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호 1년 수사 도중 22명 자살...10년래 최고
  • 김지영·조해수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5.02.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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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작성 ‘최근 10년간 자살 사건 발생 현황’ 자료에서 드러나

‘인권 수사’를 강조해온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이후 오히려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피의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태호(號)’ 출범 1년 차인 지난해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의자는 20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장은 지난 2013년 12월 취임식에서 “환부만 도려내는 절제된 수사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검사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피의자 자살로 인해 이 같은 다짐이 무색해졌다.

시사저널은 지난주(1322·1323 설 합병호, ‘검찰 수사 도중 늘어나는 자살자’ 기사 참조)에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검찰 수사 도중 피의자가 자살한 숫자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14년의 경우 모두 11명이 자살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1~7월까지만 집계된 것으로 8월 이후는 빠져 있었다. 이후 본지가 추가로 입수한 검찰의 ‘최근 10년간 자살 사건 발생 현황’ 자료에는 지난해 8~12월까지의 자살자 사례도 포함돼 있었다. 그 수는 모두 9명이었다. 즉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이는 총 20명이 되는 셈이다. 이는 그 직전 연도인 2013년(11명)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또한 종전 최고치였던 2011년의 14명과 비교해도 6명이나 많은 것이다. 홍일표 의원은 “(검찰)수사 도중 자살은 심리적 불안감 속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일 수도 있겠으나,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이나 강압 수사는 없었는지 수사기관에서 자체 조사해 문제점을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지 보도 70대 부부 자살은 통계에서 빠져

김진태 총장은 2013년 12월 취임할 때부터 인권 수사를 강조해왔다. 사람이 아닌 범죄행위만을 대상으로 삼고 치료가 필요한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는 ‘사람을 살리는 수사’가 김 총장의 뜻이었다. 김 총장은 저인망식, 먼지털이식 수사를 지양하기 위해 압수수색, 계좌 추적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 계좌 추적 영장 청구 건수가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총장의 이런 방침은 검찰의 ‘심장’인 서울중앙지검에서부터 어긋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대검찰청에 중앙수사부가 폐지되면서 굵직한 특수수사는 중앙지검에서 주도하고 있는데, 중앙지검에서 수사 도중 자살한 피의자 수가 총 8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검찰이 자살한 피의자 수를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4년 검찰 수사 도중 자살로 숨진 피의자 20명 가운데는 본지가 지난주 보도한 70대 노부부 동반 자살 사건은 포함돼 있지 않다(1322·1323 합병호 ‘70대 노부부 동반 자살은 왜 묻혀 있었나’ 기사 참조). 이 아무개씨(77)와 부인 강 아무개씨(68)는 지난해 12월21일 서울 청계산 등산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한남동 재개발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이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부인과 함께 목을 매 숨졌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 유서에는 ‘서울중앙지검 7XX호 김○○검사도 동조하여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본인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여 무리한 수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유서는 검찰의 편파·강압 수사에 따른 억울함이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씨 부부의 죽음은 이번 검찰 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검찰 수사와 관련된 통계는 검찰에 원본이 있고, 우리는 검찰에서 받은 자료를 그대로 갖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검 측은 “통계 취합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착오일 뿐 (자살) 수치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자살자 수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사안별로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자살 수치가 올라간 이유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4명 자살

자료에 빠져 있는 이씨 부부까지 포함하면 김진태호 출범 첫해인 지난해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피의자는 모두 22명으로 늘어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도 있다. 이 자료에는 올해 1월의 자살자 수치도 포함돼 있는데,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4명의 피의자가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2004~2013년) 동안 한 해 평균 7.2명이 자살했고, 이는 한 달에 0.6명꼴로 자살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비해 올 1월엔 무려 6배가 넘는 자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김진태 총장 취임 직후였던 2013년 12월에는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검찰 수사관실에서 자살하는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다. 성남지청에서 마약류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수사관실에서 책상 위에 놓인 마약을 삼켜 수사관 눈앞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피의자는 병원에 긴급 후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수사관은 “잠깐 쉬었다 하자”는 피의자의 요청에 따라 밖으로 나가면서 마약류는 책상 위에 그대로 방치해두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서는 수사 도중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최근 피의자 자살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일선 검찰청에 ‘피의자 수사 관련 업무지침’을 배포했다. 지침에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 보호에 만전을 기해 극단적 행동을 예방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총장도 직접 나서 대검 간부회의를 통해 “검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범죄자도 공동체 일원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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