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벤츠 사면 미국보다 9000만원 비싸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4.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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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폐지·유로화 가치 하락에도 유럽 차 가격 오르기만

독일 현지에서 약 4343만원인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C200)는 한국에 오면 4860만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독일에서 1억3014만원짜리 차(S500롱)는 한국에서 1억9340만원으로 껑충 뛴다. 한국 소비자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비싸게 수입 자동차를 산다. 같은 수입차라도 외국보다 비싸다. 소비자와 자동차업계는 “수입차의 독점적 횡포”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가운데 2대는 수입차일 정도지만 가격은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20만대에 육박한다. 10만대를 넘긴 2011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판매량이 두 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가운데 7대는 독일산이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수입차 전시장. ⓒ 시사저널 최준필
2011년 7월 한-유럽(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8%이던 유럽산 차에 대한 관세율은 3년 동안 4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락하다가 지난해 7월 없어졌다. 그러나 유럽산 차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국내에서 5190만원이던 벤츠 C220은 2013년 관세가 1.6%로 낮아졌는데도 오히려 53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후에는 신모델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5600만원으로 뛰었다. 또 국내 판매 1~2위를 다투는 BMW 520d는 FTA 이전 6240만원이었지만 현재 6390만원으로 올라 있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FTA 이전 가격이 4330만원이었는데 현재 4830만원이다. 이처럼 차량 가격이 FTA 이전보다 비싸졌지만,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관세가 낮아질 때는 찔끔 내리고 신모델이라는 이유로 왕창 올리는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관세가 없어지면서 제반 세금도 줄어들었다. 수입원가에 관세를 더한 금액에 매기는 개별소비세가 줄었고, 이후 줄줄이 붙는 교육세·마진·부가가치세도 낮아졌다. 따라서 실제 차량 가격은 관세분보다 더 싸져야 한다. 차 가격이 더 내려야 하는 배경에는 유로화 가치 하락도 있다. 한-EU FTA 발효 당시인 2011년 유로·원 환율은 1유로당 1500원대였으나 올해 4월1일 1유로당 1100원대로 낮아졌다. 만일 유럽에서 3만 유로짜리 차를 과거 4500만원에 수입했다면 지금은 3300만원에 들여온다는 의미다.

부품·수리비도 외국보다 비싸

‘본사 정책’이라든가 ‘모델이 바뀌면서 고급 사양이 적용됐기 때문’이라는 게 수입차업체들의 해명이다. 그러나 사양은 소비자가 선택할 여지 없이 강제로 추가됐다. 신모델도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나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 : 겉모양만 바꾸는 것) 정도다.

게다가 한국에 파는 유럽산 차의 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벤츠 C200은 한국에서 4860만원이다. 미국에서는 이보다 상위급인 모델(C300)이 약 4335만원이다. S500롱 모델은 한국에서 1억9340만원인데, 상위급(S550)이 미국에서 1억384만원에 팔린다. 상위급 차가 미국에선 우리나라보다 무려 9000만원이나 싼 셈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관세·환율 등의 혜택이 수입업체의 배만 불려준 꼴이다. 게다가 기본적인 선택 사양에도 추가금을 매겨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한 수입차 영업직원은 “시트 색상은 검정이 기본인데 베이지로 하고 싶으면 추가금 70만~80만원을 내야 한다”며 “차를 받는 기간도 3개월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가 떨어질 때마다 차 가격도 50만~100만원 낮아져야 정상”이라며 “시트 색상과 같은 기본적인 선택 사양에도 돈을 받는 것은 국제 판매 방침과 다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차업체 “본사 정책” “고급 사양 적용”

차 가격이 오르면 부품비와 공임도 덩달아 증가해 소비자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수입차를 타는 주영래씨(38)는 “헤드램프 한 쌍을 교체하는 데 200만원이 넘어서 깜짝 놀랐다”며 “수입차 부품 가격과 공임 산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지난해 12월 수입차 주요 부품의 국내외 가격을 조사했다. 30개 부품 가운데 17개가 해외 평균 가격보다 2배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E300 앞범퍼의 경우 한국이 독일에 비해 1.3배(14만3000원) 비싸고, 헤드램프 가격도 한국이 미국에 비해 1.6배(99만8000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시모는 “수입차 부품은 공식 수입업체에서 수입한 후 정해진 공급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유통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부품 가격은 시장 경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입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 부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또 순정부품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부품 인증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도 있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는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전체 수리비(부품비 30~50% 저렴, 공임 30% 저렴)가 최소 30% 이상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입한 부품으로 공식 정비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받아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일반 정비소에서도 수리를 받을 수 없다. 수입차 정비 관련 매뉴얼이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 아무개씨는 “간단한 부품을 해외 직접 구매를 통해 사서 내가 직접 수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입업체는 부품을 독점 공급하므로 공임도 비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자동차 수리 건수 486만3996건 중 수입 자동차 관련 수리 건수는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수리비용은 전체 4조5516억원 가운데 6419억원으로 14.1%를 차지했다. 2011년 수입차 건당 수리비는 261만8000원으로 국산차 수리비보다 3.1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벤츠·BMW 등 유럽산 차의 시간당 공임은 6만원 이상으로 국산차보다 3배 높다. 게다가 같은 브랜드의 공식 서비스센터라도 서울 강남 등 수리 차량이 많이 몰리는 곳일수록 비싸다. 

판매 경쟁으로 수입업체의 마진이 줄어들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부품비나 공임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3년 수리비 부당 이익 의혹이 일자 검찰은 수입차 판매사 18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하지는 못했다. 한 수입차 사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의 공임은 시간당 100유로(약 14만원)인 독일보다 싸다”며 “수리비를 낮추는 것보다 그에 상응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6개월 넘었는데도 차 받지 못했다” 


윤 아무개씨는 지난해 가을 벤츠 차량(S350 블루텍 롱)을 계약했다. 1억4220만원짜리 고급 승용차인데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차를 받지 못했다. 수입업체 차고에 재고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계약을 한 후에야 독일 본사에 주문을 넣기 때문에 현지의 생산 일정, 물량 배정 시기 등에 따라 국내 소비자는 차를 받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달 판매량의 2~3배를 재고로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인데, 수입업체는 재고를 확보하지 않아 소비자가 차량을 받으려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며 “차량 계약 후 출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소비자에게는 어떤 보상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차를 계약할 때 수입업체는 자사 할부금융사를 이용하도록 소비자를 유도한다. 한 수입차 영업사원은 “차 할부금을 우리 할부금융사를 통해 내면 할인액이 커지고 엔진오일도 평생 무료로 교환해준다”고 말했다. 이 말에 40대 직장인 심 아무개씨는 수입차사에서 운영하는 할부금융사를 통해 36개월 동안 찻값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매월 납부하는 할부금에 고금리가 붙는다. 심씨는 매월 8%에 육박하는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수입차의 할부금융사 금리는 7~11%로 국산 차(5~6%)보다 높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진이 줄어들어 수리비나 할부금융사의 고금리로 보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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