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캠프 오간 인물들 ‘승승장구’
  • 엄민우·조해수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5.1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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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바른포럼, 2012년 대선 때 적극 지원 활동···서금회·서강금융포럼 인사도 거론
현 정권 들어 금융권에서 ‘대통령의 모교’ 서강대 출신 인사의 약진이 회자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책은행의 주요 보직은 물론 민간 영역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에서 서강대 출신 임용이 두드러졌다. 시사저널은 지난해부터 ‘서금회(서강금융인회)’ 및 ‘서강금융포럼’ 인사의 금융계 진출에 대해 다룬 바 있다(2014년 8월28일자 ‘관피아 몰아낸 자리 학피아가 먹었다’ 기사 참조).

그런데 본지 취재결과, 서강대 출신 인사들은 2012년 12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대선과 관련해 조직적인 지원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선거법상 동문회 조직은 애초부터 선거운동 자체를 할 수 없다.

2012년 대선 당시 서강바른포럼 사무실이 있었던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2103호. ⓒ시사저널 최준필




















핵심 조직으로 꼽히는 곳은 서강바른포럼이다. 서강바른포럼은 2010년 10월 ‘서강대 동문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후원하기 위해’ 설립된 서강대 동문모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내부관계자 A씨는 “서강바른포럼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무실을 사용하다가, 2012년 6월 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에스트레뉴 빌딩 2103호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했으며 그곳에서 선거지원활동을 했다. 특히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송재국 KT샛 대표가 자주 오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의 활동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불법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조직의 성격이다. 선거법 제87조에 의하면, 동창회 등 개인 간 사적모임은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와 연합 또는 공동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서강대 출신들로 구성된 서강바른포럼은 동창회 조직 범주에 들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서강바른포럼, 선거 지원 비상체제 가동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장소라는 점이 또 다른 불법요소가 된다. 선관위에 다르면, 에스트레뉴 빌딩은 당시 공식적으로 등록된 새누리당 대선캠프 사무실이 아니었고, 따라서 이곳에서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선거법 상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 전반을 의미한다. 선거에 대한 단순 의견 표시조차 계획성이나 능동성이 있는 경우엔 불법행위로 규정된다.

서강바른포럼은 왜 대선 직전 이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했을까. 또 거기서 무엇을 했을까. 당시 에스트레뉴 빌딩에서 이들과 교류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A씨에 따르면, 이들은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펀딩’작업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서강바른포럼 사람들이 서강대 출신 동문들에게 박 후보를 위한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굴지의 회계법인 임원 출신 임 아무개 씨가 관리 책을 맡았다”고 밝혔다. 한 예로 국내 4대 은행 중 한 곳의 모 지점장은 펀딩참여를 요구하는 전화를 받고 200만원을 송금했다고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상 후원금과 달리 대선 후보를 위한 펀딩 자체는 액수 등과 상관없이 불법적 행위가 아니다. 다만 해당 작업이 동문 차원 등에서 이뤄졌다면 구체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정권 들어 부각되는 서강대 사조직은 크게 서금회와 서강금융포럼이 있다. 이곳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금회는 2007년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 밀려 대선후보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당시는 특별히 지지 활동을 펼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서강바른포럼은 동문의 대통령 당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서강바른포럼은 2012년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시사저널 이종현
10월25일 에스트레뉴 빌딩 2103호 사무실에서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대선 당일인  12월19일까지 선거운동을 위한 비상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총괄회장으로 위촉된 사람이 바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다. 그는 서금회와 서강바른포럼을 모두 아우르는 인물이다. 경제학과 동문회장, 서강경제포럼 고문을 맡는 등 동문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금융권 서강인맥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9월22일 열린 서강대 동문 금융인사 130명이 참석한 ‘2014 서강 금융인의 날’ 행사에서 “서강인이 금융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직까지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서강바른포럼 내에는 금융권인사들이 주축이 된 ‘서강금융포럼’이 있는데 이 행장은 이곳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사무실 이전 및 선거지원 관련 아는 바 없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출입은행장은 ‘알짜 중 알짜’로 꼽히는 자리로 그동안 모피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곳이다. 그런 곳에 모피아 출신이 아닌 이 행장이 가면서 당시 노조는 “서강학파 낙하산 행장 선임에 분노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행장은 전면 부인했다. 이 행장은 “서강바른포럼 사무실 이전 및 선거지원운동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고, 나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 등에서 선거지원운동에 동참한 바 없다”고 밝혔다.

송재국 대표는 서강바른포럼이 에스트레뉴 2103호로 이전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전에 동의를 한 사람이 서강바른포럼의 공동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서강바른포럼의 ‘불법 SNS 선거운동’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3월 KT샛의 사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서강대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공교롭게도 비밀캠프를 오갔던 이들이 현 정부 들어 주요보직을 꿰찬 격이 됐다. 본지는 송 대표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관련 질의를 보내고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5월8일 현재까지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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