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없으니 ‘불륜 천국’ 될 거라 생각하세요?
  • 안성모·이규대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3.0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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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후폭풍 긴급 진단…이혼·외도 등 사회에 큰 변화 불러올 듯

간통죄가 폐지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26일 간통 행위자를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에 대해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지 62년 만이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간통죄가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간통죄 잔혹사’ 또는 ‘간통죄 수난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우선 간통죄 자체가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형법 제정 때부터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법전편찬위원회는 법 제정에 앞서 간통죄를 폐지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가 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통죄가 포함된 초안을 국회로 넘겼다.

당시 국회에서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그 결과 재적 의원 110명 중 과반수(56명)에서 단 한 표가 많은 57명이 찬성해 가까스로 통과됐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1985년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간통죄를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으는가 하면, 2010년에는 법무부장관 자문 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가 간통죄 폐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 사이 네 번의 헌재 결정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합헌’ 결정을 받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간통죄로 인해 유명 인사들이 대중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수난을 겪었다. 인기 연예인이 주 대상이었다. 1962년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최무룡·김지미, 1984년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 명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정윤희, 2007년 남편 박철로부터 고소당한 배우 옥소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잔혹사든 수난사든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게 됐다. 그렇다면 간통죄 폐지가 결혼 생활이나 이혼 소송 등 우리 삶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불륜 천국이 될 것이다”는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사저널은 간통죄 처벌법 폐지의 후폭풍으로 제기되는 사회 현상에 대한 전망을 하나씩 짚어봤다.

■ 가정 파탄 부추길까

이번 헌재 결정에서 소수 의견인 ‘합헌’ 결정을 내린 두 재판관은 가족제도의 보호를 위해 간통죄가 필요하다고 봤다. 간통죄가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와 함께 혼인과 가족제도 보장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간통죄 폐지가 가정 파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만큼 간통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져 결국 가정 파탄을 맞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혼 등 가족법 분야 전문인 엄경천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곧바로 간통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당장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이 없으니까 이전보다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외도 행위가 늘어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혼의 주요 사유인 외도가 늘어나면 이혼 역시 증가할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는 “형사 처벌을 받는 죄가 아니면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며 “가정 파탄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간통죄와 가정 파탄이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간통죄는 상대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후 고소해야 성립하는 친고죄였다. 이혼을 전제로 한 법적 조치이기 때문에 간통죄에 연루된 해당 가정은 이미 보호받기 힘든 상황에 놓인 셈이 된다. 간통죄를 입증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의 성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어서 부부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간통죄에 대한 심층 분석’ 연구보고서에서 “일단 간통이 발생한 뒤에는 가정의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 후 “간통죄 고소는 가정 보호보다도 배우자의 배신에 대한 보복적 성격을 가지며 간통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인격이 침해되고 혼인의 파탄이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간통으로 인해 이미 깨진 부부간 신뢰를 형사 처벌이라는 형벌을 앞세워 회복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간통죄 폐지로 인해 가정 파탄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불륜과 이혼의 증가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간통죄가 있건 없건 증가 추세인 사실은 변함없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륜과 이혼이 TV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됐다”며 “일상생활화가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간통죄가 비범죄화된 것도 마찬가지”라며 “간통죄 폐지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 여성 피해 증가할까

그동안 간통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측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부부 관계에서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남편이 아내보다 간통을 하는 경우가 월등히 많다는 측면에서 여성 보호라는 명분에 힘이 실렸다. 과거 간통죄 폐지 여부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을 때 여성단체에서 반대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여성의 피해가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은 “일각에서는 여성의 간통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여성만이 피해자인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배우자의 간통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의 70~80%는 여전히 여성”이라며 “특히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 법률 교육 행사 등에 참석해보면 간통죄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가 강하다”고 밝혔다.

반면 강신업 변호사는 “가부장적 남성이 간통을 저지르고도 아내를 축출하는 방식의 이혼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오히려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억압하는 장치로도 작용해왔다”며 “간통죄 합헌론의 근거 중 하나였던 약자인 여성 보호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운 듯하다”고 지적했다.

간통죄를 여성을 위한 보호 장치로 보는 시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숙 변호사는 “여성이라고 해서 더 보호를 받은 게 없다”며 “간통할 확률이 높은 남편이 심리적으로 조금 더 부담이 됐을 수는 있지만 그 외에 여성을 얼마나 보호해줬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사실 간통죄는 기혼 여성의 성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했다. 1905년 대한제국이 공포한 형법대전은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상간한 자를 6월 이상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애당초 유부남은 처벌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지위가 취약하고 이혼의 부정적 결과에 더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간통한 배우자를 고소하고 이혼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사회적 낙인이 더 크다. 간통죄 폐지가 곧바로 여성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번 헌재 선고를 앞두고 상당수 여성단체가 간통죄 폐지에 찬성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 위자료 금액 올라갈까

간통에 대한 형사 처벌이 사라진 만큼 위자료나 손해배상액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개별 사건마다 다르지만 현재 위자료는 보통 남성이 3000만~5000만원, 여성이 1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간통죄와 위자료의 상관관계는 양면성을 지녔던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간통죄에서 유죄 판결이 났을 경우 이중 처벌 개념이 적용돼 위자료 액수를 낮춰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간통죄의 형사 처벌 기능이 위자료나 손해배상의 협상 카드로 활용되기도 했다.

어떤 경우가 됐든 간통죄 폐지가 위자료의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강하다. 강신업 변호사는 “헌재가 간통은 도덕의 문제지 형벌을 내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나 위자료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통죄가 폐지된 선진국에서 피해자 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제도다.

당장 위자료가 대폭 인상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엄경천 변호사는 “사법 체계상 위자료는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큰 의미를 가질 정도로 인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통죄가 형법상 범죄가 아닌 것으로 됐기 때문에 인상 요인으로 힘을 발휘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합법적 외도 가능할까

간통죄 폐지가 착시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간통이 더 이상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됐으니 이제는 죄가 아니라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위헌을 결정했다고 간통이 합법화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민법은 ‘부부간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민사 소송에서 금전적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민사 재판은 형사 재판보다 부정행위의 증거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합법적인 외도는 여전히 불가능한 셈이다.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먼저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간통을 저질러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 소송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지극히 작다. 다만 현행 이혼법이 기준으로 삼는 ‘유책주의’가 점차 ‘파탄주의’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탄주의는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난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간통죄가 폐지된 국가의 경우 대부분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한국여성변호사협회는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난 직후 “사회 변화에 부응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며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명숙 회장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입장을 들어봤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그동안 간통죄의 경우 고소를 하더라도 증거는 너무 엄격히 요구하고 수사는 제대로 되지 않고 형량은 지극히 적었다. 그래서 차라리 민사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게 낫다고 여겨 간통죄 활용률이 낮았다. 국민의 법 감정에 비해 좀 이르다는 생각은 있지만 언젠가는 형사 처벌을 그만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기 때문에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간통죄 폐지가 불륜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국가전복죄가 없어지면 국가 전복을 조장하게 되나. 간통죄가 있더라도 간통을 하는 사람은 하고, 간통죄가 없어져도 안 하는 사람은 안 한다. 그동안 간통죄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 불륜은 넘치도록 늘어나지 않았나.

수사기관이 개입할 수 없게 돼 부정행위 입증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가사 소송을 잘 모르는 사람들 얘기다. 간통죄 고소를 할 때 확실한 증거를 먼저 제시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이 도움을 준 경우가 거의 없다. 수사기관 자료도 별 도움이 안 됐다.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으로 본다. 민사 소송에서 부정행위는 배우자의 통장이나 카드, 전화통화 내역 등을 통해 충분히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간통죄는 여성을 위한 보호 장치가 아니었다. 여성이라고 더 보호받은 것도 없다. 그동안 여성을 얼마나 보호해줬는지 의문이다. 다만 남편이 아내보다 간통을 한 경우가 월등히 많으니까 심리적 부담은 더 있었을 것이다. 그 외 무슨 보호가 있었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보완 대책이 있다면.

위자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 형사 처벌이 안 되니까 어느 정도 반영이 될 것이다. 또 재산 기여도를 더 감안해줄 필요가 있다. 소송에 대비해 미리 재산을 빼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이혼 전에 재산 분할이 가능하도록 보완돼야 한다.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일선 현장에서 간통 피해자의 고통과 어려움을 접해왔던 곳이다. 피해자 중 다수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인 만큼 간통죄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조경애 법률구조1부장에게 간통죄 폐지를 둘러싼 견해 및 향후 우려에 대해 들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벌써 다섯 번째 선고 아닌가. 여러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 것인 만큼 존중해야 한다. 이미 위헌으로 결론이 난 만큼 새삼 결과를 두고 찬반 입장을 거론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배우자의 간통이라는 상황이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사회적 여건이 성숙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간통죄 폐지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이 상당수다.

배우자의 간통으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자주 상담하는 만큼 아무래도 폐지 후의 후폭풍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간통죄 존치론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였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간통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여성만이 피해자인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배우자의 간통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의 70~80%는 여전히 여성이다. 특히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 법률 교육 행사 등에 참석해보면 간통죄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가 강하다. 이성에 대한 접근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훨씬 용이하고, 간통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남성에게 더 관대한 구조적 상황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간통죄 폐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일부 악용되는 사례도 있었지만, 간통죄 처벌이 피해자의 경제적 문제 해결을 돕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이런 취지를 살리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닌 만큼 상당한 사회적 논의, 입법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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