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기업 논리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04.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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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30년간 중앙대학교에서 봉직하다가 2013년 정년을 4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했다. 중앙대는 필자에게는 하나밖에 없었던 평생직장이었던 셈이다. 바로 그 학교가 요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말 대학본부가 내놓은 구조개혁안이 교수들의 거센 반대에 봉착하더니, 뒤이어서 박범훈 전 총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있을 때 중앙대만 1캠퍼스와 2캠퍼스를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는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를 통합해 운영하는 1차 구조조정을 하더니, 이제는 학과를 사실상 폐지함으로써 비인기 강좌를 도태시키려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학은 스스로를 기능적 지식을 가르치는 곳으로 생각하고, 청와대 수석은 자기가 총장을 지냈던 대학을 위해 편법을 동원했으니,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대학은 경제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조직인데, 대학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이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금의 중앙대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앙대를 비롯한 우리 대학들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에 안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안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는 학과가 너무 많다는 것인데, 수도권 중상위 대학이 특히 그러하다. 1980년대에는 고교 졸업생 숫자에 비해 대학 정원이 적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기가 어려웠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목표인 학생들은 학과를 가리지 않고 지망을 했다. 정부가 서울 소재 대학들에 분교 설립을 허용하자 수원·안산·안성·용인 등에 여러 대학이 경쟁적으로 지방캠퍼스를 설립했다.

지방캠퍼스 정책은 해당 대학의 규모를 키워주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사실상 실패한 게 아니냐는 말이 오래전에 나왔다. 김영삼 정부가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채택하자 지방에는 대학 신설과 증원 붐이 일었다. 이렇게 양적 팽창을 거듭해온 한국의 대학들은 IT 혁명으로 인한 경제 구조 변화, 1997년 외환위기 등으로 시련을 겪더니 이제는 저출산 시대를 맞아 입학생이 급감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방에는 정원을 반도 못 채우는 대학이 생겨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부는 대학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회생이 불가능한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설립자 재단이 대학 문을 닫고 자산의 일정 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줄 필요도 있다. 대학도 학문 간 장벽을 허물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학과목을 개설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몇 대학은 학문도 살고 학생들의 실용적 욕구에도 부응하는 개혁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법인을 운영하는 중앙대의 경우에는 상식을 벗어나는 급격한 구조 개혁을 밀어붙이더니 급기야 전직 총장이 연루된 대형 의혹을 야기하고 말았다. 대학은 대학을 아는 사람이 운영해야 하는 법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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