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들어오기 전 인터넷 선 끊고 자료 치웠다”
  • 이규대·조해수 기자 ()
  • 승인 2015.05.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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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층에서 불법 SNS 활동…박근혜 후보자 명의 ‘임명장’ 수여도
시사저널이 확보한 관계자 증언 및 내용증명 등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SNS선거 활동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대선 전날인 2012년 12월18일, 제보를 받고 출동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에서 불법 선거활동을 적발했다. 해당 사무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5대와 메모지 등 증거물품을 조사한 결과 위법성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 취재로 밝혀진 박 후보 대선 ‘비밀 캠프’ 핵심 내부관계자 A씨는 “(건물) 20~21층은 불법 SNS 활동을 위한 사무실이었다”며 “선관위가 들어오기 전날부터 사무실의 모든 인터넷 선을 끊고 자료를 치웠다. 선관위가 왔을 때는 미처 치우지 못한 극히 일부분이 적발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비밀 캠프에서 벌어진 불법 SNS활동이 당시 박 후보 캠프 주요 인사 및 측근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A씨는 비밀 캠프 관리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이 맡았다고 증언했다. 건물 소유주인 정 아무개씨는 당시 건물을 임대한 인물로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현 부산시장),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 등 박 후보 선거 캠프의 주요 인사들을 거명했다.

2012년 12월18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불법 SNS 선거활동을 벌인 서강바른포럼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강바른포럼 회원으로 구성된 트위터팀

대선이 끝난 뒤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21층 1개 사무실에서 적발된 불법 SNS활동에 대해 사법처리가 진행됐다. 검찰은 성기철 회장을 비롯해 서강바른포럼 공동회장․운영위원장․사무국장 등 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1월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서강바른포럼이 벌인 SNS활동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이들이 어떻게 불법 SNS활동을 벌였는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사무소 및 연락소 외의 시설 혹은 기관에서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 후보자간 선거운동기구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각종 선거운동기구가 난립하면서 선거가 과열 경쟁 및 낭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적발된 사무실에서는 박 후보 캠프의 합법 선거사무소․연락소가 아님에도 각종 선거활동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들이 선거 직전 활동에 나선 것이 아니라 이미 2011년부터 조직적으로 불법선거활동을 준비해왔다고 판단했다. ‘지역․직능 조직 구축, 대국민 설득 및 홍보 논리 개발, 총선․경선․대선 지원 준비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박 후보에 대한 ‘포지티브 및 네거티브 대응논리를 개발’해 서강바른포럼 인터넷 카페에 게시했다. 2012년 들어서는 사전에 SNS 채널을 확보하고 ‘최정예 요원’ 30명을 선발하는 한편, 회원 및 봉사자를 대상으로 ‘SNS 워크숍’을 수차례 개최해 박 후보 선거운동을 위한 교육을 수시로 실시했다.

활동은 대선을 6개월 앞둔 2012년 6월부터 본격화됐다. 서강바른포럼 직원 및 박 후보를 지지하는 회원 등으로 구성된 ‘SNS팀’ ‘미디어대응팀’ ‘지식IN팀’ ‘포럼동서남북팀’ 등으로 하여금 박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대응 글, 상대방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글 등을 작성해 내부적으로 공유한 뒤, 인터넷 포털사이트 및 트위터 등을 통해 대량으로 전파시켰다. 2012년 6월18일부터 12월18일 경까지 서강바른포럼 회원 26명으로 구성된 트위터팀이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특히 2012년 8월15일부터 10월4일 경까지 약 석 달 동안 미리 수집해 둔 트위터 계정 945개를 이용, 1만8931개 메시지를 전파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2년 9월부터 12월까지는 네이버 지식IN 코너에 질문을 게시하고 여기에 답변하는 방법으로 약 1100개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박 후보 캠프와의 관계다. 재판부는 불법 선거운동이 벌어진 사무실 유급직원 양 아무개씨가 ‘박근혜 후보자 명의의 임명장 수여 관련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고 적시했다. ‘2012년 10월부터 11월 사이까지 양씨로 하여금 서강바른포럼 회원 중에서 박근혜 선거대책본부 국민행복캠프 명의의 ‘부패방지특별대책위원’ ‘국민생활실천특별대책위원’ 임명장을 받을 대상자들을 모집하여 선거대책본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한 대상자들을 대신하여 임명장을 받아 그들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는 등 임명장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서강바른포럼이 적발되기 5일 전, 속칭 '십알단'의 불법 선거운동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압수된 증거물.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이미 지나

결국 2012년 12월18일 적발된 불법 선거활동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 그리고 본지가 확보한 증언 및 자료 등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드러난 불법 선거활동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개 사무실만이 아닌 2개 층에 걸친 공간에서 ‘불법 SNS활동’이 있었는지 여부를 포함해, 모두 12~13개 오피스텔 사무실이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됐는지가 핵심이다. 대선 당시 박 후보자 명의의 임명장이 발급됐고, 현재 내부 관계자로부터 캠프 주요 인사 및 측근의 이름이 ‘관리자’로 거론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할 이들이 과연 서강바른포럼 간부 4명뿐인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각종 의혹 및 의문이 명쾌하게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 6개월이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측은 “해당 사건 공판이 진행 중이라면 위법 사실이 새롭게 드러날시 추가 기소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검찰 기소를 거쳐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 공판 결과가 우리 쪽으로 고지되는데, 해당 사건은 1심 판결 이후 들어온 게 없다. 항소 없이 종결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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