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도 안 되는데 800억에 인수하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4.02 17: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코건설, 산토스CMI 인수 관련 이사회 보고서 부실 의혹

“경영진이 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매우 장래성 있는 기업으로 보고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포스코 사외이사로 있을 때 ‘부실 기업’ 성진지오텍 인수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안 의원 측이 이를 반박하면서 언급한 당시 상황이다. 인수 여부를 판단할 근거부터 결과적으로 엉터리였다는 얘기다. 포스코가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의 보유 지분을 높은 가격으로 매입한 점은 이사회에 아예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주식 인수 과정에서 특혜를 준 부분은 쏙 빼놓은 채 보고를 한 셈이다.

이러한 행태는 포스코 본사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현재 검찰로부터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 이사회에서도 석연치 않은 상황이 여러 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그중 하나가 산토스CMI 인수 건이다. 포스코건설은 2011년 2월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함께 에콰도르의 플랜트 시공업체인 산토스CMI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8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중남미 건설 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포스코건설은 이후 지분 10%를 더 인수해 총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 사옥 ⓒ 시사저널 포토
“산토스CMI는 남미의 성진지오텍”

하지만 포스코건설의 기대와 달리 산토스CMI 관련 법인은 인수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누적 손실액이 573억원에 이른다. 포스코건설은 “양질의 수주 확대로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매출이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황이 나아질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산토스CMI의 계속된 적자는 모회사인 포스코건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당초 예상됐던 일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포스코건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회사의 평가액이 100억원도 안 되는데 왜 800억원이나 주고 인수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전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뻥튀기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사회에 올린 평가 자료에 평가액이 얼마로 나와 있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프랑스 등의 글로벌 재무컨설팅 감정 결과 산토스CMI의 가치 평가액은 최대 1억2000만 달러(약 1324억원)였다. 그래서 1억 달러(약 1103억원)를 기준으로 지분 80%를 7880만 달러(약 87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처음에는 ‘인수 불가’ 방침이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도 경영진이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이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포스코건설은 “이사회 회의록은 회사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의 전체 내용이 아닌 해당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는 확인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설명과 함께 두 번째 질의서를 보내자 답변이 왔다. 포스코건설은 “남미 건설 시장 확대 및 본사 남미 프로젝트의 안정적 시공 지원을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한 사안이라 이사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이 산토스CMI 인수에 투입한 비용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비용과 투자비용 그리고 누적 적자를 모두 합한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토스CMI를 두고 ‘남미의 성진지오텍’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인수비용, 투자금액도 회사 기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성진지오텍 인수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산토스CMI 인수와 관련해 좀 더 명확한 설명을 부탁한다’고 다시 질의서를 보내자 “인수 후 누적 손익은 5190만 달러(약 573억원)”라고 밝혔다.

3월13일 인천시 연수구 포스코건설 건물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족 명의 통장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

중국 다롄(대련) 시에 있는 포스코 IT센터 복합 개발 사업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2011년 4월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당시 예상한 회사 투자비용은 3000억원이었다. 포스코건설은 다양한 공법이 접목될 포스코 IT센터가 다롄 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분양 실적이 좋지 않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현재 분양률은 60%대 수준”이라며 “손익은 영업비밀이어서 말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 사업의 경우 당초 투자자에 포함됐던 한 기업이 이사회 승인 후 빠진 것을 두고 ‘이사회 허위 보고’ 의혹이 제기됐다. 이사회 승인을 앞두고 투자자로 이름만 올려놨다가 승인이 되자마자 빠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11월 이사회 승인 후 2011년 3월 해당 기업이 스스로 사업 참여 결정을 번복해 통보를 해왔다”며 “투자자 결정 번복에 따라 2011년 8월 이사회에 투자자 변경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족 현채(현지 채용) 직원 M씨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직원이 호주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