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정치적 이벤트 그치면 성공 못해
  • 박명호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5.04.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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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정 정국, 집권 3년 차 난관 돌파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흔적

박근혜 정부의 첫 사정(司正) 작업이 시작됐다. 신호탄은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이다. 이후 경남기업으로 이어졌고, 다음은 어디어디라는 설이 파다하다. 해외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에 대한 수사와 감사가 진행됐거나 시작될 예정이기도 하다.

고갈된 국정 동력 확보할 계기 필요했던 듯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정부패 청산에 대한 이완구 총리의 각오 또한 대단하다. 부정부패, 반드시 언제나 청산해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중 27위. 이 지수가 실제 부패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및 정치인들에게 부패가 존재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하는 정도다. 하지만 부패인식지수가 높다는 것은 국민이 그만큼 ‘나라가 썩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부패 청산, ‘언제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3월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뒤쪽은 황교안 법무부장관. ⓒ 연합뉴스
문제는 사정이 그렇게 순수한 의도로만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여권 내 ‘친이(親李)’가 반발했다. 포스코 수사가 전임 정권 당시 이루어진 인수와 합병에 맞춰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권의 주요 인사들이 수사 대상이다. ‘기획수사’ 의심이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고 수사에 들어가나. 그러니 기획수사란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누군가는 “박근혜 정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정권인 줄 아느냐”고도 했다. 그들은 이번 사정에 대해 청와대 의지와 계획에 따라 총리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본다.

사정은 부정부패 청산이 목적이지만 언제나 정치적으로 해석되었다. 사정이 대통령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정치적으로 활용되었다고 해석할 만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면 전환용 카드는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대형 남북 관계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전임 정권을 향한 사정이다. 과거를 보면 남북 관련 카드보다는 사정이 사용된 경우가 더 많았다.

사정의 시기는 공교롭게도 집권 3년 차가 대부분이다. 5년 임기 대통령의 집권 3년 차는 중요하다. 정권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하지만 이래저래 쉽지 않다. 관료와 여당이 청와대와 슬슬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시기가 3년 차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정치적 지향점과 여당의 그것이 조금씩 괴리를 보이는 시점이다. 따라서 권력의 입장에서 존재감을 분명히 하고 칼을 휘두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3년 차다.

2010년 10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만연해 있는 권력 비리, 토착 비리, 교육 비리를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고 말했고, 그 직후 기업 수사가 시작됐다. 이 시기 이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참패했다. 지방선거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고자 냈던 김태호 국무총리 지명 카드는 실패했다. 이어서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여권의 권력 추는 당시 박근혜 의원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역시 집권 3년 차의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전 방위 부패 청산’을 강조했다. 이때 역시 집권 열린우리당은 4월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오일 게이트’와 ‘행담도 게이트’ 의혹 등으로 청와대는 수세에 몰렸다. 결국 집권 3년 차의 사정은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정치적으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누구라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명분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사정이 시작된 정치적 배경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연말정산 파동, 잇단 인사 실패 논란 등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2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이하로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시키고 고갈된 국정 동력을 확보할 계기가 필요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주일 만에 대통령·총리 발언에서 수사까지

이번 박근혜 정부의 사정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흔적도 많다. 시간적으로 보자. 3월6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사회 지도층 비리 대응 방안’이 발표되면서 대기업 부정부패 엄단 필요성이 제기되고, 11일 대통령이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부패 척결을 강하게 주문한다. 다음 날인 12일 국무총리는 담화문을 발표하며 “방산 비리, 해외 자원개발 관련 배임과 국부 유출, 대기업 비자금 조성 그리고 청와대 문건 유출에서 드러난 공직자의 일탈 행위 등 4개 분야를 제시”했다. 총리는 “당면한 경제 살리기와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부패를 척결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13일 검찰은 포스코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한다.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어서 20일에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법무부·공정거래위·금융위·국세청·관세청·경찰청·금감원, 그리고 부패척결추진단장 등 정부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이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개최해 “공공·민생·경제·금융 등 분야에서 우선 추진할 과제들을 선정”해 범정부적 부패 척결을 추진하는 계획을 논의한다. 이 회의에서는 사정기관 간 협업 체계를 마련하고 기관별로 구체적 사정 대상까지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됐다고 볼 만하다.

사정의 성공은 원칙을 지킬 때 가능하다. 국면 전환용 정치적 이벤트에 머무르면 부정부패 척결의 순수한 의도는 실현할 수 없다. 따라서 부정부패 청산은 장기 목표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정치적 의도가 부각되면 사정이 성공해도 정치적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신구(新舊) 정권 간 정치적 갈등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사정은 신속하게 원칙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검찰의 판단과 행동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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