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궤변 늘어놓고… 일본 우익의 민낯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3.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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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역사 관련 발언에 ‘무시’ 전략 일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일본 방문 기간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다리고 있는 총리 관저를 가기에 앞서, 아키히토 일왕이 머무르는 궁전인 고쿄로 향했다. 아사히신문 초청 연설을 마친 직후 만난 두 사람은 약 20분간 회견했다. 2007년 만남 이후 8년 만의 재회였다. 메르켈 총리는 “올해가 전후 70년으로 전쟁 없는 시대를 바라고 있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후 70년 언급은 아키히토 일왕의 입에서도 나왔다. “일본에 있어서도 전후 70년이다”며 말문을 연 그는 “나가사키·히로시마의 원폭 영향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NHK는 두 사람의 만남을 주요 뉴스로 내보냈다. 하지만 일왕의 원폭 언급은 모두 삭제된 채 전파를 탔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3월10일자 아사히신문. ⓒ 연합뉴스
산케이 “일본은 나치 독일과 다르다”

메르켈 총리의 행보 중 일본 입장에서 볼 때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이 엿보이면 삭제해버린 NHK를 보면 다른 언론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언론은 침묵했다. 화해의 전제조건으로 반성을 내세운 메르켈 총리의 방일 첫날 아사히신문사 연설을 두고 일본 내 주류 언론은 다루지 않거나 가볍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아사히·마이니치·도쿄 신문 등 진보 매체 몇몇만이 다뤘을 뿐 요미우리와 NHK 등 주류 매체들은 과거사 언급 여부만 스치듯 다루거나 아예 쓰지 않았다.

언론의 무대응과 달리 총리 관저는 부글부글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외교 관계를 우려해 신중하게 대응했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의 역사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한국 등이 소중한 이웃 국가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대화의 문을 항상 열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총대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이 멨다. 메르켈 총리의 과거사 발언과 관련해 그는 “(독일과 일본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독일과 일본은 다르다”고 답했다. 2차 세계대전 중 발생한 사건, 전후 처리에 임한 상황, 주변국들의 태도 등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기시다 외무장관의 주장이었다. 주요 신문은 기시다 외무장관의 발언을 짤막하게 전했지만 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만은 1면에서 이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나치와 일본을 혼동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산케이신문은 외무성 관리의 말을 빌려 “미국은 동맹국으로 오랫동안 알아왔기 때문에 지식층은 잘 알고 있지만 유럽 각국은 한국의 로비 활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치 독일의 전쟁 범죄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과 일본의 전범을 처벌한 도쿄 재판을 비교하며 나치와 같은 인종 박해나 말살 행위가 없었다고 언급했고 “일본의 이웃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다. 독일이 화해를 했다는 프랑스와 폴란드가 아니다”라며 한국·중국과 프랑스·폴란드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주장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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