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면 연 4~5% 수익 거뜬한 상품 많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5.03.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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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맞춰 재테크 포트폴리오 튜닝하기

#1. 직장인 김태황씨(43)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예금 1500만원을 재예치하는 걸 포기했다. 금리가 연 1.9%밖에 되지 않아서다. 세금(15.4%)을 떼고 나면 1년 후 손에 쥘 수 있는 이자가 25만4000원에 불과하다. 예금 대신 원유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7.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파생결합사채(DLS)에 가입했다.

#2. 경기 분당에 사는 자산가 서 아무개씨(59). 이달 중순 발행된 신종 채권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에 20억원어치를 청약했다. 코코본드는 유사시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발행사인 공공기관이 부실화하면 원금을 날릴 수 있지만 최소 10년간 연 4.33%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코코본드를 판매한 삼성증권 관계자는 “프라이빗뱅킹(PB) 고객 사이에선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라고 소개했다.

ⓒ cks008@hanmail.net
■ ELS·DLS 등 파생상품 전성시대

재테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월12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75%로 낮추면서다. 은행의 예·적금에선 시중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반면 주식·채권과 같은 금융투자 상품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손해 보지 않으려면 투자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DLS와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B), 원금 보장형 파생결합사채(DLB) 등은 생소한 용어였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금융투자 상품을 선택하기엔 위험이 지나치게 크지 않으냐는 인식이 많았다. 실제로 종목형 ELS에 돈을 넣은 상당수 투자자들이 원금을 까먹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한은이 두 차례 금리를 낮추면서 ELS와 같은 파생형 상품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엔 ELS 발행액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올해 판매된 ELS는 17조3953억원어치(3월10일 기준)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해 판매액(71조7968억원)의 4분의 1이 두 달여 만에 팔렸다.

원금 보장형 등 파생상품도 진화 중이다. 연 4~5%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ELB·DLB가 대표적이다.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나 유럽 등의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한다. 이진혁 하나대투증권 영업부문 대표는 “원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가입 고객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금을 잃을까 두려운 투자자라면 이 같은 원금 보장형이나 안정형 파생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금의 95%를 무조건 보장하면서 3개월 후 코스피지수가 기준 시점 대비 30% 이상만 되면 연 4% 정도의 수익을 확정하는 식이다.

지난 2월 완판(100% 청약 완료)된 공모형 ELS 68종을 분석해 보니 64.7%(44종)가 ‘원금 손실 진입 구간 50% 이하’(기초지수가 만기까지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사전에 약속한 수익 지급)인 안정형 상품이었다. 이보다 위험이 큰 ‘60%형’ ELS는 단 3종만 완판됐다.

목돈이 부족한 직장인이라면 특판형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은행의 적금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대신 특정 체크카드를 사용해야 한다거나 매달 공과금 자동이체를 신청해야 하는 조건이다.

■ 직장인은 특판 RP·고금리 CMA

특판 RP의 경우 금리가 연 3.5~4.0%다. 일반 RP 금리(연 1%대 후반)보다 훨씬 높다. 만기는 3~6개월이다.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국·공채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은 거의 없다. 현재 고금리형 RP를 판매하는 곳은 NH투자증권·삼성증권·KDB대우증권·동부증권·IBK투자증권 등이다.

특판 RP엔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 해당 증권사와 처음 거래하는 사람이거나 1년 이상 거래가 없던 휴면 고객이어야 한다. 또 ‘원 플러스 원’ 조건도 따져야 한다.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에 1000만원어치를 가입하면 특판 RP에 1000만원어치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이다.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는 만큼 1인당 3000만~1억원 등 가입 한도를 정해놓았다. 삼성증권 등은 총 한도(300억원)를 마련한 뒤 소진될 때까지만 취급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고금리형 CMA에 대한 자금 유입도 꾸준하다. 신한금융투자의 CMA R+통장은 최고 연 4.85%, 현대증권 에이블 CMA는 4.1%, 미래에셋 플러스팩 CMA는 3.7%의 금리를 각각 적용한다. 카드 사용액이 많거나 공과금 납부 실적이 있을 때 이같이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구조다. 1인당 가입 한도가 100만~500만원으로 낮은 게 흠이다. 더 높은 금리를 얻으려고 카드 사용액을 늘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시장에선 강(强)달러(원화 약세)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을 달러로 환전한 후 환율이 오르길 기다리는 ‘환테크’도 노려볼 만하다. 환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낼 필요도 없다.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달러 RP에 가입하면, 최고 연 1.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은행권 외화예금 대비 최대 10배 이상 높은 금리다.

■ ‘배당+주가 상승’ 배당주 투자

요즘 증시에서 뜨고 있는 종목 중 하나가 배당주다. 잘만 찾아보면 매년 은행 이자보다 많은 배당을 받고,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까지 챙길 수 있는 주식이 꽤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2014년 결산배당을 발표한 상장사 929곳 중 175곳(18.8%)의 지난 3년간 배당 수익률이 연 2.0%를 웃돌았다. 주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도 배당만으로 은행 이자 정도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과거 3년간 연평균 배당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인 신풍제지였다. 연 8.53%에 달했다. 정상제이엘에스·진양폴리·네오티스·진양산업 등도 연평균 배당률이 7%를 상회했다.

배당금은 주총 의결이 마무리된 후 4월 중 예탁결제원을 통해 각 주주에게 지급된다. 배당세는 15.4%로 원천징수된다. 우리나라의 배당 수익률(2014년 기준 1.6%)이 선진국은 물론 타이완(3.4%)·중국(3.1%) 등에도 뒤처진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배당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역시 기업소득 환류세제 시행을 추진하는 한편 공기업에 대해 배당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좋은 배당주를 고르는 첫 번째 요령은 배당 여력이 큰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채 부담은 적고 현금 보유액이 많은 기업을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 삼진제약·에스원·한글과컴퓨터·엔씨소프트·한미반도체 등이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배당주를 직접 고르는 게 부담 된다면, 배당주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국내 95개 배당주펀드의 3년 수익률은 평균 20.01%였다. 연평균 6.67%다. ‘신영밸류고배당’(40.93%), ‘동양중소형고배당’(37.77%) 같은 배당주펀드가 선전했다.

■ ‘돈 놓고 돈 먹기’ 공모주 투자 

공모주 투자는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지난해 상장한 슈피겐코리아 등 49개 공모 기업(스팩 및 재상장 기업 제외)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83.9%를 기록했다. 원금 손실 확률도 낮은 편이다. 다만 공모주 투자로 재미를 보려면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것, 상장 주관사를 찾아다니며 돈을 맡기고 청약서를 쓸 만한 시간과 열정이 있을 것.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선 증권사에서 우대고객 요건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 대다수 증권사가 우대고객에 한해 청약 한도 대비 두 배가량 많은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우대 조건은 청약일 전달 평균 잔액 1억원 이상이거나 직전 3개월간 약정액이 1억원을 넘는 사람이다. 다양한 증권사에 동시에 계좌를 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모주에 직접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공모주펀드로 눈을 돌려도 된다. 총 119개 공모주펀드가 지난해 거둔 수익률은 평균 6.16%였다.

■ 금리 인하 수혜… 채권 투자 ‘붐’

우리나라에서도 신용등급이 우량한 채권 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5%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요즘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 채권과 아주캐피탈 등 캐피털사 회사채가 인기가 많은 편이다. 연간 기대 수익률은 4% 안팎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수익률은 올라간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 인하기가 투자 적기인 셈이다.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저평가된 회사채에 관심을 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다. 3년간 연평균 4~5%를 기록하면서 주식형 펀드를 앞섰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엔 채권형 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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