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사람만 쓰려다 인사 참사 이어져
  • 유창선 | 시사평론가 ()
  • 승인 2015.02.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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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감 한 명 찾기 힘든 나라…부와 명예 가진 자가 권력까지 탐해서 문제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다시 나라가 떠들썩했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렀던 정치인 출신 후보자이기에 큰 어려움 없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겠느냐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본인과 아들의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의혹, 언론 외압 발언 등 숱한 논란거리들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언론 외압 발언 녹취파일이 야당에 의해 공개되면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절정을 이루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 돌파를 위해 꺼내든 것이 ‘이완구 카드’였다. 그러나 검증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대로 입어 그 효과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반전되어버렸다. 이 후보자에게서 불거진 문제들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국민 정서를 민감하게 자극하는 성격의 것이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투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 매매의 여러 과정들, 그리고 기자들을 회유 혹은 협박이라도 하려는 듯이 쏟아낸 발언들. 이 모두 총리 후보자로서의 부적격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2월10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대한민국에 그렇게 총리감이 없나”

이완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과정은 어쩌면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장면이다. 어디 이 후보자뿐이었던가. 박근혜정부 2년 동안 지명받았던 총리 후보자 가운데 낙마하지 않고 인준을 통과한 사람은 정홍원 총리가 유일하다. 김용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의 병역 면제 논란으로 사퇴했고, 안대희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 후보자는 식민사관과 편향적 이념 논란 속에서 역시 중도 사퇴했다. 이전 정부라고 해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에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독 현 정부 들어서 총리감 기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오죽하면 문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다른 대안을 더 이상 찾지 못한 채 이미 물러나기로 했던 정 총리를 ‘재활용’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겠는가. 이번에 또다시 정 총리가 유임될지 모른다는 농반진반의 얘기들이 시중에서 오가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듣기에는 국가적으로 참담한 얘기다.

총리 후보자를 찾을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은 이렇게 묻는다. 대한민국에 그렇게도 총리감이 없느냐고, 아니 박근혜정부는 그렇게 총리 시킬 사람이 없느냐고. 도대체 총리 후보자마다 이렇게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별  탈 없이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고 국회에서 흔쾌하게 동의를 받을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없는 것인가.

비단 총리 후보자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들 검증 때마다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는 부의 축적 과정에서 있었던 도덕적 하자, 그리고 본인이나 아들의 병역 면제 관련 의혹들이다. 김용준·이완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 그리고 안대희 후보자의 전관예우 논란, 그 밖의 여러 후보자 집안의 병역 면제 의혹이 그것이었다. 물론 논란이 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탈법인 것은 아니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매매의 귀재처럼 비치고 상상을 초월하는 고액 보수를 받은 일들은 국민들에게 정서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병역 문제도 결과적으로 위법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유독 고위 공직자들 집안은 하나같이 병역 면제를 받은 데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고위 공직자로 나서는 인사들이 재산 형성을 하던 시대에는 부동산 투기 행위가 별 문제의식 없이 행해지던 시절이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탈법하지 않고 세금 낼 것 내면서 부동산 매매 등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면 그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부를 축적해온 인사들이 그에 만족하지 않고 정치적 명예와 권력까지도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세상이 그들만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진영 넘어 인재 찾아야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집권하면서 꺼냈던 얘기가 있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갖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이 실제로 이행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당시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메시지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부를 거머쥔 사람들이 명예와 권력까지도 독차지하려는 현상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법적 혹은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들은 공직 같은 데는 욕심을 내지 말고 살아야 세상이 공평해지는 것이거늘, 우리 사회에서 주류적 위치에 있었던 파워엘리트 집단은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독차지하려는 욕심을 내왔던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욕망의 질주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위 공직자 인사 때마다 지금까지 거듭되는 논란은 특정 시기의 특정 인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래 고위 공직자들의 충원에서 정권과의 이념적·정치적 코드가 일치하는지를 우선시하다 보니 특정한 그룹의 사람들이 부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쥐게 되는 현상이 심화되어왔다. 그 결과는 국민과의 정서적 괴리감을 낳았다. 문창극 후보자가 복지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마치 남에게 의존해서 얻어먹으려는 사람 취급을 한 것이나, 이완구 후보자가 언론이 마치 자기 하수인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며 군림하려는 언행을 보인 것이 다 그러한 결과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인사들이 어떻게 국민의 삶과 어려움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높은 자리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개인의 욕망을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한다 해도, 사실 인사권자가 그런 인사를 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일이다. 그런데 평생 살면서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 시대에는 다들 그러지 않았느냐, 그렇게 따지면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 논리 앞에서 인사 난맥은 계속되어왔다. 자기를 지지하던 사람들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진영을 넘어 인재를 찾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청렴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은 내 편 가운데서만 사람을 쓰겠다는 편협한 사고가 이제까지와 같은 인사 참사를 반복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관정요>에는 신하들의 탐욕을 경계하는 태종의 말들이 나온다. 태종이 신하들에게 한 말이다. “새와 물고기가 사람에게 잡히는 것은 모두 먹을 것을 탐하기 때문이라 했소.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은 모두 재물의 이익을 탐하는 데서 비롯되오.” 오늘날에도 탐욕 때문에 결국 죽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들만이 아니라 나라가 함께 죽고 있다. 그렇다면 잘못된 인사로 그들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탕평의 인사를 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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