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김정은도 “보면 뭘 해”
  •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 승인 2015.04.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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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친구’…북핵 문제 장기화 가능성 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제 유일한 ‘불량’ 핵개발국은 북한만 남게 됐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없이는 회담 재개는 없다”고 못 박았고, 유엔 주재 북한 외교관도 “이란 핵 협상 타결에 북한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대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불량 적성국가들 중 미얀마와는 관계를 정상화했고, 53년간 눈엣가시였던 쿠바와도 정상화 과정을 순탄하게 밟아가고 있다. 중동의 대국 이란과도 핵 협상을 타결했으므로, 이제 북한의 핵개발마저 저지하면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외교 치적을 남길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의 명예도 드높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로 여소야대 정국 구도가 형성돼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외교에서 성과를 거두면 정국 주도권을 거머쥘 수도 있을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 AP 연합
오바마, 성공 가능성 작아 신중하게 접근

그러나 총체적으로 볼 때 오바마가 북핵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먼저 이란과 큰 틀에서의 합의는 보았지만, 6월30일까지 이란 핵 활동 제한 이행 방법과 제재 해제 조건 및 시점,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문을 타결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 합의 내용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다르게 나오는 등 협상 과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상당한 외교력이 소요될 전망이다. 의회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의 이의 제기와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의 저항도 거셀 것이다. 공화당은 합의에 대해 엄중하고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벼르고 있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합법화해주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와 미국 행정부는 이런 비판과 반발을 무마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설령 북핵 문제에 관심을 두더라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오바마가 첫 임기를 시작한 직후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할 때 북한은 보란 듯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모욕을 가했다. 2012년에도 2·29 합의를 북한이 한 달여 만에 깨버렸다. 이처럼 오바마에게 북한은 믿기 어려운 존재이며 협상하고 싶지 않은 상대다. 더구나 북한은 오바마를 여러 차례 인신모독적인 표현으로 모욕해 감정적으로도 상대하고 싶지 않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북한이 북·미 간에 이루어진 제네바 핵 합의, 9·19 공동성명, 2·13 합의 등 여러 핵 합의를 번번이 위반했기 때문에 설사 북한이 또다시 핵 포기에 합의하더라도 신뢰의 문제는 계속 남을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핵 포기 대가가 워낙 잡다하고 무리한 것들이 많아 다 들어주기 어렵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특히 이란과 달리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핵 실전 능력 보유 직전이라서 핵 포기의 대가는 대북 제재 해제와 북·미 관계 정상화 및 경제 지원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를 포함하는 등 크고 많을 것이다. 이를 다 들어주면 협상에서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경험상 협상 상대로서 북한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도 선뜻 협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실패하거나, 설사 타협을 보더라도 북한이 또다시 기만적으로 이를 파기하면 이제까지 오바마 자신이 외교에서 쌓아온 공든 탑이 일거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갖고 있을 것이다. 설령 북한이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핵물질 제거에 성공하더라도 소프트웨어로서의 핵개발 능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미국 내 방산업체와 이들의 로비를 받는 정치인들의 조직적인 방해를 극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상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미국의 대외전략 자체에서 연유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4년 이상 추진해온 대외 전략 기조인 아시아 중시 전략 또는 아·태 재균형 전략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일 안보 협력까지 엮어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제를 ‘반중(反中) 동맹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 이를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굳이 이 시점에 미국이 북한과 핵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기 또한 별로 없어 보인다.

김정은, 핵 가격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생각

북한의 김정은 역시 선뜻 핵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 경제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북한 경제가 위축되기보다는 2011년께부터 내수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아직은 미미하지만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세 차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조금만 더 버티면 사실상의 핵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협상에 나서기를 망설이게 할 것이다. 더구나 핵은 김정일의 유산이자 헌법에도 이미 보유를 명기한 사항이다.

체제 안전 보장 등 핵 포기 대가로 반드시 북한이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국 정부나 오바마 행정부가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도 김정은으로 하여금 협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차기 정부와 협상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김정은은 핵을 정권 유지의 대들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핵은 선군정치의 상징으로 군의 충성을 확보하고 정권의 위신을 드높이며 한국 및 미국과 적당한 긴장을 조성해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데 유용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 포기를 목표로 하는 협상에 굳이 나설 이유가 별로 없는 셈이다.

이처럼 지금으로서는 오바마와 김정은 모두 핵 협상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중국도 그동안 여러 차례 양국 간 중재를 시도했지만 협상이 5년 이상 재개되지 않아 상당히 지쳐 있는 듯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까지처럼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방치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북한의 핵 실전 능력 보유는 시간문제일 뿐이고, 이는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 치명적인 전략적 위기 상황을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한·미·중 3국 공동 타협안을 만들어 북한을 설득함으로써 주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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