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대출자 해마다 100만원 아낀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5.03.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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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대출 갈아타기…중도 상환 수수료 득실 따져봐야

초저금리는 은퇴자 등 예금자에게 독(毒)이지만 대출자에겐 복(福)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낮추면서 빚 부담이 큰 대출자들의 숨통이 틔었다. 대출을 받아 금융투자에 적극 나서는 ‘빚테크족’도 생겨났다. 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어서다.

요즘 세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대출 상품이 있다. 바로 안심전환대출이다. 지난 3월24일 대출 개시일에는 은행 지점마다 새벽부터 긴 줄이 형성됐다. 대출을 갈아타려는 대기 행렬이 이처럼 길게 줄을 이은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자가 연 2% 중반대인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틀째인 3월25일 서울 용산구 신한은행 창구에서 한 고객이 대출 신청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금리 연 2.6% 안팎…여름께 2차 개시=안심전환대출의 가장 큰 매력은 금리다. 대출 금리는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 연 2.6%선이다. 정부가 당초 한 달에 5조원을 풀겠다고 했다가 “더 받게 해달라”는 민원이 쏟아지자 급히 20조원 규모로 확대한 배경이다. 아무나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가 고정금리형 대출을 확대하려는 취지로 설계한 정책성 상품이어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 중에서 변동금리형 또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는 거치형 대출을 이용하고 있으면 된다. 과거에 받은 대출이 고정금리형이라도 만기 때 원리금을 한꺼번에 상환하거나 일부만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었다면 안심전환대출 대상이다. 결국 고정금리 방식으로 원리금 전액을 분할 상환하는 방식만 아니라면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보금자리론·적격대출·국민주택기금대출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기존 대출을 받은 지 1년(대출 전환 신청 시점 기준)이 경과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대출 금액은 5억원(기존 대출 잔액 이내), 주택 가격은 9억원 이하다. 또 6개월 내 연체 기록이 없어야 한다. 만기는 10~30년이다. 이 중 10~20년 만기를 선택하면 원금 70%만 분할 상환하다 만기 때 나머지를 한꺼번에 갚아도 된다. 30년 만기의 경우 부분 분할 상환을 할 수 없다.

기존 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때는 종전 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3년간 최대 1.5%(잔액 대비)인데, 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장기·고정금리·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할 때 소득세법상 이자비용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는 조항도 있어 연말정산 때 세금 부담도 덜 수 있다.

정부는 1차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소진되면 재추진할 방침이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조건의 대출 전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올여름 이전에 2차 안심전환대출이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 대출 전환 때 수수료 조건 따져야=안심전환대출을 받을 때 유의할 점도 있다. 우선 중도 상환 수수료의 부과 시점이 새로 시작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은행 대출을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잔액 대비 0.5~1.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때는 이런 수수료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일단 갈아탄 뒤에는 새 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 부과 시점이 다시 계산된다.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야 조기 상환에 따른 수수료를 물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아파트 등을 담보로 맡긴 대출자라면 손익 계산을 할 필요가 있다. 1~2년 만에 재건축·재개발이 시작되면 대출금을 일시에 조기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는 최대 1.2%다.

대출금을 상환할 때 거치 방식이 없다는 점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안심전환대출을 받는 즉시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4억~5억원의 대출을 받은 후 이자만 내고 있던 사람이라면, 대출 전환 직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매달 갚아나가야 한다.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원리금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원리금 납부액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만기 전 상환 압박에 시달릴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경매 처분에 몰릴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땐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인정비율)도 재산정된다. LTV 70%, DTI 60% 이하라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LTV가 70%를 넘을 경우엔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 70% 이내로 조정해야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려면 기존 변동금리형 대출을 받은 은행에서만 할 수 있다. 기존 대출을 전액 상환하는 방식으로 인지세 등 최소한의 수수료만 받고 처리해준다.

■ 고정금리 대출자도 ‘갈아타기’ 할 만=경기 일산에 사는 황 아무개씨(44). 3년 전 연 5.1%의 고정금리로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그는 요즘 속이 쓰리다. 금리가 절반에 불과한 안심전환대출을 쳐다보고만 있어야 해서다.

황씨와 같은 사람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요즘 시중금리가 많이 떨어진 만큼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이자를 낮출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대출 금리도 연 3% 안팎까지 떨어졌다.

기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보통 3년인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기준을 충족하는지 일단 따져볼 필요가 있다. 3년이 지났다면 수수료 없이 새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지금처럼 낮은 수준의 대출 금리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 3%짜리 변동형 대출로 바꿀 수 있다.

고정금리형 대출을 선호하는 사람도 종전 대출에서 일단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2~3년 전에 비해 대출 금리를 연 1%포인트 안팎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 1억원의 대출을 받는다면 매년 100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 2011년부터는 대출을 새로 설정(전환 포함)할 때 들어가는 근저당권 설정비용도 은행 부담으로 바뀌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때도 신규 대출을 받을 때와 같은 서류가 필요하다. 등기권리증과 임대차계약서, 전입 세대 열람내역, 인감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 등이다. 가급적 소득이 많다는 점을 증빙하면 좀 더 낮은 금리를 받는 데 유리하다.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신용한도 대출(일명 마이너스 대출) 금리도 종종 확인하면 좋다. 마이너스 대출의 경우 매년 갱신하는 방식이다. 소득이 늘었다면 전년도 원천징수영수증을 기초로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요즘 시중금리가 하락세인 만큼 금리 재산정을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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