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골프장 이륙하기도 전에 ‘삐그덕’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4.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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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추진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 선정 등 특혜 의혹

한국공항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김포공항 골프장 조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지방항공청 주관으로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2004년 11월25일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차관 주재 관계 기관 합동회의에서 골프장을 개발하기로 결정한 후 무려 10년 만에 첫 삽을 뜨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에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며 골프장 조성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사업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환경연합 등 44개 시민단체는 ‘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 습지 매립 반대·골프장 사업 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결성해 사업 중단을 촉구해왔다. 공대위 관계자는 “5월 중에 착공할 계획으로 알고 있는데 무리하게 강행하면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포공항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강서구 오곡동 일대. ⓒ 시사저널 최준필
토지 사용료 적게 내는 업체 사업자 선정

김포공항 골프장 조성 사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특혜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10일 입찰을 통해 민자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당시 3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이 중 2곳이 국내 보일러업계를 대표하는 귀뚜라미와 경동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결과는 귀뚜라미 측의 승리였다. 귀뚜라미랜드와 롯데건설이 손을 잡은 ‘김포골프클럽’이 경동나비엔과 대보건설의 ‘케이C.C.’를 제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그해 7월 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귀뚜라미랜드는 한탄강C.C.와 한탄강 게르마늄 온천호텔 등 레저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다. 8개사로 구성된 ‘김포골프클럽’에는 귀뚜라미랜드 외에 귀뚜라미복지재단, 귀뚜라미문화재단, (주)귀뚜라미 등 귀뚜라미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논란은 공항공사에 지불하는 연간 토지 사용료를 귀뚜라미 측보다 경동 측이 더 많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실제 경동 측이 제시한 금액은 45억원으로 귀뚜라미 측 제시 금액 36억원보다 9억원 더 많았다. 운영 기간이 20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를 포함해 2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낮게 제시한 입찰자를 사업자로 선정한 셈이다. 경동 측은 심사위원이 자료를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충분히 갖지 않았다며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공항공사는 토지 사용료 최고가를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며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공항공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공항공사에 토지 사용료를 가장 적게 제시한 업체가 어떻게 사업자로 선정됐는지 따져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귀뚜라미 측이 순이익의 25%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인사는 “골프장 사업의 경우 외부로 공개되는 순이익은 실제 얼마 되지 않는다”며 “순이익 25% 환원은 그럴싸하게 포장된 사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나 내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액수를 확인해 연락해달라고 하니까 1억원이라고 얘기하더라”며 “지역사회 환원 약속이 높은 점수를 받아 귀뚜라미 측이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특혜설이 도마에 올랐다. 김포공항과 인접한 서울 강서구 갑이 지역구인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골프장 조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정권 실세와 동향이고 평소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또 “사장까지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에게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김 사장은 “골프장 문제는 제 양심에 비춰서 부끄럽지 않게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김포공항 골프장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권 실세와 동향, 평소 친한 사이”

신 의원이 거론한 ‘정권 실세’ 개입설은 이미 지역에서 불거졌던 특혜 의혹 중 하나다. 귀뚜라미그룹의 오너 일가와 가까운 ‘친박(친박근혜)’ 정치인의 입김이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김석기 사장과 관련한 의혹에는 그의 고향인 경북 경주에 기반을 둔 사업가 김 아무개씨의 이름도 등장한다. 영남 지역 정·재계에 발이 넓은 김씨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귀뚜라미 측이 낙찰받게 된 배경에 김씨의 로비가 있었다고 한다”며 “청와대에서도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유일 골프장, 수익성은 ‘글쎄’ 


김포공항 골프장이 조성될 곳은 서울시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 일대 99만8126㎡(약 30만평) 규모의 부지다. 공항 활주로와 맞닿아 있어 개발제한구역에 항공기소음지역, 장애물제한지역이던 곳이다. 여기에 총 27홀(서울 18홀, 부천 9홀)의 골프장이 들어선다. 지역 주민을 위한 녹지공원과 체육시설도 별도로 조성될 계획이다.

골프장 조성을 반대하는 측은 전체 부지의 57%에 달하는 56만9000여㎡(약 17만평)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습지 생태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습지 식물 분포 면적이 넓고 다수의 야생동물 법정 보호종이 출현해 환경적 가치가 큰 만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습지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면 연간 수백만 명이 견학할 수 있는 공간이다”며 “경제적으로 따져도 골프장보다 훨씬 낫다”고 밝혔다. 서울시 환경 분야 협치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도 “생물 다양성 도시를 위해 습지를 적극적으로 보전해온 서울시와 서울 시민을 위해서는 습지 보전을 전제로 한 친환경적 개발과 이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골프장 조성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김포공항 골프장의 수익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홀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대중골프장인 데다 연간 36억원을 토지 사용료로 지급해야 하는 등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에서 관심을 보이다가 발을 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 유일의 골프장이라는 점에서 경제성과 함께 상징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귀뚜라미그룹처럼 골프 레저 사업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충분히 욕심을 내볼 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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