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홍준표 등 ‘일부’ 손보고 끝내나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5.05.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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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 전망…여야 동수 ‘섞어찌개’ 가능성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한 달이 가까워진다. 그간 현직 국무총리가 눈물의 사퇴를 하는 등 대한민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런 와중에 4·2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현 정부 실세 8명이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메모가 만천하에 공개돼 여당에선 망했다는 우려가 나오곤 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여당이 완승을 거뒀다.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4개 지역 중 단 한 곳의 의석도 얻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이 ‘꽃놀이패’ 선거전에서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에 완패라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새정치연합은 끝났다.” 4·29 재보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이어지는 말이다. “문재인 대표는 끝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른 어떤 이유를 따질 것 없이 ‘성완종 파동’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쥐고도 철저하게 뭉개졌기 때문에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4월27일 퇴임식에 나온 이완구 총리. ‘성완종 리스트’로 치명상을 입고 70일 만에 물러나는 이 총리에겐 이날의 눈물이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 검찰 수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이런 극단적 분석과 예측이 힘을 얻는 소이는 자명하다. 그것은 ‘성완종 파동’의 의미·성격, 나아가 그 파괴력 때문이다. 말이 ‘성완종 파동’이지, 그것은 ‘쓰나미’였다. ‘성완종 리스트’를 진원으로 하는 ‘초강력 지진’이었다. 여당엔 그랬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여권의 핵심 실세 8명이 검은돈을 받았다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국민의 84%가 ‘대부분 사실’이라고 믿었다(한국갤럽 여론조사).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78%도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국민들의 44%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밝힌 뉴스(44%라는 수치는 사실상 절대적 수치다)에서 이 같은 여론 반향은 ‘끝장났다’와 통한다. 여권 핵심 다수가 부정부패에 직접 연루됐다는데도 치명상을 입지 않으면 비정상이다. 아무리 정치가 이성적·합리적 토대 위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지만 국민의 감시·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국가라면 최소한 내각 총사퇴쯤은 따르는 게 마땅할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반대의 결과가 나왔으니 야당으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재보선 완패한 야당, ‘특사 의혹’ 역공까지 받아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다른 정반대의 주장도 가능하다. 여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초대형·초강력 이슈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손은 들어주지 않는 현실에서 새정치연합인들, 문재인 대표인들 별수 있느냐는 반론이 그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여당의 반 토막에 불과한 정당 지지도가 ‘무능’ ‘민생을 아랑곳 않는 정쟁 몰두’ ‘성향이 우려되는 친노 득세’ 등등 자초한 이미지의 소산이기 때문에 변명이 못 된다는 정반대 논리가 제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일단 제쳐놓고, ‘성완종 리스트’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부분만 살피더라도 새정치연합의 항변이 성립되지 못하는 대목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새정치연합, 과연 너는 깨끗하냐?’는 국민들의 반문에서 비롯한다.

여당 핵심 실세들이 검은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믿는 절대 다수의 국민은 검은돈에 관한 한 야당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야당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을 주었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82%에 달했다. 여당 실세의 84%와 비교해도 ‘도 긴 개 긴’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지자 78%가 ‘야당 의원들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돈을 먹었다’고 보고 있다. ‘78%’는 여야 모두에서 정확히 일치한다.

이랬으니 ‘성완종 파동’이 4·29 재보선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모두 먹은 주제에…” “다들 썩은 판국에…”라는 의식이 다수 국민의 머릿속에 박혀 있으니 그 파괴력은 ‘가공할 만한’ 게 전혀 못 됐다. 여당 후보자의 표를 3~5% 정도 흐트러뜨리는 미풍에 그쳤다. 

여권이 역공 수단으로 삼은 ‘성완종 두 차례 특사’ 의혹이 주효할 만한 풍토가 이미 형성돼 있었던 것이다. 여권은 ‘두 차례 특사는 모두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고 ‘문재인 대표가 1차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 2차 때는 비서실장’이다, 따라서 문 대표가 ‘있을 수 없는 특정인에 대한 두 차례 특사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특별사면·복권은 ‘맨입’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은밀한 로비’가 작용한다는 일반의 통념이 자리하고 있기에 여권의 반격은 상당 부분 먹혀들었다. 새정치연합이 인사·민생경제 실패와 함께 묶어 4·29 재보선 슬로건으로 내건 ‘3패’의 핵심인 ‘부정부패’가 물에 젖은 화약 꼴이 돼버린 것이다. 이 밖에도 일반 국민들이 성 전 회장의 주장이 틀림없다고 ‘가장 믿는’ 이완구 총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 빠른 처리 등도 야당의 공세를 무디게 만들었다. 이래저래 초대형 핵폭탄으로 여겨졌던 ‘성완종 파동’은 야당의 기대를 저버렸다.

어차피 끝난 4·29 재보선 그 자체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자칫 재보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성완종 파동’도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뒷공론 때문이다. 물론 원체 심각한 사안이므로 적당히 눙칠 대상은 아니고 정부·여당, 검찰의 자의대로 그럴 수는 없다. 지켜보는 국민의 눈이 많고 매섭기 때문에라도 곤란하다. 하지만 바로 ‘원체 심각’하므로 눙쳐지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역설도 성립한다. 여야 실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고 특히 가장 민감한 ‘대선 자금’과 관련돼서다. 그 가공할 파괴력으로 인해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민감성 등이 ‘대타협’ 아닌 ‘대야합’으로 귀결될 소지는 충분하다. 금품 로비가 성 전 회장만 저지른 게 아닌, 거의 모든 대기업이 자행한 것이고 그 로비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았던 만큼 정치권 전체를 흔들 폭발력을 가진 것임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은 야당에 유리하고 여권이 수세에 몰리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이 가세한 전 방위적 금품 로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지금의 공수 균형이 뒤바뀔 소지도 다분한 것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1억원 전달자까지 밝히는 바람에 사면초가에 빠진 홍준표 경남도지사. 검찰 출신의 법 전문가로서 실력 발휘가 이번에도 가능할지 주목된다. ⓒ 연합뉴스
검찰, “리스트는 기초 자료…” 수사 확대 예고  

박 대통령이 ‘두 차례 특사’를 제기하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검찰 수사가 ‘리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언명한 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빤하다. 수사팀 관계자의 “성 전 회장 리스트에 기초해 시작하지만, 그에 한정되거나 국한되는 수사가 아니다” “메모는 하나의 징표일 뿐이며, (수사 과정에서) 어디든 누구든 드러나는 게 있으면 수사할 것”이라는 말은 함축하는 바가 크다. ‘리스트’ 수사를 계기로 정치자금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으름장에 야당의 등골이 섬뜩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정치라는 게 본래 썩은 것이고 별 뾰족한 대안도 없다’는 국민들의 자포자기적 심정과 수사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이 쌓이고 그즈음 다른 큰 사건이 터져 국민 시선이 여기로 쏠릴 때면 ‘성완종 파동’은 종결을 향해 나가게 된다. 과거의 대형 정치 스캔들 처리 과정이 이를 방증한다.

적잖은 이들의 관측대로 ‘성완종 파동’이 이런 식으로 봉합된다면 큰일이다. 이 ‘리스트’가 금품 로비 대상자 전체를 망라한 것이 아님은 모두가 안다. 선별 작성이 ‘앙심 리스트’라는 비판도 낳고, 그래서 그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약점이 ‘리스트’ 거명자에 대한 적당주의 수사까지를 양해하지는 않는다. ‘리스트’ 작성 과정의 의리나 도덕상 흠결은 별개 문제다. ‘성완종 리스트’는 여러 시비 요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의 암적 요소인 검은돈 척결 계기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을 교묘하게 끌어붙여 어물쩍한다면 국가적 비극이다. 야당이 ‘물타기’라며 펄쩍 뛰지만, 가능하다면 차제에 정치 전반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로 썩은 부위를 도려냈으면 하는 게 다수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 정치 현장과 이면을 지켜본 K씨는 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정치인과 검은돈’의 상관관계는 대부분 틀림없다고 단언한다. 성 전 회장과도 오랜 교분이 있는 K씨는 여야 정치인 상당수가 성 전 회장의 로비 및 로비 자금과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이 기업의 생사가 달린 기로에서 자신을 돕지 않은 현 정부 실세들을 집중 거명했는데 그렇다고 다른 여권 인사와 야당 정치인이 없다는 것까지를 의미하는 게 아님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처럼 ‘성완종 리스트’ 의 예외적 경우가 없지 않고, 또 비교적 깨끗한 여야 정치인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엄격한 청렴 잣대를 들이대면 살아남을 정치인이 몇 명이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전 회장이 유일한 소생 카드로 여겼던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하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으로 이 실장을 언급하고, 상당액을 건넨 전 정부 실세나 야당 정치인들은 제외시키는 등으로  ‘리스트’의 정당성이 훼손됐음은 확실하다고 전제한 K씨는 하지만 이를 빌미로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진상 규명 노력이 무뎌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돌아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수사 과정을 일일이 브리핑하는 것은 아니고, 언론이 수사 진척 상황을 낱낱이 보도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전반적 양상이 일반의 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탓이다. 무엇보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 대한 추적 조사 등이 ‘미흡’하다는 감이 커서다. 성 전 회장의 보좌관이나 경남기업에 대한 추적 조사는 이해가 가지만 증거 인멸 내지 상황 조작 가능성이 보다 큰 측에 대해서는 매우 ‘미온적’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움직임 때문이다. 검찰 수장인 김진태 검찰총장이나 수사팀을 지휘하는 문무일 검사장의 진정성이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뭔가 균형을 잃은 듯 비치는 모양새 때문에 떨떠름해하는 것이다.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서 거짓말을 한 게 확실히 드러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돌연한 일본 출국은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  ‘사건’이었다. 김 전 실장으로선 사태에 초연함을 내비치기 위한 제스처였는지 몰라도 일반의 의구심을 부풀렸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4·29 재보선 다음 날부터 금품 수수 의혹의 신빙성이 가장 큰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비서진 등을 소환조사하는 등 ‘혐의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기왕에 드러난 자료나 성 전 회장의 증언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특히 말 바꾸기와 전혀 총리답지 않은 자세 등으로 비난의 표적이 된 이 전 총리에 대해선 사법처리 불가피론이 강하게 제기된다. 직전의 총리라는 고위직에다 국민적 신망까지 잃은 마당이어서 엄벌 의지를 과시하는 데는 여러모로 ‘적격’이라는 해설까지 곁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선 야당 거물을 ‘손보기’ 위해 더 많은 여권 인물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대 호재인 ‘성완종 리스트’에도 불구하고 4·29 재보선에서 완패했다. 게다가 ‘특정인에 대한 두 차례 특사’의 주역이라는 여권의 공격까지 집중되는 등 크나큰 시련에 봉착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결국은 정치적 마무리” 관측도 상당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충남 서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아니 뻔뻔스러워도 분수가 있지….” 문상객 L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 석 자를 올린 한 인사가 성 회장과 ‘친분이 없다’고 말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다. “아니 내가 저를 성 회장과 함께 만난 것만도 세 차례인데 뭐가 어째?” 취기가 오른 L씨는 1층에 마련된 임시 브리핑룸에 나가 진상을 밝히겠다고 펄펄 뛰었다. 결국 주위의 동료들이 뜯어말리면서 이날의 소동은 잠시 후에 끝났다.

성 전 회장과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특별 관계’를 암시하는 이런 유의 일들이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떠돌았음에도 수사팀에서 이를 체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현직에 있을 때 ‘관련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으름장을 놓아 말썽이 되기도 했는데 이런 ‘방치’도 수사팀의 이미지를 흐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사건 초반부터 “원칙대로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현직인 이완구 총리와 관련해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빈말이 아니며, 공정하고 부끄럽지 않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를 받아 “검찰은 소속 정당이나 지위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여권 수뇌부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부실하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경우 특검이 따른다면서 ‘적당’ 예측은 기우라고 일축한다. 특별수사팀은 특검 수사가 재개되는 불명예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밀한 수사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오히려 검찰이 ‘너무 나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검찰의 속성에 비춰 그럴 소지는 다분하고 의외의 사태 발생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안이 워낙 엄중하고 민감하다 보니 갖가지 억측도 심심찮다. 각 부문 부문에 대한 전망까지도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상당 부분 일치하는 대목은 ‘일부 고위직(출신)을 포함한 복수 여당 인사에 대한 사법처리’와 ‘단죄 대상에 비슷한 수준의 야당 인사 포함’이다. 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과 파장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문무일 검사장(사시 28회·대전지검장)은 ‘교본 수사’의 전형으로 꼽힌다. 수사 교본에 적혀 있는 대로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수사를 벌인다는 의미에서다. 문 검사장이 교본 수사를 하는 검사로 주목받은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문 검사장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9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강력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이다. 당시 전주지검 남원지청에 근무했던 문 검사장은 교통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을 보고받았다. 정황상 단순 사고사일 가능성이 컸지만 문 검사장은 의문을 품었다. 그는 직접 현장을 찾고 변사자 부검에도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수사를 지휘한 그는 이 사건이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 사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 검사장은 위장 살인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20대 7명으로 구성된 희대의 살인 집단 ‘지존파’를 검거한다. 지존파 검거는 수사 검사로서 문 검사장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문 검사장은 이후 수사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탁됐다. 이후 그는 특수통 검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문 검사장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으로 기용되면서, 정치권 로비 의혹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는 원칙주의에 입각해 수사를 펼쳤던 그의 과거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정통 특수통 검사 출신인 문 검사장이 수사팀을 이끌게 되면서 현 정권의 실세 정치인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나아가 이번 사건의 본질인 대선 자금 수사로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반대로 문 검사장의 원칙주의적인 기질이 오히려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정치권 로비 의혹을 풀 결정적인 열쇠가 사라진 상태다. 현장과 증거를 중시하다 보면 수사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민감한 정치적 사건인 만큼 숱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광석화처럼 나아가야 할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돌다리를 하나씩 두드려보는 방식으로는 성과 없이 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초기부터 성 전 회장 측근들을 증거 인멸과 증거 은닉 혐의 등으로 먼저 구속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문 검사장이 대선 자금까지 손을 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검찰 일각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의 대선 자금 수사에 대한 부담감이 속속 묻어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 성 전 회장의 사면을 거론하면서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 검사장이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와 검찰의 갈등으로 비화될 대선 자금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 검사장에 대해 “조직 내에서는 주변 동료를 잘 챙기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문 검사장이 돌출 행동보다는 원만한 관계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이 특별수사팀장 발탁 배경이란 말도 나온다.

문 검사장의 교본 수사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도 빛을 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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