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100억대 횡령 사건은 내부의 조직적 범죄”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4.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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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여직원 육성 증언 단독 입수…“노무후생 그룹장·감사팀·감사본부장도 한통속”

포스코건설의 ‘비정규직 여직원 100억대 횡령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시사저널 2014년 2월13일자 ‘포스코건설 횡령액 축소·은폐됐다’, 2015년 3월26일자 ‘포스코건설 100억대 횡령 사건 또 있었다’ 기사 참조). 현재 횡령 혐의로 청주 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직원 김 아무개씨가 “회사 고위 간부 등 내부 직원이 광범위하게 연루된 조직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횡령 등 내부 비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 부서의 상임이사까지 이 사건에 연루돼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100억원대의 비자금은 직원들에게 골고루 뿌려졌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또한 포스코건설은 자체 감사를 통해 이 같은 김씨의 증언을 확보했지만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사건을 은폐했으며, 이 과정에서 횡령액을 대폭 축소했다고 덧붙였다. 시사저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씨의 육성 녹취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지난해 11월4일 김씨에 대해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47회에 걸쳐 8억여 원을 횡령하고 101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했다. 포스코건설은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지난해 1월21일부터 “횡령액이 30억원에 불과하다”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건설은 “횡령액을 축소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자체 감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 30억원이었을 뿐이다.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100억원대로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4월7일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코스틸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포스코건설 내부 문건 “횡령 금액 122억원”

그러나 시사저널이 입수한 회사 내부 문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회사 공식 입장을 밝힌 1월21일에 이미 횡령 금액이 1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가 같은 날 작성해 정동화 당시 포스코건설 부회장에게까지 보고된 ‘현장 숙소 임차보증금 횡령 사건 보고’를 보면, 김씨가 5개 현장에서 ‘122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122억원이라는 액수조차 정확한 것이 아니다. 이 금액은 현장 숙소 임차보증금에 대한 감사 결과일 뿐 원가(공사 경비) 부분은 빠져 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감사팀에서 나를 조사할 때 (횡령) 금액이 다 나타나지는 않았어요. 숙소 임차보증금에 대한 감사밖에 안 나와 있는 거잖아요. 원가가 빠진 거예요. (원가에서 횡령한 금액이) 10억원이 넘을걸요”라고 말했다. 원가 부분을 포함할 경우 횡령 금액이 13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김씨의 증언이다.

김씨는 포스코건설의 허술한 시스템 때문에 횡령이 너무나 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스템 자체가 너무 허술하고 투박해서 (중략)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증빙지 같은 게 몇 년 동안 한 번도 없는데, 이거 실제로 일일이 어떻게 찾아. 못 찾잖아”라며 “예를 들어 900만원 전력비를 1000만원으로 치고, 증빙지가 맞지 않아도 돈은 나오는 거지. 처음에는 그게 (실수로) 잘못 쳐졌어. 그런데 돈이 들어온 거지. (그다음부터) 내 마음대로 풀었다가 내 마음대로 다 정산하고”라고 밝혔다. 당시 김씨의 신분은 공사 현장의 비정규직 경리직원에 불과했다. 이런 김씨가 마음대로 공금을 빼내 쓸 수 있었다면, 다른 현장에서도 얼마든지 횡령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포스코건설의 내부 감시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스코건설은 사업장에 대해 매년 말 반드시 회계결산을 받도록 하고 있다. 김씨가 작성해 올린 결산 서류는 현장 FA(자금 관리자)·SM(현장 관리자)의 결재를 받은 후 토목환경사업본부 사업기획그룹의 확인을 거쳐 마지막으로 경영기획본부 재무관리그룹으로부터 최종 결재를 받는다. 크게는 3단계 결재 과정에서 4년여 동안 100억원에 이르는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횡령에 회사 내부 고위 간부들까지 연루돼 있음을 암시하는 증언을 했다. 김씨는 “(강화도 마니산에 있는 음식점) XXXX 있잖아. 거기에서 뭐든지 다 발단을 해, 그곳에서. 그런데 그곳에서 ○○○(노무후생 그룹장), 감사팀, 감사 본부장도 다 거기 한통속이야, 다. 내가 그건 잘 알아. 내가 이거는 (감사 과정에서) 말 안 했었는데 내가 그 토목 OB하고, 김 부장부터 시작해서, 이런 사람들이 거기서 모여가지고 회의하고 이랬는데…”라고 했다. 김씨는 횡령 사건이 밝혀지기 직전인 지난해 1월5일에도 XXXX 음식점에서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돈 거래가 너무 많아”…상납에 향응 접대까지

김씨가 만든 횡령 자금은 포스코건설 고위 간부 등 내부 직원들에게 상납됐다. 김씨의 범죄를 회사 내부에서 알고 있었고, 이를 최소한 묵인했다는 것을 뜻한다. 김씨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 다 이렇게 얽혀져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1000만원을 보낸 것도 ○○○ 부장이 나한테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거쳐서 할 수는 있었다는 것이고. 소장님이 나한테 ‘오늘 누가 갈 거다’ 그러면 그 사람이 위에서부터 연락을 받고, 소장님을 만나러 오는, 이런 거라니까. 그 사람 말고도 많아. 돈 거래가 너무 많아”라면서 “(감사 과정에서) 내 계좌에서뿐만 아니라 △△ 추적했을 때 상대방 계좌에서도 내가 나타났어”라고 밝혔다. 상납을 한 상대방이 누군지 모를 정도로 빈번한 돈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다.

향응 접대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녹취파일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내가 여직원임에도 불구하고 FA(자금 관리자) 회의에 갔단 말이에요. 그래가지고 그때서부터 쭉 계산, 뭐 회 먹고 다녔지. 그리고 나서 그다음에 골프가 되면서 (골프 접대의 경우) 중간에 연결 고리책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나한테 부탁을 했어. 어쨌든 부탁은 나한테 다 한 거고. 골프나 이런 것들은 말하자면 다 그룹장 이상(을 접대했다). □□□ 감사님도 ◇◇◇ 상무님이랑 골프를 쳤을 것 같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면, 예약을 하고 나면 나중에 누구랑 갔다 왔다 이런 얘기가 거쳐서 나한테 들어오니까. (골프 접대는) 너무 많아. 이 얘기는 이미 내가 감사실에서 조사받을 때 얘기를 다 했어.”

그러나 횡령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아무개 토목환경사업본부장과 시공총괄 김 아무개 상무보가 사직했고, 현장 직원 4명이 징계면직 처리됐을 뿐이다. 심지어 포스코건설 재무 회계 그룹장 서 아무개 상무보는 포스코 본사 그룹장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검찰에서도 여직원 김씨 외에 기소한 사람은 없다. 검찰은 김씨의 횡령 금액을 109억여 원으로 봤는데, 이는 포스코건설 자체 조사에서 밝혀진 122억여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109억여 원 중 사용처를 밝혀낸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54억여 원에 불과했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회사가 된다. 포스코건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도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포스코건설이 이번 사건을 김씨의 109억원 횡령 단독 범행으로 간주해 더 이상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검찰 조사 받을 때 회사에서 낸 서류는, 내가 회사에서 조사받을 때의 10%도 안 돼요. 이 횡령 금액 이거는, 내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만약 진실을 말했다가) 이 사람들(포스코건설)이 지금 나한테 또 막 힘들게 하면 어떡해.”


ⓒ 시사저널 임준선
포스코건설이 ‘비정규직 경리 여직원 100억대 횡령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에 대한 찍어내기 감사와 노조 탄압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민수 글로벌마케팅부장은 최근 시사저널 기자와 만나 이와 같은 주장과 함께 정황 자료들을 제시했다.

박 부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리 여직원인 피의자 김 아무개씨와 7000만원을 거래한 혐의로 회사 측으로부터 면직 처리됐다. 그러나 검찰은 박 부장이 김씨의 횡령 사건에 연루돼 있지 않다고 보고,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박 부장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박 부장은 부당해고 소송을 노동위원회에 제기했고, 중앙노동위에서도 승소했다. 그러자 이번엔 회사 측이 중노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1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건설이 7000만원 건에 대해서만 유독 물고 늘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부장은 “자체 감사 도중 감사 부서 직원들에게 회사가 나를 찍었고, 결과에 관계없이 해고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회사는 나를 ‘내부 고발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사저널의 ‘포스코건설 횡령액 축소·은폐됐다’(2014년 2월13일자)는 기사가 나의 제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부장이 주도해 만든 노조는 회사가 박 부장을 찍어내려고 했던 결정적인 이유로 보인다. 박 부장은 이번 횡령 사건이 불거지면서 포스코건설 내 한국노총 산하 노조를 건립했다. 포스코건설은 즉각 박 부장을 상대로 노조를 해체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박 부장이 공개한 포스코건설 임원 A씨의 녹취록을 보면, A씨는 “조용히 나가라. 중국 대련으로 가라. 그러면 정년퇴직할 정도까지는 책임질 것이다”라면서 “내 말 안 들으면 징계면직시킬 거다. 물론 소송 가면 회사가 진다. 지노위(지방노동위원회) 가서 지면 중노위로 항소할 것이고, 중노위 가서 지면 행정심판으로 항소할 것이고, 행정심판 가서 지면 복직시키고 다시 자를 거다. 너 자신 있으면 붙어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부장은 “내가 원하는 것은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다. 노조를 탄압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노총과 연대해 법적 투쟁을 할 것이다. 아울러 회사 측의 부당한 처우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도 요구한다. 회사의 적절한 보상이 없을 경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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