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많이 나 좋아했더니 세금 폭탄?
  • 조재길│한국경제 기자 ()
  • 승인 2015.05.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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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펀드 수익률 급등…종합소득세 대상자 크게 늘어

“해외 펀드에서 수익이 많이 났는데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는 항의 전화가 많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네요.”(A은행 프라이빗뱅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이 도래하자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마다 해외 펀드 수익률을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펀드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사람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중국 펀드에 5000만원 이상 투자한 사람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도 등 해외 주식형 펀드에 수천만 원 이상 여윳돈을 넣은 부유층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펀드의 경우 환매하지 않더라도 매년 펀드 결산일마다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고, 주가연계증권(ELS) 예금 등 다른 금융자산과의 합산 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 cks008@hanmail.net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되면 국세청이 해당 납세자의 소득 규모 등을 파악하기 쉬워져 다른 소득원까지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소득과 연동된 건강보험료도 한꺼번에 인상될 수 있다. 한 증권사 소속 세무사는 “총 투자금액이 5000만원 이하여서 종합과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가 막상 소득신고 시기가 돌아오자 당황해하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고민이 가장 큰 사람들은 중국 펀드 투자자다. 중국 본토 펀드 가입자들은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33.26%의 수익을 올렸다. 5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1700만원 안팎의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 대비 두 배의 수익을 내는 일부 레버리지펀드의 경우 지난해 이후 수익률이 200% 안팎에 달하기도 한다.

한 해 30~40% 수익 낸 중국 펀드

해외 펀드의 수익률 상승세는 올 들어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중국 본토 펀드의 평가이익이 올 들어서만 28.05%에 달하고 있다. 이 밖에 러시아 펀드 26.40%, 홍콩 H주 펀드 21.47%, 유럽 펀드 17.37%, 일본 펀드 16.04% 등이다. 해외 펀드 가입자도 급증세다. 펀드온라인코리아를 통해 중국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4월17일 기준 9763명으로, 지난해 말(3972명)에 비해 2.5배 늘어났다.

지난해가 아닌 올해 급증한 수익에 대해 이번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내년 5월에 하면 된다. 종합소득세는 전년 1~12월까지의 소득액에 대해 부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매년 수익을 결산해 세금을 결정하는 해외 펀드의 독특한 시스템 때문에 올해 수익률이 급등했다 내년에 떨어지더라도 올해 늘어난 수익 기준으로 세금이 많이 부과될 수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고 41.8%에 달하는 종합소득세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분할 환매 등을 통해 소득 시기를 분산하고 절세 상품에도 눈을 돌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은 “중국 펀드 등의 평가이익이 급증해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것 같다면 일단 환매하고 절세형 상품에 재가입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최자영 신영증권 세무사는 “펀드 수익이 크게 늘어나 종합소득세를 내야 할 것 같으면 일단 환매하는 게 낫지만 재가입 때의 수수료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해외 펀드 가입자가 현재 2000만원 가까이 평가이익을 보고 있다고 치자. 이 경우 펀드 결산일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펀드 결산일을 기점으로 매년 내야 할 세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결산일이 이미 지났다면 바로 환매 후 차익을 실현한 다음에 다시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소득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월 지급 수령 방식으로도 소득을 분산할 수 있다. 환매 때 소득이 한꺼번에 확정되는 걸 피할 수 있다.

비과세·분리과세 등 절세 상품을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인 비과세 상품은 국내 주식과 주식형 펀드, 비과세 종합저축(1인당 5000만원 한도), 브라질 국채,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저축성 보험 등이 있다. 이런 상품에는 소득세를 아예 매기지 않는다. 장기 채권(만기 10년 이상, 3년 이상 보유 조건)과 하이일드펀드는 분리과세 상품이다. 아무리 높은 수익을 냈더라도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금저축 계좌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연금저축 계좌 역시 매년 결산을 하지만 과세가 수령 시기(만 55세 이상)까지 이연되기 때문에 연금을 실제 받을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연금저축 계좌의 경우 이연된 세금이 투자 수익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어 복리 효과를 누리는 셈”이라며 “젊은 층이 장기간 투자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 누락하면 불이익 크다

해외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종합소득으로 합산해 과세되지 않고 양도세(22%)만 내면 된다. 이경민 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이사는 “목돈을 장기간 투자할 땐 해외 펀드보다 ETF나 직접 투자하는 쪽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부 PB(프라이빗뱅킹)센터는 가족 증여 공제 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금융소득이 확정되기 전 일부를 증여하면 그만큼 누진세액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세법에 따르면 배우자 6억원, 성인 자녀 5000만원, 미성년 자녀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종합소득세는 개인의 모든 소득을 종합해 하나의 과세 단위로 보고 부과하는 누진적 세제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 등 6가지 소득을 묶어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지난해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종합소득세 납부 대상자가 더욱 늘어났다. 특히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세금 탈루 행위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어 정확하게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이 최근 탈세 가능성이 큰 53만여 명에게 사전 성실신고 안내서를 우편으로 발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안내서는 지난해(1만5000여 명)에 비해 35배가량 많은 규모다. 국세청 관계자는 “당국이 탈세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성실신고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6월 이후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세무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류정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PB팀장은 “세금이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절세하려고 투자하는 게 아니란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어차피 내야 할 세금이라면 조금 더 납부하더라도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쪽을 선택하는 게 괜찮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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