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세라 철학 수첩’ 비밀을 풀어내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4.30 18: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바위를 들어올려라>

또다시 한 기업인이 나라를 뒤흔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좋은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 바람직한 기업인과 올바른 경영철학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 부럽다. 일본에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며 존경받는 기업인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교세라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 기연 창업자)와 함께 ‘일본의 3대 기업가’로 꼽힌다. 그는 인본사상을 바탕으로 한 경영철학에 따라 강자가 약자를 도와야 하며, 능력보다는 심성이 좋아야 개인도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직원의 정신적·물질적 행복 추구’를 회사의 경영 목표로 삼고 이를 실천해왔다. 그는 철저히 계획적이고 과학적인 무차입 경영과 아메바 경영을 통해 자기 분열을 해가는 아메바처럼 언제든지 모였다 헤쳤다 할 수 있는 독립채산제로 회사를 운영해 효율 경영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살아 있는 ‘경영의 신’이 바로 그다.

ⓒ 서울문화사 제공
“당당하고 품위 있게 한 길로만 걸어라”

“인생이나 일의 결과는 ‘사고방식×열정×능력’이라는 공식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더하지 않고 곱한다. 일류 대학을 나올 만큼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큰 ‘열정’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고방식’을 곱해야만 경영철학 혹은 인생관을 반영한 식이 완성된다. -100에서 +100까지다. 극단적인 예지만 ‘세상은 어차피 모순투성이고 불공평해 다른 사람 것을 훔쳐서라도 잘살자’라고 생각하면, 이것은 대표적인 마이너스 사고방식이다. 이런 경우 ‘능력’과 ‘열정’을 곱한 값이 100이 된다 해도 마이너스인 ‘사고방식’을 곱하는 순간 그 결과는 반드시 마이너스가 된다.”

최근 출간된 이나모리 회장의 저서 <바위를 들어올려라> 머리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젊은 시절 작은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직원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 자신부터 훌륭한 사고방식과 인생관을 가져야만 다른 사람들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영을 잘하려면 나 자신의 사고방식·인생관·철학부터 갈고닦아야 한다’고 깨달았다. 그때부터 ‘교세라 철학’이 만들어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한 번뿐인 삶인데, 지금까지 정말 가치 있는 삶을 살아왔는가라고 묻고 싶다. 나아가 내가 깨달은 ‘일하는 이유’와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왜 일해야 하는지, 일을 통해 무엇을 깨닫는지 알려주고, 열심히 일함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려주고 싶다.”

이나모리 회장은 1983년 자신의 경영 기법과 철학을 후배 경영자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세이와주쿠’라는 연구회를 만들었다. 현재 세계 50여 개 나라에서 8500명이 세이와주쿠 연구생으로 참여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전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오카다 다케시 등도 모두 세이와주쿠 연구원이다. 이들은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부르며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기법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교세라 직원들과 세이와주쿠 연구생들 사이에만 비밀리에 공유되던 소책자가 있었다. <교세라 철학 수첩>인데,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기법과 철학의 정수만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밖으로 유출된 적이 없는 자료였다. 이나모리 회장의 바람대로 많은 이에게 이 책자는 <바위를 들어올려라>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바위를 들어올려라>는 1998년 가을부터 2000년 봄까지 이나모리 회장이 세이와주쿠에서 젊은 경영자들에게 모두 16회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교세라 철학 수첩>의 항목 일체를 공개하고, 각 항목에 이나모리 가즈오의 해설을 붙여서 이나모리 가즈오 경영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회사는 리더의 그릇 크기만큼 성장한다

“물론 회사에 스스로의 열정으로 타오르는 사람이 많으면 그처럼 좋은 현상도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무슨 일을 하든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린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열정이 저절로 솟는 사람으로 키울까 하는 것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경영자, 즉 회사의 우두머리가 회사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 무엇보다 리더의 ‘사고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업의 리더가 가진 ‘인생관×철학×사고방식’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는 리더의 기량이나 인격만큼 성장한다. ‘게는 자신의 등딱지 크기만큼 구멍을 판다’는 말이 있다. 회사도 리더의 기량이나 인격보다 더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다. 만일 회사를 성장시키고 자신의 인생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면 인격을 갈고닦아 좋은 인품을 갖추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는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에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맺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뼈 있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신뢰 관계란 약속이나 계약이 있어야만 쌓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것 없이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신다’ ‘저 사람도 나를 알고 나도 저 사람을 안다’와 같은 단순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신뢰 관계의 기본이 된다. 물론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도 가능하지만, 회사에서 신뢰 관계의 시작이자 끝은 서로를 잘 아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