인 이 특보는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 출신이다. 그의 특보 기용은 직책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상징성이 있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비서실장의 경우 관리형을 기용해 당·정·청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실세형이냐, 관리형이냐…후임 비서실장 주목

청와대 비서실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목받는 민정수석실의 우병우 민정수석(사시 29회)도 청와대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TK(경북 봉화) 출신인 우 수석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주임검사로서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정비서관에서 자체 승진한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자 인사 검증과 공직기강 해이 등 집안 단속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고리 3인방’의 퇴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윤회 문건’ 파동의 직격탄을 맞은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인사위원회 배석자에서 제외되는 등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반면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비선 실세 의혹에서 다소 비껴서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외부의 견제를 적게 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청와대 내부에서 비교적 스마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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