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좋은 틈새 상품, 싸구려 주식 담은 바구니가 ‘풍성’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5.03.05 16: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우프라이스펀드·밸류파워펀드 등 인기

요즘 재테크 시장이 난국이다. 주가지수는 수년째 박스권에서 맴돌고 부동산도 잠잠하다. 1년짜리 예금 금리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연 2.0%마저 깨졌다. 이자소득세(15.4%)에다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 지 오래다.

그나마 조금 더 많은 수익을 바랄 수 있는 투자처는 주식형 펀드다. 투자 전문가들이 개인들을 대신해 유망한 종목을 분산 매입하는 데다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자산 배분)도 바꿔주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에 대해 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는 점도 매력이다.

문제는 어떤 펀드를 고르느냐다. 성장주 펀드, 가치주 펀드, 배당주 펀드, 헬스케어 펀드, 소비재 펀드 등 종류가 수도 없이 많아서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채 탁월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색 펀드들이 눈길을 끄는 배경이다.

ⓒ cks008@hanmail.net
일본에서 배운 가치 투자로도 큰 수익

국내에서 주식형 펀드(공모형)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총 46곳이다. 이 중 3년 연속으로 1위를 달리는 곳이 있다. 이름이 다소 생소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다. 2월24일 기준 직전 1년 수익률이 27.98%로, 전체 평균(0.47%)을 27.51%포인트 웃돌았다. 2위인 메리츠자산운용(18.83%)을 상당한 차이로 제쳤다. 올해 수익률도 좋다. 1월 이후 13.28%로 단연 1위다(전체 평균은 3.33%).

이유는 딱 하나다. 특이한 펀드 하나가 수년째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어서다.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이 2011년 4월 내놓은 ‘로우프라이스펀드’는 주가가 2만5000원을 밑도는 싸구려 종목만 담는 게 특징이다. 투자한 종목이 단기 급등해 이 가격 위에서 거래되면 곧바로 처분해 이익을 실현한다. 언뜻 가치주 펀드나 중소형주 펀드처럼 보이지만 ‘주식의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또 성장성을 적극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에선 유일한 이 저가주 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100%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6.6% 하락했다.

로우프라이스펀드엔 지난해 하반기부터 440억원가량의 개인 투자금이 들어왔다. 총 설정액 660억원 중 70% 정도가 최근 유입된 자금이다. 이런 저가주 투자 펀드는 해외에선 드물지 않다. 미국의 한 운용사는 1989년 주당 10달러(지금은 35달러) 이하로 싼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아 연평균 14.26%의 성과를 내고 있다. 펀드 자산 규모만 약 48조원에 달한다.

소형 운용사인 스팍스자산운용이 최근 출시한 밸류파워펀드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공모형으로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60억원 넘는 자금을 모았다.

이 펀드의 특징은 일본 가치 투자 전략을 충실하게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저금리·저성장 국면을 맞았다. 현지에서 10년 가까이 최우수 성과를 냈던 투자 스타일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이 펀드는 출시일인 1월16일부터 2월24일까지 한 달여 만에 5.22%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장재하 스팍스운용 대표는 “스팍스운용의 모기업이 일본 스팍스그룹이어서 이 펀드를 내놓을 수 있었다”며 “일본처럼 저성장 기조가 본격화하더라도 살아남을 만한 신가치 기업을 집중 발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해외로 눈 돌리면 틈새형 상품 많아

국내 최대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도 지난해 7월 틈새 펀드를 내놓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밸류플러스펀드’가 주인공이다. 기본적으로 자산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한다는 점에선 다른 가치주 펀드와 비슷한 방식을 쓴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인수·합병(M&A), 분할, 영업 양수도 등으로 차별적 성장을 이끌 만한 기업에 선투자하는 전략을 병행한다. 출시 후 82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삼성운용은 누적 수익률 7.50%라는 좋은 실적으로 화답했다. 한성근 삼성운용 펀드매니저는 “M&A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펀드 성과가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펀드 중에도 수익률이 썩 괜찮은 틈새형 상품이 적지 않다. 고만고만한 펀드, 들쑥날쑥한 수익률에 지친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다만 해외 펀드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국내 주식형 펀드와 달리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환율 변동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

요즘 뜨고 있는 해외 이색 펀드로는 ‘유리 글로벌거래소펀드’를 꼽을 수 있다. 부국증권 자회사인 유리자산운용이 각국 거래소 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연초 이후에만 4.86%의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3년간 55.69%, 5년간 76.76%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2007년 설정된 이 펀드는 전 세계에 상장된 증권거래소만 골라 투자한다. 현재 7개 대륙 15개국 이상 증권거래소에 투자 중이다. 보유 종목 수는 20개 안팎이다. 유리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본토와 홍콩 간 증권 교차 거래를 허용한 후강퉁 시행 이후엔 홍콩거래소 투자액을 늘려 재미를 봤다”고 설명했다.

골드먼삭스·JP모건 등 투자은행(IB) 주식만 매입하는 ‘한국투자 월스트리트투자은행펀드’도 관심을 끈다. 올해 수익률은 -3.37%로 다소 부진하지만 2년 수익률이 26.12%, 3년 수익률이 57.16% 등으로 뛰어나다. 크게 보면 글로벌 금융 시장, 작게 보면 미국 월스트리트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틈새형 상품이라고 다 성과가 좋은 건 아니다. 프로야구그룹주를 집중 매입하거나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가 줄줄이 손실을 내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사용하되 투자 철학이 확고한 운용사 또는 매니저의 펀드를 찾아 장기·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