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지역 지상군 투입하면 단숨에 초토화”
  • 김원식│미국 통신원 ()
  • 승인 2015.02.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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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전쟁 시뮬레이션…장기전 수렁 빠질 우려도 커

지난해 6월10일 열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초비상이었다. 알카에다에 대응하는 신생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단지 이들이 모술을 점령했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불과 5일 전에 시리아의 라카를 점령하고 있던 ISIL이 모술 지역으로 공격을 개시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올 때만 해도 NSC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1000여 명에 불과한 무장 세력은 점점 커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라크 정규군이 모술에 포진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 여러 지원책을 실행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불과 5일 만에 모술이 함락됐다. 이라크 정규군이 전투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항복했다는 점은 충격이었다. 부패한 이라크군 덕에 창고에 있어야 할 군수 물자는 사라졌고, ISIL이 진격하자 그들의 잔혹한 처형에 겁먹은 병사들은 모두 도망갔다. 미국이 제공한 모술의 지원 물자는 그대로 ISIL의 손에 들어갔다.

2014년 5월25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바그람 공군기지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병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 AP 연합
지상군 투입 안 하면 격퇴 못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철군하는 대신 군사 물자를 지원하고 현지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택했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 개입이 풀기 어려운 숙제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중동 문제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지원이 아니라 자체 세력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상황은 오바마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굴러가고 있다. ‘지상군 파병 문제’를 놓고 코너에 몰렸다. 단순 무장 세력에 불과했던 ISIL은 모술 점령 이후 ‘이슬람국가(IS)’를 선포한 후 영국보다 더 큰 땅덩어리를 차지했다. 연일 잔인한 테러가 이어지자 미국이 지상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전직 국방장관이나 현직 미군 사령관까지 나서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IS를 격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는 약속으로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중동에 발을 담그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자칫 지상군까지 투입하고도 IS를 격퇴하지 못하거나 장기전으로 갈 경우 결국 자신이 비난했던 부시 행정부의 재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과연 IS가 일거에 격퇴될 수 있을까. 모든 가상 전쟁 시뮬레이션에서는 단숨에 초토화하고 점령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10년 넘게 끌어온 이라크 전쟁 역시 친미 정권을 세우고 철수하며 1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이 된 전례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곧 전개될 이라크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 세력의 ‘모술 탈환 작전’이 성공을 거두고 IS를 그곳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라크군을 다시 여단 규모로 재편성하고 엄청난 군사 물자를 제공하고 있다.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전투 의지가 문제다. 이라크군의 재정비는 진행 중이지만, 죽기 살기로 싸우는 IS에 비해 이라크군의 전투 의지는 한없이 떨어진다. 이번 총공세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는 곧 지상군 파병 압력으로 연결된다. 최근 IS에 잡혀 있던 미국 여성 인질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자 미국 내 여론은 지상군을 파병해서라도 IS를 격퇴해야 한다는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

수주 안에 전개될 이라크군을 중심으로 한 모술 탈환 대반격은 이라크 정규군의 능력과 IS의 전투 능력을 판가름하는 시험대다. 미군은 최정예 훈련 교관을 파견해 이번 탈환전에 투입될 이라크 정규군 12개 여단을 훈련시켜왔다. IS에 비해 취약한 대도시 시가전과 게릴라 전술을 훈련하고 폭탄과 부비트랩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저격수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법 등 최첨단 전투 기법을 익히고 있다. 투입되는 군사 물자만 약 16억 달러어치에 달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연합군의 모술 탈환 성공 여부가 관건

이번 연합군의 반격이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보는 중동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특히 IS가 모술을 장악한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엄청난 공습을 받으며 주요 병참 시설과 전투원 상당수가 제거되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 세력은 지난해 8월 이후 2000여 회에 달하는 공습으로 IS가 장악하고 있던 지역의 5분의 1을 되찾았다.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다. IS로서는 자신들의 ‘수도’ 격인 모술을 뺏기면 이라크에서도 철수해야 하고 입지도 위축된다. 시리아 북부 요충지인 코바니를 쿠르드족과의 전투에서 패배해 이미 내준 IS다. 코바니에 이어 모술까지 내놓으면 IS는 라카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IS 역시 배수의 진을 치듯 모술에 모든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연합군의 모술 탈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결정하는 시나리오는 과연 현실화할 수 있을까. 워싱턴 정가에서는 3년간의 시한부적 투입이 논의되고 있다. IS에 대한 무력 사용 승인 결의안을 의회에서 가결하고 지상군을 투입한 후 3년간 IS 격퇴전을 벌이자는 내용이다. 지상군 투입에 엄격한 민주당과 무조건 투입을 주장하는 공화당이 절충해 나온 안이다. 3년 후에는 차기 대통령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3년이라는 시간은 지상군을 투입해도 빠른 섬멸이 쉽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전략 수립에 기초적인 데이터도 정확하지 않다. IS의 총 병력 추산치만 해도 천차만별이다. 미국 정보 당국은 IS 병력을 최소 1만8000명, 최대 3만1500명으로 추산해왔다. 반면 이집트 정보 당국은 18만명으로 파악하고 있어 최대 10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IS의 총 병력 수치는 지상군 투입 규모를 결정짓는다. 3만여 명을 격퇴하려면 미 지상군 1만명을 투입해야 하고 I8만명을 격퇴하려면 8만명 정도를 파병해야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지상군을 파견할 경우 수니파를 중심으로 이라크 현지에서 높아질 반미 의식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IS는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반미 의식을 고취해 전쟁을 장기화하겠다는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이번 연합군 반격에 IS가 민간인 피해를 확대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이용해 정파와 종파 분열을 촉진하겠다는 의미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어쩌면 자신이 비판한 중동정책을 밟아가야 할지도 모를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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