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kt’, 만만한 형님 어디 없나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5.03.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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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감독 “신생팀 최고 승률 내겠다”…전문가들 “최하위 머물 것”

국내 프로야구는 1982년 6개 팀으로 태동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가 제7구단으로 프로야구에 합류했고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제8구단, 2013년 NC 다이노스가 제9구단으로 1군에 진입했다. 올해 제10구단 kt 위즈가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신생팀들의 1군 진입 첫해 성적은 비교적 좋았다. 빙그레(승률 0.290)는 당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쌍방울(0.425, 7위)과 NC(0.419, 7위)는 모두 4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다. kt 조범현 감독도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조 감독은 프로야구 개막에 앞서 열린 3월23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신생팀 최고 승률을 거두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kt가 쌍방울이 기록한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0.425)을 넘을 수 있을까.

kt는 지난겨울 신생팀 프리미엄을 얻어 나름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나머지 9개 구단으로부터 20인 보호선수 외 1명씩을 영입했고, 프리에이전트(FA)인 김사율·박기혁·박경수를 잡았다. 한꺼번에 1~1.5군급 선수 12명이 합류했다. 하지만 이들로만 정규 시즌 144경기를 치를 순 없다. 새로운 선수가 공백을 메워줘야 한다. 쌍방울과 NC의 신생팀 돌풍에도 새 얼굴의 활약상이 숨어 있었다. 쌍방울은 4번 타자 김기태(현 KIA 감독), 구원왕을 차지한 조규제(현 KIA 코치) 등 신인 선수들이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NC도 이재학이 10승을 거두면서 신인왕 트로피를 들었다. kt가 쌍방울·NC의 성적을 뛰어넘기 위해선 유망주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3월11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후 kt 조범현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뉴스원
신인왕 후보로 박세웅·김사연 꼽혀

kt의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는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2차례 시범경기 등판에서 11이닝 동안 무실점을 뽐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10이닝 이상 던져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지난해 20승을 거둔 넥센 밴 헤켄과 박세웅뿐이다. 박세웅이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투구 내용은 좋다. 해설위원은 물론, 다른 팀 선수·지도자들도 박세웅의 퍼포먼스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공의 움직임, 제구력 모두 좋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라고 평가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박세웅의 투구를 지켜보니 정민철·윤석민이 떠올랐다”고 칭찬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탐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박세웅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kt의 또 다른 신인왕 후보는 신고선수 출신 김사연이다. 그는 빠른 발과 타격, 장타력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멀티플레이어다. 시범경기에서 팀 내 유일하게 규정 타석을 채웠다. 12경기에 나서 타율 0.261, 2홈런, 도루 3개를 기록했다. 조범현 감독은 그를 톱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상황에 따라 중심 타선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조범현 감독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외국인 투수 3명의 활약 여부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144경기를 펼친다. kt가 쌍방울의 신생팀 최고 승률 0.425를 넘기 위해선 62승(82패) 이상을 거둬야 한다. 62승을 거두면 승률 0.431을 기록하게 된다. 62승 중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과 앤드류 시스코, 필 어윈이 책임져야 할 승수는 최소 25승이다.

신생팀이 4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기 위해선 선발투수 3명이 확실한 활약을 보여야 한다. 불펜과 야수진의 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발 3명이 많은 이닝과 승리를 책임져 전력의 부하를 메워야 한다. 실제로 쌍방울과 NC는 고정된 1~3선발이 맹활약을 펼쳐 4할 승률을 거둘 수 있었다. 쌍방울은 1군 진입 첫해였던 1991년, 1~3선발이 팀 승리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박성기(10승)·조규제(9승)·강길용(8승)이 27승을 거뒀다. 쌍방울이 기록한 52승의 52%에 달한다. NC도 2013년 52승을 거두며 4할 승률을 기록했다. 이 중 외국인 투수 3명이 챙긴 승리는 총 19승(36.5%)이다. 찰리 쉬렉은 11승을 거뒀다. 에릭 해커, 아담 윌크는 각각 4승에 그쳤지만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각각 16회, 8회 기록했다. 2013년이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었고, 세 외국인 투수가 수비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교적 좋은 기록이다. kt의 1~3선발은 NC 외국인 선수 3명이 기록한 승수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외인 3인방 최소 25승 이상 거둬야

kt 외국인 선수 세 명이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투구 내용은 비교적 괜찮다. 특히 필 어윈과 옥스프링은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며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어윈은 3경기에 선발 출전해 15이닝 동안 4실점(4자책점), 방어율 2.40을 기록했다. 옥스프링도 2경기에서 5.2이닝 동안 2실점해 방어율 3.18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문제는 시스코다. 그는 3경기에서 방어율 10.29로 최악이었다. 볼 끝이 높게 형성된 데다 구종별 투구 폼이 미세하게 변화되는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팀 전력분석팀이 현미경 분석에 들어갈 경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는 kt가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을 넘기 힘들다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서울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 팀 감독, 선수, 해설위원 등 50명의 전문가 중 36명(72%)이 ‘kt가 최하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9위 혹은 10위에 머무를 것이라는 응답이 82%에 달했다. 예상 승률도 조범현 감독의 목표치와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 50명이 예상한 kt의 예상 승률 평균은 0.377이다. 144경기 중 54승(90패)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는 얘기다. 빙그레보다는 높지만 쌍방울·NC보다는 낮은 성적이다. 조범현 감독의 목표치인 62승과는 8승 정도가 차이 난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에 불과하다. 정규 시즌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 여부와 팀워크, 벤치 멤버의 깜짝 활약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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