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적자 났으니 당신네도 책임져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5.05.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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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국제빙상경기장 공사 참여 중소 건설사에 7억6000만원 떠넘겨

바다에 떠 있는 빙하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인천 국제빙상경기장. 한진중공업, 경우종합건설, 반도건설이 참여해 3년 만에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러나 건설 과정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건설사 사이에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공사 과정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경우종합건설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한진중공업이 적자 금액을 부풀리기 위해 이중 예산서를 작성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진중공업은 공사 난이도가 높아 공사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2012년 초 인천시는 국제빙상경기장 건설을 맡을 건설사를 공모했다. 입찰을 통해 한진중공업, 경우종합건설, 반도건설이 선정됐다. 그해 3월 착공해 올 2월 준공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기간 중 핸드볼 경기가 열렸던 그 경기장이다.

올 2월 준공한 인천 국제빙상경기장.경우종합건설이 공개한 한진중공업의 이중 공사 예산서와 한진중공업의 가압류 관련 문건. ⓒ 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이종현
공사가 한창이던 그해 8월 인천의 중소 건설사인 경우종합건설이 한진중공업으로부터 한 통의 공문을 받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 문건은 공사 중에 약 20%의 적자가 났으니 부담하라는 통보였다. 이강호 경우종합건설 대표는 “통상 관급 공사는 대부분 10% 내외의 이익이 보장된다”며 “그런 공사에서 한진중공업이 적자를 냈다는 게 이상하고, 게다가 아무런 설명 없이 그 부담을 지역 중소업체에 강압적으로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한진중, 적자 부풀리려 이중 예산서 작성”

한진중공업이라는 대기업을 믿고 공사에 함께 참여했는데 이윤을 남기기는커녕 오히려 적자를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경우종합건설은 한진중공업의 내부 예산서를 입수해 들여다봤다. 2개월 전인 그해 6월 작성돼 한진중공업 사장의 결재까지 받은 그 문건에는 적자가 10% 발생한 것으로 돼 있었다. 이 대표는 “한진중공업이 내부적으로 적자를 10%로 계산하고도 중소 건설사에는 20%라고 거짓 통보한 것”이라며 “이중 예산서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예산을 뽑아보니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우종합건설은 한진중공업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중 예산서를 작성한 것에 대한 해명, 적자 20%에 대한 내역 공개, 공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한진중공업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종합건설은 책임자끼리 만나 협의할 것도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무시됐고 한진중공업은 현장소장을 전격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새로 부임한 한진중공업 소속 현장소장은 경우종합건설을 방문해 “손익을 개선할 테니 믿고 협조해달라. 적자가 발생해도 지역의 작은 업체에 변상시키겠느냐, 적자를 10%로 할 테니 마무리하자”고 설득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그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동의 없이 공사를 진행하지 말 것과 실행 예산서 검토를 재차 요구했다”며 “그럼에도 한진중공업은 현장 상황을 핑계로 하도급 60억원을 임의로 집행하는 등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건설 공사를 하다 보면 예상보다 공사비가 늘어날 수 있다. 견적과 계약 때의 가격이 달라지고, 설계가 변경되고, 소재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현장 공사의 난이도 때문에 실제 비용이 올라가서 결국 10% 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팽팽한 신경전을 펴면서도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올해 2월 인천 국제빙상경기장은 준공됐다. 준공 2개월 후인 올해 4월 한진중공업은 최종 적자가 10% 발생했다는 내용을 경우종합건설에 통보했다. 경우종합건설에 따르면 이 경기장 공사에는 본래 169억원이 투입될 계획이었는데, 공사를 마치고 보니 그 금액이 186억원으로 불어났다. 인천시로부터 계약한 금액을 받고도 결국 10%가량 적자가 발생했다. 금액으로는 16억4000만원이다. 이를 경기장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지분만큼 나눠 부담하게 된 것이다. 지분 참여율은 한진중공업 51%, 경우종합건설 34%, 반도건설 15% 순이었다. 경우종합건설 관계자는 “지분 참여율대로 따지면 우리는 5억6000만원의 적자를 낸 셈인데, 여기에다 공사 기간 동안 누적된 이자까지 합치면 모두 7억6000만원을 부담하게 됐다”며 “한진중공업은 누적 이자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됐는지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진중 “공사 난이도 높아 적자 불가피”

경우종합건설은 관급 공사에서 적자가 발생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데, 설사 적자가 생겼더라도 협력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해할 수 있는 적자라면 3~6개월 분할해서라도 부담할 수 있지만 한진중공업은 막무가내로 7억6000만원을 내라고 한다”며 “이중 예산서 작성과 현장소장 교체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인 한진중공업을 믿을 수 없어 책임자 면담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요청을 무시한 한진중공업은 4월10일 경우종합건설이 진행 중인 공사 여러 곳에 가압류를 걸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7억6000만원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내부 절차에 따라 가압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7억여 원은 별게 아닐지 몰라도 중소기업에는 큰돈이다. 경우종합건설은 하도급업체, 자재 거래처, 인부들의 불신을 받아 회사 문을 닫을 판이다. 이 회사는 7억6000만원을 은행에 공탁하며 적자를 부담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대기업의 갑질에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합리적인 예산과 협의 없이 무조건 적자가 났으니 부담하라는 식, 게다가 가압류까지 걸어서 회사를 휘청거리게 하고 돈만 챙기겠다는 대기업 횡포에 제동을 걸기 위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의 취재가 시작되자 한진중공업은 경우종합건설에 7억6000만원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할 테니 마무리하자고 제안해왔고, 경우종합건설은 거부했다. 이 대표는 “법적으로 공사에 참여한 지분만큼 직원·장비·비용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한진중공업이 공사 초기부터 현장에 다른 건설사 직원을 배제하고 자기네 직원들만 투입한 것은 불법”이라며 “이 때문에 인건비·관리비를 대기업 수준에 맞추다 보니 적자가 발생한 것 같다. 중소기업 수준으로 인건비 등을 산출하면 이 공사에서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빙상경기장 인근에 다른 공사도 진행했는데 두 공사장 직원을 겸직하면 인건비를 낮출 수 있어서 다른 업체의 인력을 투입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다”며 “중소 건설사의 인력을 배치하지는 않았지만 장비와 비용은 공동으로 투입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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