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는 우리의 확실하고 든든한 물주”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4.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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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 유출 주범 하베스트사, 지난 2월 IR 자료 만들어 홍보

지난 2월 대한민국은 자원외교 국부 유출 논란으로 들썩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사 인수 건이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사의 한 계열사를 인수하며 1조30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선 이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인수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웠다. 이 문제는 지금도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당시 정작 하베스트사는 석유공사로부터 확실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홍보하는 자료를 만든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은 PT 파일 총 25장으로 구성된 하베스트사의 IR 자료(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자사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자료)를 입수했다. 표지에 ‘February 2015’라고 적혀 있어 올 2월에 작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초 국부 유출 논란을 빚고 있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현장조사를 마친 국회 자원외교 국조특위 이현재·김현·전정희·김태흠 위원(왼쪽부터). ⓒ 전정희 의원실 제공
하베스트에 앞으로도 5조원 더 들어갈 판

영어로 작성된 이 자료엔 회사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중 특히 석유공사와 관련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하베스트사는 석유공사를 ‘Strong Parent(건전한 모회사)’로 소개했다. 하베스트사가 ‘건전한’ 모회사로 소개한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4년 기준 180%에 달한다. 그럼에도 하베스트사 입장에서 석유공사는 안정적 자금 조달이 가능한 든든한 모기업일 뿐이었다.

하베스트 IR 자료 23번째 결론 페이지엔 큰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Strong demonstrated financial support from KNOC’, 즉 한국석유공사(KNOC)로부터 든든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계 컨설팅업체 임원 A씨는 “이 문구는 그야말로 투자자들은 안심해도 좋다는 뜻으로 쓴 것이다. 한마디로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원외교와 관련해 성공불융자 심의위원을 맡았던 한 인사도 “이건 나랏돈을 쓰는 석유공사를 물주처럼 생각한다는 건데, 특히 하베스트 인수 부실로 논란이 일었던 2월에 이런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이 참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석유공사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일반적 기업홍보 자료로서 원론적인 내용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향후 하베스트사에는 얼마만큼의 돈이 더 들어가게 될까. 본지가 석유공사 해외자원사업팀이 작성한 내부 자료를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설비투자 등에 50억6100만 달러가 더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돈으로 5조원이 넘는다. 국회 자원외교 국조특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은 “석유공사는 유가 인상을 기대하면서 2015년부터는 당기순이익이 날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유가에 기대 이런 전망치를 내놓는 것은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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