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삶의 다음 장이 못 견디게 궁금하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3.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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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능성을 지휘하라> 펴낸 오케스트라 지휘자 금난새

클래식을 대중가요처럼 친숙하게 만든 오케스트라 지휘자 금난새씨(68)가 자신의 인생을 지휘해온 비법을 공개했다. <모든 가능성을 지휘하라>라는 에세이집을 통해서다.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처럼 그의 인생에도 다양한 일들이 어우러져 있다. 아플 때 아파하고 슬플 때 슬퍼하고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러면서 완성돼간 인생을 들려준다. 탄탄대로를 편하게 걸어온 음악 인생이 아니더라는, 힘든 상황이나 실패를 겪으면서도 꿋꿋이 자기 인생을 지휘해온 것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만약 시나리오 작가라면 그저 그렇게 빤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진부한 스토리보다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복선과 반전 장치들을 심어두고, 그것들이 기가 막히게 얽히고설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나를 이끌어주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나는 내 삶이 다음 장이 못 견디게 궁금한, 그런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 예경제공
부딪치고 깨지면서도 우아하고 유쾌하게 사는 법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흥미로운 삶을 살았을까.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베를린 음대에서 라벤슈타인 교수를 사사하면서 큰 반전을 경험한다. 1977년 최고 명성의 카라얀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 독일 캄머 오케스트라, 모스크바 필하모닉을 객원 지휘하며 바쁜 지휘자로 거듭난다. 이어 유러피안 마스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거쳐 KBS 교향악단, 수원시향의 지휘를 맡는다. 1998년부터는 ‘벤처 오케스트라’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언변으로 국내 최초로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를 시작한 후 1994년부터 99년까지 ‘전회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는 “음악을 위해 청중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있기에 음악이 존재한다”며 그런 작업을 하게 된 동기를 설명한다.

또한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노하우를 벤처 오케스트라 경영에 접목시켜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후원을 받아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음악으로 이 사회를 채우는 일’을 해왔다. 음악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믿었기에 앉아서 청중을 기다리는 대신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했으며 안주하는 예술가는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벤처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를 써온 나에게 ‘음악계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나는 이 애칭이 제법 마음에 든다. 탁월한 경영자는 숫자를 남기지만, 위대한 경영자는 성장 가능한 문화와 시스템을 남긴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애플의 매출 성장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라 애플 컴퓨터에서 아이팟,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 우리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꿔놓았다. 나 또한 유로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통해 재정 지원 없이도 1년에 130회가 넘는 연주를 할 수 있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오케스트라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저변을 확장하고 누구나 클래식을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앞으로도 힘 다하는 날까지 클래식 음악이 도처에 흐르고 누구나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성숙한 사회를 일구고 싶다.”

서울예고와 성남시향에서 쓰는 새로운 이야기

그는 지금 서울예술고등학교(서울예고) 교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서울예고는 그의 모교이기도 해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서울예고 교장을 맡아 1년을 보내면서 교육자로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우리 사회에 위로와 힐링이 넘쳐나는 데 대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달콤한 위로에만 매몰되는 것, 환부 전체를 들여다보기보다 개인적인 힐링에 치중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0년 가까운 음악 인생 동안 단순히 지휘자라는 생각만으로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고 했다. 각박하고 상상력이 부족한 세상에 음악으로 삶의 영감을 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가 전하는 음악이 이 시대를 위로하는 것이기보다는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는 것이기를 바랐다.

지난해 말 성남시향을 이끌게 된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또 하나 써나가려 한다. 그곳에서 평생 축적해온 음악적 역량을 모두 펼쳐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계획이다. 그는 성남시에서 단순히 오케스트라만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국악 오케스트라, 합창단, 소년합창단을 아우르는 예술정책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평소 각각의 예술단체가 서로 화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온 그이기에 이 단체들을 아우르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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