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 언론
  • 윤길주 | 편집국장 ()
  • 승인 2015.04.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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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태진아씨의 억대 도박설 보도와 관련해 시끄럽습니다. 맨 처음 보도한 매체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저널USA’라는 곳입니다. 태진아씨는 이 매체의 기자가 기사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한 스포츠신문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후 한국의 여러 언론이 이를 보도했고, 양측 간에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태진아씨가 ‘시사저널USA’ 대표를 명예훼손 및 공갈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만큼 억대 도박설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이와 별개로 이번에 언론을 빙자한 추잡한 행태가 드러났습니다. 기사를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고,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온 시사저널 제호를 도용해 잇속을 챙기는 데 써먹은 것입니다. 태진아씨는 3월24일 지인과 ‘시사저널USA’ 대표라는 사람이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조폭을 연상케 합니다. 통화에서 그는 “(기사가 나가면) 태진아 끝나고 기획사도 끝나고 돈만 한 100억 물어주고 인생 끝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최하 20만불은 해주면 좋겠는데”라고 요구합니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USA’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진아씨 측이 녹취록을 짜깁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해명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육성 그대로 20만 달러를 요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협박해서 갈취하는 것은 사이비 언론의 전형입니다. 억대 도박판의 진실과 상관없이 돈을 요구했다는 것은 취재 자체에 불순한 동기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태진아씨 관련 보도가 나간 후 시사저널에는 ‘시사저널USA’와의 관계를 묻는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시사저널USA’가 시사저널 제호를 쓰는 데다 디자인까지 교묘하게 식별이 어렵도록 해서 생긴 일입니다. 하지만 시사저널은 ‘시사저널USA’와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이들이 무단으로 제호를 도용한 것입니다. 시사저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매체에도 제호 사용권을 준 적이 없습니다.

이들이 제호를 도둑질한 속셈은 빤합니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저널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배경으로 뭔가 이득을 보겠다는 것입니다. ‘시사저널USA’ 대표의 녹취록에서도 그 의도가 드러납니다. 그는 태진아씨 지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시사저널 한국하고 연결해가지고 창간했는데 투자자가 많이 필요한 걸로 알고 있고”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시사저널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돈을 끌어들일 궁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가 커지자 그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시사저널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물러섭니다. 뭔가 한 건 하려다 여의치 않자 슬그머니 발뺌을 한 걸로 보입니다. 이런 부류가 언론인 행세를 하며 또 어떤 짓을 저지를지 우려스럽습니다.

‘김영란법’에 언론인을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여전합니다. 언론 자유 침해 등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에도 많은 국민이 찬성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태진아씨 사건에서 보듯이 일부 얼치기들이 언론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친 채 사이비 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언론계가 불신받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언론이 공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뼈아픕니다. 시사저널은 다시 한 번 정도를 걷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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