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추신수·이대호 “쳤다, 넘겼다”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5.05.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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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타자 3인방, 5월 들어 연일 ‘평, 펑, 펑’

불과 4월 말까지 최악의 성적으로 눈물짓던 해외파 슬러거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 피츠버그의 강정호(28)와 텍사스의 추신수(32),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32)가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강정호는 빅리그에 완벽히 적응하며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고 추신수는 ‘먹튀’ 오명을 씻어내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연속 경기 장타 신기록에 도전장을 내는 등 신기에 가까운 활약상을 보였다. 이들은 어떻게 반전을 꾀했을까.

빠른 공 적응한 강정호, 피츠버그 히트 상품

강정호는 지난 4월, 타격 타이밍 때문에 애를 먹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강속구에 번번이 헛스윙을 남발했고 몸쪽 싱커, 고속 슬라이더 등 빠른 변화구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투박해 보이는 스윙 궤적과 느린 배트 스피드 때문에 강정호의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냉정했다. 레그킥(타격 시 앞발을 높이 드는 동작)이 공을 정확히 맞히는 데 방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지역 언론 피츠버그 트리뷴은 “강정호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는 것이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피츠버그의 강정호 ⓒ AP연합
강정호에게 필요한 건 타격 폼 수정이 아니라 시간적인 여유였다. 그는 지난 4월21일(이상 한국 시각)까지 타율 0.077에 허덕였다. 하지만 4월22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찾았고, 이후 화끈한 방망이 세례를 퍼붓고 있다. 그는 4월 마지막 경기였던 29일 시카고 컵스 경기에서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2할대 타율에 복귀한 뒤 5월 이후 11경기에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4차례(이상 13일 현재)를 기록했다. 피츠버그 팀 내 40타수 이상 기록한 타자 중에선 유일하게 3할 타율을 유지할 만큼 뛰어난 성적이다. 팀 내 입지도 굳건해졌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58)은 5월12일 “최고의 라인업을 위해 강정호에게 계속 기회를 줄 것이다. 강정호는 조쉬 해밀턴(텍사스 레인저스)처럼 빠르고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밀턴은 2010년 타격 코치였던 허들 감독과 함께하며 리그 MVP에 선정된 특급 타자다. 허들 감독은 애제자 해밀턴의 이름을 언급하며 강정호에게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강정호가 타격감을 찾은 건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ML 통계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강정호는 153㎞ 이상의 강속구를 상대로 타율 0.462를 기록했고, 4개의 2루타 중 3개가 150㎞ 이상의 빠른 직구였다. 특히 5월 이후 직구를 쳤을 때 타율은 0.714에 달한다. 5월6일 신시내티 경기에선 강속구 세계 신기록을 갖고 있는 아돌디스 채프먼의 160㎞짜리 직구를 2루타로 장식하기도 했다. KBO리그 직구 평균 속도는 142~143㎞지만, 지난해 기준 ML은 평균 148㎞였다. 엄청난 구속 차를 불과 한 달 만에 극복한 것이다.

숙제도 있다. 강정호는 현재 강한 힘으로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격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외야로 총 17개의 타구를 날렸다. 이 중 왼쪽으로 간 타구가 8개였고 중앙으로 날아간 타구가 7개, 우중간 코스가 3개였다. 확실한 오른쪽 타구는 단 한 개도 없다. 밀어치기가 없다는 건, 기술적으로 상대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타격 전문가인 박영길 전 롯데 초대 감독은 “타자가 밀어쳐 장타를 만들기 위해선 공이 배트에 강하게 맞아야 하고, 공과 배트가 히팅 포인트 지점부터 15㎝ 정도 붙어 나가야 한다.  때문에 밀어치기로 장타를 만들려면 히팅 포인트가 정확해야 한다. 힘과 정교함이 뒷받침되어 나오는 것이 밀어치기 타법이다”고 덧붙였다. 밀어쳐 장타를 만든다는 것은, 정교한 타격을 했다는 의미다. 정교한 타격이 가미된다면 비상의 날개를 더욱 활짝 펼 수 있다.

텍사스의 추신수 ⓒ 연합뉴스
왼쪽 팔꿈치 통증 사라진 추신수 지옥 탈출

추신수에게 4월은 지옥 그 자체였다. 그는 4월까지 52타수 5안타, 타율 0.096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ML 정규 타석을 채운 189명의 타자 중 꼴찌이며 유일하게 1할 미만의 타율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슬럼프가 한창이던 4월 말 자신의 문제점을 이렇게 자평했다. 그는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스트레스 탓에 타격 타이밍을 잡는데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자신의 말처럼 타이밍을 심하게 놓쳤다. 특히 몸쪽 공에 매우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추신수는 4월 중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 몸쪽 공 11개를 모두 공략하지 못했다. 4월에 기록한 5개의 안타는 모두 바깥쪽, 혹은 가운데로 몰린 공을 공략해 만든 안타였다. 그는 2013년 몸쪽 공 상대 타율이 3할을 넘었다.

추신수가 몸쪽 공에 약한 모습을 드러냈던 이유는 잦은 부상과 그에 따른 후유증 탓이다. 그는 지난해 팔꿈치와 발목 수술을 받았다. 올해도 왼팔 삼두근과 등 근육 통증 등 잔부상으로 고생했다. 특히 스윙을 할 때 왼쪽 팔을 몸에 바짝 붙이지 못했다. 왼쪽 팔꿈치 통증이 심했기 때문이다. 스윙 궤적은 흩날렸고 배트에 몸의 회전력을 가미하지 못했다. 보통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슬럼프를 겪으면 소속팀 감독이 휴식을 주기도 하고 선수 자신이 휴식을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빼지 못했다. 고액 연봉 선수(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426억원))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추신수도 스스로 휴식을 취하겠다고 나서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추신수의 자신감은 떨어졌고 타율은 계속 하락했다.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의 타격감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한 현지 매체는 ‘추신수를 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먹튀’라는 비아냥거림도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위기와 마주한 추신수는 스스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왼쪽 팔꿈치 통증이 가라앉자 왼쪽 팔을 몸통에 붙이는 예전 타격 폼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몸쪽 공 대응도 원활해졌다. 통증이 사라진 추신수는 훨훨 날고 있다. 5월을 기점으로 예년의 모습을 되찾는 분위기다. 그는 14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시즌 5호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13연속 경기 안타, 4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을 벌이며 타율을 쭉쭉 올리고 있다.

부정적 평가 정면 돌파한 이대호

이대호는 자존심이 강한 선수다. ‘최고’라는 타이틀을 인정받지 못하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타자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받았다. 외국인 타자를 깎아내리려는 일본 언론과 일본 프로야구 분위기 속에서 그는 새 시즌을 맞았다. 타격 실력은 좋지만 발이 느린 이대호를 두고 “주루 플레이에 힘써야 한다” “영양가 있는 장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이런 분위기에서 소프트뱅크는 구도 기미야스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구도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의 타순을 기존 4번에서 5번으로 강등시켰다. 팀 득점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 빠른 우치가와 세이치를 중심타순에 배치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대호는 새로운 타순에서 시작한 올 시즌 초반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다. 4월까지 타율 0.221로 침묵했다. 별다른 부상은 없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이대호는 강정호처럼 레그킥을 하는 타격 폼을 갖고 있다. 앞발인 왼발을 들면서 리듬을 잡는데, 4월엔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왼발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몸의 중심 이동이 상대 투수의 투구와 정박자를 내며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일본 현지 언론 스포츠호치는 “이대호는 최근 경기 전 훈련에서 다리 들기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다. 타석에서 발을 높이 올리며 편안하게 타이밍을 잡고 있는데, 이 동작이 원활하게 이뤄져 컨디션이 급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5월 초반 9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추가했고, 4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홈런왕 경쟁에 나서고 있다. 13일 현재 10개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현재 속도라면 시즌 143경기에서 41홈런을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2년 일본 진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홈런을 쏟아내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대호의 홈런포는 소프트뱅크에 강력한 추진체가 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챔피언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팀타율 0.280으로 퍼시픽리그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타자들이 때려낸 홈런은 겨우 95개로 소총부대라는 탐탁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올 시즌엔 이대호를 필두로 홈런을 쏟아내며 팀의 색깔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구도 감독은 “홈런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대호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호는 국내 프로야구 롯데 시절이던 2010년 44개의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타격 7관왕이라는 전대미문의 성적을 냈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2012년과 2013년 오릭스에서 24개씩의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이대호는 일본 데뷔 이후 최다 홈런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국내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44개의 개인 최다 홈런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을 앞두고 홈구장인 야후오크돔의 펜스 높이를 5.8m에서 4.2m로 낮췄다. 아울러 좌우 중간 펜스 거리를 당겨 소프트뱅크 장타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4월 한 달간 주춤했다가 다시 돌아온 이대호가 새 역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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