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박병호, 방어율 윤석민, 타격 서건창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5.03.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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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예상 2015 프로야구 개인 타이틀…다승왕 찰리 쉬렉, 출루율 김태균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SK 김광현, KIA 양현종 등 해외 진출을 노리던 선수들이 잔류를 선택했고 KIA 윤석민도 복귀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넥센 박병호 등 향후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많아지면서 개인 기량을 뽐내려는 환경이 조성됐다. 아직 시범경기를 마치지 않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2015 KBO리그 개인 타이틀 전망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어떤 선수들이 타이틀 홀더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을까.

지난해 다승왕은 넥센 외국인 투수 밴 헤켄이었다. 20승 고지에 오르며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1995년 LG 이상훈(현 두산 코치) 이후 19년 만에 나온 선발 20승 기록이라 그 의미가 크다. 올 시즌에도 20승 고지는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 각 구단이 지난해보다 16경기 많은 144경기를 치러 투수별로 선발 출전 기회가 3~4차례 늘어나기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 연합뉴스NC 다이노스 찰리 쉬렉 ⓒ 연합뉴스
다승왕 경쟁, 외국인 투수 잔치 될 듯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수가 다승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체크한 MBC스포츠+ 정민철 해설위원은 “20승에 도전할 만한 투수는 여러 명 있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다승왕은 팀 타선, 불펜 등 전력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국내 경험이 있고 강한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의 외국인 투수가 다승왕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NC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과 에릭 해커를 다승왕 후보로 꼽고 있다. NC는 지난해와 비슷한 전력의 타선을 유지하고 있고 수비력이 향상됐다. 불펜도 이민호·노성호가 가세한 데다 마무리투수 김진성이 버티고 있다. 승리를 챙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더구나 NC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경험이 쌓여 있는 상태다. 경기 후반에 쉽게 역전을 당할 전력이 아니다. 선발투수가 승리 조건을 만든 후 강판당했을 때, 동료 선수들이 충분히 승리를 지킬 수 있는 전력이다.

SBS스포츠 안경현 해설위원의 의견도 비슷했다. 안 위원은 “올 시즌 각 팀은 주로 강속구 투수보다는 제구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과 계약했다. 국내 프로야구에 최적화된 다수의 외국인 투수가 리그에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이 예년보다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지켜본 대다수 새 외국인 투수의 투구 폼이 매우 부드러웠다. 크게 실패하는 외국인 투수는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윤석민 ⓒ 연합뉴스
윤석민 1년 공백 극복이 관건

방어율은 개인의 능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자신이 기록한 자책점만 계산하기 때문에 팀 순위 및 타선의 수준은 투수의 방어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많은 팬은 올 시즌 국내에 복귀한 윤석민을 방어율 챔프의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KIA의 팀 타선은 약화됐지만 미국 진출을 앞두고 보여준 퍼포먼스를 유지한다면 방어율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윤석민의 성공을 예견하는 이가 많지만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안경현 위원은 올 시즌 윤석민이 좋은 모습을 펼칠 것으로 예측했다. 안 위원은 “윤석민은 지난해 많은 휴식을 취했다. 1년 동안 국내 프로야구를 떠나 있어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휴식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아 어깨 및 팔꿈치가 최적의 상태라는 의미다. 안 위원은 “시범경기에서 윤석민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올 시즌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조심스러웠다. 정 위원은 “1년의 공백을 무시할 수 없다. 윤석민은 KIA의 큰 전력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출신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고전한다. 만약 2년 전 구위였다면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에서도 10승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다시 시작점에 서 있는 투수를 방어율 타이틀 홀더 후보로 올려놓는 것은 윤석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SN스포츠 이용철 해설위원은 방어율 타이틀도 외국인 투수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용철 위원은 “아직 외국인 투수들이 검증될 만큼 많은 경기에 나오지 않아 섣부르게 예측하긴 힘들다. 시범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 방어율 1위를 예상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모두가 입을 모은 홈런왕 박병호

넥센 박병호는 지난해 2003년 심정수(현대) 이후 11년 만에 50홈런을 달성한 우타자다. 박병호는 올해 홈런왕 4연패에 도전한다. 박병호의 홈런왕 수성 가능성은 대다수 전문가가 높게 평가했다. MBC스포츠+ 이종열 해설위원은 “누가 뭐래도 박병호가 다시 한 번 홈런왕을 차지할 것이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괴력이 지난해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용철 위원도 박병호를 홈런왕 1순위로 평가했다.  이 위원은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도전 의지가 강하다. 때문에 개인적인 목표의식이 지난해보다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지켜봤던 박병호의 훈련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박병호는 몸이 좋은 선수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열심히 했다. 허리와 엉덩이 근육이 엄청나게 강화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보통 홈런에는 힙턴(Hip-turn)의 힘이 큰 작용을 한다. 스윙을 할 때 강하게 몸을 비틀어 배트에 힘을 싣는 작용이 비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중론이다. 박병호는 장타력을 늘리기 위해 허리와 하체 힘을 키운 것이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굳이 경쟁자를 꼽는다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넥센 팀 동료 브래드 스나이더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 위원은 “홈런 부문은 박병호와 스나이더의 팀 내 각축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스나이더는 LG 소속이었던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강정호의 빈자리를 걱정하지 않더라. 검증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스나이더는 지난해 정규 시즌에선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타율 0.433, 2홈런을 기록했다. LG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지만 넥센과 도장을 찍었다. 염 감독은 스나이더를 올 시즌 주전 6번 타자로 일찌감치 발표했다.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 ⓒ 연합뉴스
손아섭도 강력한 타격왕 후보

타격왕을 묻는 질문엔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넥센 서건창이다. 그는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지난해 보여줬던 모습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서건창이 타격왕 후보 1순위”라고 말했다. 새로운 얼굴을 꼽는 전문가도 있었다. 안경현 위원은 “롯데 외국인 선수 짐 아두치가 타격왕을 차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두치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다. 미국 트리플A 통산 성적은 290경기 타율 0.281, 21홈런으로 평이하지만 최근 2년간의 성적은 상승곡선을 탔다. 빠른 발을 갖고 있어 짧은 타구에도 안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안 위원은 “직접 아두치를 지켜봤다. 타격과 주루에서 약점이 없는 선수다. 각 팀이 정밀 분석을 하더라도 괜찮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안 위원은 “손아섭이 타율왕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여러 명의 선수가 타격왕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출루율 부문에서 한화 김태균을 1순위로 꼽았다. 정 위원은 “출루 부문은 투수들이 경계하는 선수가 타이틀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김태균이 홈런왕을 차지할 가능성은 작지만 출루 쪽에서 좋은 기록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안타 수를 늘린다면 타격왕 도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일본에서 복귀한 2012년 이후 3년 연속 출루율 1위를 기록했다.

시범경기 시점에서 정규 시즌 개인 타이틀 홀더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선수들의 페이스가 제각기 다른 데다 각종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시즌에는 개인 기록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새로운 규정이 많이 생겼다. KBO는 스피드업 규정을 신설했는데, 투수·타자들의 투구 혹은 타격 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이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다. 개인 성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 시즌엔 10개 구단이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처럼 한 개 구단씩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144경기를 휴식 없이 치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좋은 선수가 좋은 기록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1군 엔트리도 확대된다. 올 시즌엔 1명의 선수가 1군에 추가된다. 좀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어쨌든 올 시즌 프로야구 개인 기록 경쟁 판도는 여러 변수 속에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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