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피는 희망
  • 김태일 |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5.02.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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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남경필, 원희룡, 안희정, 권영진. 이 다섯 사람은 지방선거가 끝난 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이라도 하듯 로컬 거버넌스를 추진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서울 시정을 뒷받침하는 거버넌스의 그물망을 치밀하게 짜고 있다. 박 시장의 거버넌스는 시민들이 서울 시정에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행 과정에서도 하나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할 일을 분명히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알맹이가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거버넌스는 통 큰 정치적 기획이라는 점에서 관심거리다. 그는 경기도 부지사와 주요 간부직, 그리고 산하 기관의 장 등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나누자고 했다. 초유의 실험이었다. 남 지사의 연정 실험은 한국 정치사에  남을 일이라고 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임명하는 제주시장 자리에 ‘제주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시민운동가 가운데 한 사람’을 지목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도 전체가 술렁거렸다. 그런데 원 지사의 첫 실험은 실패했다. 그가 제주시장으로 추천한 사람이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제주도에 협치실과 협치위원회를 만들어 거버넌스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거버넌스 추진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충청남도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도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깜짝 놀랄 일은 그가 ‘충남도민회의’라는 거버넌스 통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직접민주주의 기구다. 대의민주주의 기구로서 충남도의회라는 제도가 있는데 충남도민회의를 운영한다는 것은 안 지사의 정치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로컬 거버넌스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로컬 거버넌스를 지역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한다. 권 시장의 장점은 현장주의인 것 같다. 지역의 주요 의제 해결을 위해 그는 시민들과 직접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권 시장은 취임사에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신지역사회협약’을 만들겠다고 했다. 독특한 정치·사회적 지형을 가지고 있는 대구 지역사회에 맞는 로컬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뜻이다.

로컬 거버넌스는 정·관·기업·대학·노동·시민사회 등이 마음을 모아 지역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다. 정치적 반대자와 비판 세력,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까지도 손잡고 함께 힘을 만드는 작업이다. 협력을 통해 새로운 추가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박원순·남경필·원희룡·안희정·권영진의 로컬 거버넌스는 우리 정치가 대결과 진영의 정치로부터 협력과 신뢰의 정치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의 희망은 중앙이 아니라 지방에서 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지방선거 후 몇몇 지방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협력의 리더십이 중앙정치를 변화시킬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치에 새로운 정치의 단서가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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