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열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 철회하라”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2.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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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생·금속노조 항의 시위…마리오아울렛 측 “노조의 일방적 주장”

2015년 2월4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정문 앞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과 서강대생 50여 명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이날 서강대로부터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는 것에 항의하는 회견이었다. 이들은 “홍성열 회장은 노동자를 강제로 해고하고 임금을 체불했다”며 명예박사 수여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학교 안에서도 서강대 학생들이 학위 수여를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기자회견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오후 4시를 전후로 금속노조 조합원과 학생들이 학위 수여식 장소인 이냐시오관 성당으로 향했다. 경찰은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 금속노조 조합원과 학생들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30분간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던 일부 학생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항의하던 금속노조 조합원 한 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주요 언론은 “신유신 시대로 회귀한 것 아니냐”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1980~90년대만 해도 시위 진압이나 수배 중인 학생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경찰이 학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은 “경찰이 학교까지 밀고 들어온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총학생회 차원에서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월4일 서강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맨 왼쪽). 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서강대생과 경찰이 뒤에서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 금속 노동자 김형석
홍성열 회장, 서강대에 2억 기부

이상원 경찰청 차장은 2월9일 정례 간담회에서 “학생 50여 명이 학교 밖에서 집회를 하다가 갑자기 안으로 들어가자 학교 측에서 시설 보호 요청을 했다”며 “학교 안에서 불법 집회를 한 것이기 때문에 (경찰을 투입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의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 수여식도 도마에 올랐다. 서강대가 발행한 <서강대 40년사>에 따르면 2000년까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인사는 모두 35명이다. 1974년 김수환 추기경이 받은 명예 문학박사가 시작이었다. 재계에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조중건 한진그룹 창업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이후에는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과 이명박 전 대통령,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등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성열 회장은 국내 패션산업 발전에 기여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홍 회장은 2001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국내 최초의 도심형 아웃렛인 마리오아울렛 1관을 오픈했다. 2004년 마리오 2관이 들어섰고, 2012년에는 마리오 3관이 개관했다. 마리오아울렛이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는 동대문시장 못지않은 쇼핑 메카로 자리 잡았다. 홍 회장은 2006년과 2007년에 1억원씩 2억원의 장학기금을 서강대에 기부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홍성열 회장의 성공은 기존 대기업의 아웃렛 사업 확장과 차원이 다르다”며 “창업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회장의 다른 모습도 있다. 홍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홍 회장의 성공 신화 이면에 가려진 부당노동행위가 이슈로 떠올랐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마리오아울렛 직원은 2011년 244명에서 2013년 121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5년 이상 근속자 수는 12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4명은 권고사직 통보를 받고 대기발령 중이었다. 정원에 가까운 직원을 퇴사시키고 신규 채용은 최소화한 것이 원인이라고 전 의원은 지적한다.

마리오아울렛은 지난해 10월24일 산자위 소속 의원들에게 ‘중·장기 고용 확대 전략’을 배포했다. 지난 3년간 매장은 두 배로 늘어나고 피고용인 수는 반으로 줄어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수십 명씩 향후 3년간 1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마리오아울렛은 2014년 12월29일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자마자 대기발령 중이던 직원 5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전순옥 의원은 “국회에 고용 대책을 약속하면서 뒤로는 정리해고의 칼을 휘둘렀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에 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조합원과 서강대생이 2월4일 서강대 정문 앞에서 홍성열 회장 학위 수여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 금속 노동자 김형석
임금 체불 관련 소송도 현재 진행형

홍 회장이 시설관리팀 직원들의 연장근로수당 3억6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14년 8월 시정을 지시했지만 마리오아울렛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노동청은 9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마리오아울렛 직원들도 2014년 10월 홍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무혐의로 사건을 처리했지만 민사소송은 진행 중이다. 오는 3월6일 첫 공판이 예정돼 있다. 금속노조 조합원과 서강대생들이 명예박사 학위식에 몰려가 시위를 벌인 이면에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기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기준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마리오아울렛 고위 관계자는 2월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위 수여는) 축제의 장인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것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 창구를 열어놓았지만 노조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지난해 8월 서울지방노동청의 시정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회사 측은 “노조나 노동청의 요구가 무리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며 “국회에 제출한 고용 대책 역시 중·장기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고용 확대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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