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떡 카페’에서 만나”
  • 최은희│수원과학대학교 글로벌한식조리학과 교수 ()
  • 승인 2015.02.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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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머핀 형태에 블루베리·아몬드까지 이용한 떡의 진화

‘밥 위에 떡’이라는 속담이 있다. 경사스러운 일에 좋은 일이 겹침을 뜻하는 말이다. 모든 것이 충분히 있음에도 특별한 것이 더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예로부터 밥보다 떡이 더 별식임을 뜻하는 데서 유래했다.

떡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날이면 빠지지 않고 상에 오른다. 백일상의 백설기, 돌상의 무지개떡, 혼례 때의 인절미, 제사상의 녹두편,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액이 붙지 않고 잘되게 해달라는 의미로 고사떡을 올린다. 설날의 떡국, 추석의 송편은 빼놓을 수 없다. 봄의 쑥떡과 화전, 여름의 증편과 백설기, 가을의 밤떡과 호박떡, 겨울의 수수부꾸미와 시루떡 등 계절을 맛볼 수 있는 떡들도 있다.

예전에는 집에서 떡을 푸짐하게 만들어 이웃과 정표로 나누어 먹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밀가루를 중심으로 한 빵에 밀리면서 동네 떡집이나 방앗간에서 맞춰 먹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또 달라졌다. 떡의 전성기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한식 세계화에 힘입어 우리네 떡은 새롭게 변하고 있다.

떡을 쌈싸듯 말아 만든 ‘쌈떡’ ⓒ 최은희 제공
이제 떡집은 후미진 상권에 있던 동네 떡집이 아닌 ‘떡 카페’로 진화했다. 시내 중심 상권에 있는 떡 카페에서 젊은 사람들은 떡과 커피를 함께 즐긴다. 최근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떡 도시락’도 새로운 메뉴로 등장했다.

건강 먹거리 떡, 한식 세계화로 인기

우리의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떡에 대해 가르치는 교육기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0년을 전후로 전통병과교육원(1999년), 한국전통음식연구소(2000년), 한국음식연구원(2003년) 등이 설립됐다. 전통 한식의 정규 교육 시대가 열리면서 떡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이어졌다.

2010년 한식재단이 출범하면서 수원과학대·우송대·전주대·재능대 등에 한식조리과가 생겨났다. 대학에서의 체계적인 떡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여러 대학의 조리 관련 학과에 떡 교육 과정이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됐고, 이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떡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블로그가 그 시초다. ‘떡 전문가’들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 일명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솜씨를 자랑했다. 떡은 인터넷을 타고 대중화됐다.

쌀 소비 촉진 운동도 한몫했다. 전국 단위 여성인력개발원이나 농업기술센터, 문화센터 등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떡 교육이 확대됐다. 지금은 각 가정에서도 직접 떡을 만들어 먹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떡 카페 ‘담장 옆에 국화꽃’ , 여러가지 과일을 섞어 만든 잡과병(위)과 식용꽃으로 고명을 얹은 꽃화전. ⓒ 최은희 제공
‘떡 카페’ ‘떡 학교’ ‘떡 프랜차이즈’ 늘어

떡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다. 중소기업에서 기계를 이용해 떡을 대량 생산해 각 떡집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인 삼립식품에서는 떡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빚은’을 출시(2006년)해 전국 판매망으로 확대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생긴 ‘떡보의 하루(2005년)’ ‘예다손(2008년)’ ‘자이소(2011년)’가 대표적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 떡집에서는 간편하게 먹기 좋은 ‘소포장 떡’이 대세다. 떡을 낱개로 개별 포장해 판매하면서 유통 과정이 편리해졌다. 떡 제조 기술도 향상됐다. 빨리 굳는 떡의 단점을 보완해 ‘굳지 않는 떡’을 개발했고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떡까지 탄생했다. 해외 수출을 노리는 ‘냉동 떡’도 개발됐다.

떡이 대중화되면서 고급스러운 떡이 늘어났다. 대중화에 성공한 떡이 이제는 차별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떡 카페에서는 전통적인 떡을 현대에 맞게 변신시켰다. 크기는 작고 앙증맞게, 포장은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바뀌었다. 블루베리·아몬드·초콜릿·치즈 등을 이용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고급스러운 수제 떡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재료뿐 아니라 떡의 크기나 모양도 다양해졌다. 케이크 형태나 머핀·샌드위치·카나페 형태 등 현대적 감각에 맞게 떡을 디자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떡들은 식사 대용이나 선물용으로 판매되고, 한식 디저트로 국빈 만찬에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떡 카페로 종로의 ‘질시루’, 신촌의 ‘호원당’, 정릉의 ‘동병상련’, 강남의 ‘합’ 등이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도까지 다양한 형태의 떡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던 떡. 이제 떡은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반복하며 대중 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고 있다.


‘흑미떡국’ ‘호박떡국’ 맛보세요 


예로부터 설에는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여 차례상에 밥 대신 올렸다. 일명 ‘떡국차례’라고 했다. 떡국은 장국에 흰 가래떡을 썰어 넣고 끓인 음식으로, 소고기가 흔치 않던 시절에는 꿩이나 닭 육수를 사용해 장국을 끓였고 다진 소고기 볶음이나 지단을 채 썰어 고명으로 올렸다. 작게 지단을 지져 올리거나 김을 부수어 뿌리기도 한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등 세시풍속을 기록한 책에는  떡국을 ‘백탕’ ‘병탕’이라 해 세찬에 없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기록돼 있어 역사가 오래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도 새해 아침 ‘가가미모찌’라는 떡을 만들어 집을 지키는 수호신에게 바치고, 이 떡으로 ‘조니’라고 하는 떡국을 끓여 먹는다.

흰색의 긴 가래떡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다. 동그란 동전 모양으로 떡을 써는 것은 떡국을 끓여 먹으면서 재복이 많이 들어오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 지역마다 떡국엔 특색이 있다. 개성 지방에서는 흰떡을 떡볶이 떡처럼 가늘게 뽑아 3cm 길이로 자르고,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어 ‘조랭이 떡국’을 만든다. 충청도에서는 멥쌀가루를 익반죽해 가래떡 모양으로 빚은 뒤 썰어서 ‘생떡국’을 끓여 먹는다.

현대에 와서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떡이나 흑미떡, 호박을 섞은 호박떡 등 다양한 색의 가래떡을 만들어 떡국용으로 판매한다. 건강과 미적 감각을 모두 충족시키는 ‘예쁘고 건강한 떡국’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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