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따라가면 더 막혀 그래도 그게 낫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2.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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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들 쏠림 현상 있지만 ‘내비’ 이용하는 게 빠른 이유

설이다. 명절만 되면 반복되는 귀성길과 귀경길 교통 정체. 고속도로를 비롯한 국도에서 일시에 차량들이 몰리면서 서행과 정체가 반복되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일어나니 귀성객들은 짜증스럽다. 아무리 설레는 고향길이더라도 꽉꽉 막힌 고속도로에서는 한숨만 푹푹 쉬게 된다.

요즘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편리하게 길을 찾아가고 있지만, 이용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편리성 이면에서 겪는 또 다른 불편함도 드러나고 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차들이 죄다 한곳으로 모여들어 더 막히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교통 정체를 피해 고향 길을 스마트하게 오가는 방법은 없을까.

교통 변화 감지에는 스마트폰이 유리

지금처럼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기 이전, 초보 운전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차선 바꾸기나 주차하기가 아니라 바로 길 찾기였다. 모르는 길을 운전하는 것은 시골 샌님의 첫 상경만큼이나 두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첨단 IT 기술의 상징인 내비게이션도 가끔씩 오작동할 때가 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목적지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용자가 알고 있는 지름길이나 원하는 도로로 가지 않고 이유 없이 빙빙 돌아가기도 하고, 실제 도로와 안내하는 도로의 정보가 간혹 맞지 않아 길이 끊겨 있거나 일방통행 도로인 경우도 나타난다.

ⓒ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이는 내비게이션 기기의 문제가 아니다. 길을 찾아주는 알고리즘의 부실과 일방통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도로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해당 지역 지도를 만들어 입력된 내비게이션과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현 차량의 위치를 주고받으며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방식이다. 그 외적인 길 찾는 방식과 부가 서비스는 내비게이션 회사에서 만든 소프트웨어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내비게이션 안에 쓰이는 지도를 원도(原圖)라고 하는데, 같은 원도를 사용한 내비게이션이라 해도 길 찾는 방법과 갖가지 부가 서비스에서 차이를 나타낼 때가 있다. 이것이 곧 내비게이션이 길을 헤매는 이유다.

내비게이션의 핵심은 얼마나 빠른 길을 찾아주느냐, 얼마나 쉽게 보고 따라갈 수 있느냐다. 요즘 내비게이션은 꽤나 똑똑해져 빠른 길 안내를 잘하고 있다. 대다수 내비게이션이 TPEG(티펙)이나 이동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반영한 최소 시간 경로를 안내할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야말로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주는 스마트 교통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교통정보 반영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보통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은 TPEG을 기본 교통정보로 사용한다. TPEG은 방송사의 DMB 송출 인프라를 활용해 수집된 교통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다. 급박하게 변하는 교통 상황을 100%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은 이동통신사의 기지국에 수집된 실시간 교통정보를 사용하고 있다. 경찰청이나 도로공사로부터 제공받은 교통정보에 추가해 교통정보 수집을 위한 차량으로부터 받은 실시간 데이터들을 통신사의 기지국을 통해 분석해주기 때문에, 고속도로와 국도의 실시간 정체 구간은 물론 소통 상황도 손금 보듯 훤히 알 수 있다. 전국의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에서 그 시간에 다니고 있는 고속버스와 택시로부터 수집된 정보라서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문제는 최근 ‘고속도로 교통정보’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내비게이션 안내를 받고 죄다 한곳으로 유입되는 역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앱을 통한 내비게이션 정보를 이용하는 게 빠른 지름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듣더라도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을 감안해 모든 차량이 한쪽 길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차량은 가던 방향으로 그대로 운전하고 어떤 차량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틀기 때문에 교통량이 분산되면서 조금이라도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통해 막히고 정체되는 곳은 적당히 우회해 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국토교통부는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고속도로 46개 구간과 국도 15개 구간에 대한 우회도로를 지정하고, 도로변 전광판 1639개와 안내표지판 207개를 통해 우회 정보를 제공한다. 고향 길로 향하기 전 미리 이런 우회로를 확인해두자. 고속도로는 평택제천선 충주-동충주(18㎞) 및 중앙지선 김해-대동(9.9㎞) 구간을 신설 개통하고, 서해안선 안산-조남(2.9㎞, 8→10차로)과 남해선 서김해 나들목(IC)-대저 분기점(JCT)(10㎞, 4→6, 8차로) 등 4개 구간(33.3㎞)을 확장했다고 하니 참고하자.

설 연휴에는 혼잡 예상일과 시간대, 도로 등 교통정보를 미리 확인한 후 출발 시점과 경로를 결정하는 게 좋다. 귀성은 설 하루 전인 18일 오전, 귀경은 설 당일인 19일 오후에 고속도로 혼잡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체 구간 적당히 우회하는 것도 방법

사실 목적지까지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막히는 도로에서 차로를 수시로 바꾸면서 운전한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차량 정체 때는 차로를 바꿔가며 운전하는 것과 한 차로만 지키는 것 사이에 소요 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운전자들의 잦은 차로 변경이 뒤따르는 차들의 속도에 미세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쳐 도로 정체를 심화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1차로를 달리던 차량 A가 2차로로 차로를 바꾸면 2차로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 B는 이를 보고 속도를 줄인다. 차량 B를 뒤따르던 차량 C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줄이게 된다. 동시에 차량 C가 재빨리 1차로로 차로를 바꾸면 1차로를 달리던 또 다른 차량 D 역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차로 변경과 감속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서서히 교통 체증이 생기고, 도로 정체가 일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잦은 차로 변경은 사고의 위험까지 높이는 만큼 설 명절처럼 교통 체증이 심할 때일수록 가급적 차로를 지키면서 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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