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일기예보처럼 미리 알릴 수 있을까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5.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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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1개월 전 정확히 예측…전조 현상 없을 땐 단기 예지 불가능

4월25일(현지 시각)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강타한 지진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리히터 규모 7.8. 네팔에서는 82년 만의 대지진이다. 건축물 등에 내진 설계가 거의 없는 네팔은 이번 강진으로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피해 지역의 집과 건물이 대부분 주저앉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다라하라(빔센) 타워가 무너졌다.

전형적인 지각 이동에 따라 발생한 지진

안타깝지만 네팔 대지진은 예고된 재앙이었다. 거대한 두 지각판의 움직임이 그 원인이다. 네팔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히말라야 산맥은 이 두 판이 부딪쳐 만들어진 지형이다. 두 판이 충돌하기 전인 2500만년 전까지만 해도 네팔은 바닷속에 있었다. 그런데 인도판이 계속 유라시아판을 밀어올리면서 융기했고, 그 충돌 에너지가 수십 년을 주기로 지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진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지각 이동에 따른 것이다. 인도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두 판이 충돌해 발생했는데 진원의 깊이가 11㎞로 비교적 얕은 것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진원의 깊이가 얕으면 지표면의 흔들림이 더 심하다.

4월28일 네팔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 로칸탈리 지역의 도로가 붕괴돼 있다. ⓒ 연합뉴스
지진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수년 전부터 예견했다. 5년 전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다음 차례는 네팔이며 지진 규모는 8.0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월 프랑스 CEA 연구기관의 로랑 볼랭저 연구팀은 네팔 중남부에서 동서로 1000㎞에 걸쳐 있는 주요 지진 단층을 조사해, 카트만두를 강타한 이번 지진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34년 대지진 이후 특히 카트만두와 포크하라가 지진 단층의 파열로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것이 프랑스 연구팀의 설명이다.

프랑스 연구팀의 네팔 지진 예측은 실제 네팔 정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실제로 회의도 진행했다. 이번 강진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 세계적인 지진 전문가들이 카트만두에 모여 강진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의했다. 하지만 네팔 당국이 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채 그대로 피해를 입었다.

그렇다면 네팔 정부는 왜 이를 알고도 막지 못했을까. 하다못해 주민들만이라도 다른 곳으로 대피시켜야 하지 않았을까. 알고도 못 막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네팔처럼 경제력이 약한 국가에서는, 건물에 미리 내진 설계를 해놓지 않는 한 하루아침에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어렵다. 주민 대피도 그렇다. 지진 발생 날짜와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하루하루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언제 어느 때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할지 결정하기 힘들다. 그만큼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카트만두의 지진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랑스 연구팀은 수십 년 내에 이번 지진 지역의 서쪽이나 남쪽에서 또 다른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초기 계산 결과, 이번에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단층 내의 힘이 모두 소진된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일단 이 예측은 네팔이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대 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곳의 대지진 발생 예견도 나왔다. 세계의 지진 전문가들은 다음 번 대지진 유력 지역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꼽고 있다. 터키는 1999년 이스탄불 동쪽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1만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 소식에 터키는 벌써부터 떨고 있다.

지하에서 어떤 일 벌어지는지 누구도 몰라

그렇다면 지진 예측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예측의 정확도는 일정하지 않다. 예측 없이 도래하는 엄청난 지진들이 있는가 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엄청난 예측들도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의 지진 예측은 때때로 들어맞을 뿐이다.

지진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땅속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진은 환태평양대, 지중해·히말라야대, 해령 등의 지각판 경계에서 90%가 발생하고, 가끔 판 내부에서 생각지도 못한 지진이 발생한다. 하지만 깊은 땅속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던 에너지가 압력이 점점 커져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렵다.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지진이다. 불과 1년을 사이에 두고 발생한 지진일지라도 전조 현상이 너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75년 중국 랴오닝(遼寧) 성 하이청(海城)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지진이 일어나기 수일 전부터 지반이 기울어지고 소규모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등 전조 현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지진학자들은 이 지역에 지진이 곧 닥칠 것이란 예보를 했다. 중국 당국은 그 예측을 믿고 지진 발생 수 시간 전에 약 300만명의 주민을 대피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예측대로 지진이 정확하게 들이닥쳤다. 만반의 준비로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다.

지진 예측이 정확하게 들어맞자 언론은 지진 예보가 머지않아 일기예보만큼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다음 해인 1976년 7월28일 발생한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 대지진(규모 7.6)에서는 이러한 전조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지진학자들은 이 지역의 대지진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 결과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못해 약 2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보통 지진 예지는 장기·중기·단기로 나뉜다. 장기는 10~30년 이내에 일어날 지진을 예측한다. 활성단층과 그 주변 지층에 남아 있는 과거 지진의 증거와 기록을 관찰해 예측한다. 중기는 특정 활성단층에서 한 달 내지 수년 이내에 지진이 발생할 것을 예측한다. 단기는 일기예보처럼 수 시간 내지 수일 내에 일어날 지진에 대한 예측이다.

단기 예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다. 주민들을 짧은 시간 내에 대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일기예보만큼의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만유인력 법칙처럼 지진의 발생을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완전한 법칙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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