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시중은행 예치 ‘뒷돈’ 의혹 제기
  • 조해수·김지영(女)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5.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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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높은 은행 아닌 낮은 은행에 예치이자 수익 차액 어디 쓰이는지 의문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비롯해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 이전비용까지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해 연간 300억원 이상의 이자를 챙기고 있는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단독 확인됐다(16쪽 기사 참조).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억대의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부 관계자의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주한미군 군사은행인 ‘커뮤니티 뱅크(Community Bank)’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 1조원 상당의 방위비분담금을 국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Time Deposit)에 나눠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부에 주는 우리의 세금이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되고 있는 것도 의문인데, 예치 과정 또한 비상식적이다. 금리가 높은 은행을 제쳐두고 금리가 낮은 은행에 수백억 원의 돈을 예치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스스로 높은 이자 수익을 포기한 셈인데, 이 이자 수익 차액 일부가 ‘뒷돈’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직원 4명이 국민 혈세 1조원 주물러

한국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을 포함해 주한미군 측에 제공하는 자금 중 원화 부분을 책임지는 곳이 커뮤니티 뱅크다. 커뮤니티 뱅크 내에서도 방위비분담금 등 공적 자금을 관리하는 곳은 분리돼 있다. 커뮤니티 뱅크의 전·현직 관계자에 따르면, 방위비분담금 등을 관리하는 곳을 ‘디스트릭트(District)’라고 한다.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은 4명에 불과하다. 총괄 책임자인 지점장급은 미국인이 맡고, 그 밑에 3명의 한국인 매니저가 있다(본지 2014년 11월6일자 ‘주한미군 분담금, 누군가 주머니로 샌다’ 기사 참조). 방위비분담금 등 공적 자금을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해 ‘이자놀이’를 하는 역할도 디스트릭트가 전담한다고 한다.

그런데 시중은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공개 입찰 등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들이 독단적으로 모든 결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스트릭트가 수백억 원을 시중은행에 예치하면서 그 대가로 은행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뮤니티 뱅크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커뮤니티 뱅크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했던 H씨는 내부에서 ‘뒷돈’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지난해 7월말 해임됐다. H씨는 본지 취재진과 만나 “커뮤니티 뱅크가 이자놀이를 하는 돈은 연 평균 1조원 정도인데, 그 이자는 소수점 차이만으로도 몇 억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크게는 1%포인트 가까이 차이 나는 은행이 낙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은행으로서는 낮은 금리로 수백억 원을 예치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없다. 이 과정에서 디스트릭트 고위 관계자에게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상당 금액이 건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씨 주장의 근거는 본지가 입수한 커뮤니티 뱅크 내부 문서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A’ bank TD(W80,000,000,000) and ‘B’ bank TD(W45,000,000,000) were closed today(Tuesday, November 13, 2012). The part of ‘A’ bank TD(W40,000,000,000) was transferred to ‘C’ bank(#7700). Reprocessed ‘B’ bank TD(W45,000,000,000 Rate:2.87%) and ‘A’ bank TD(40,000,000,000 Rate:3.00%)

(A은행 정기예금(800억원)과 B은행 정기예금(450억원)이 오늘(2012년 11월13일) 만기됐습니다. A은행 정기예금 일부분(400억원)은 C은행 별단예금(#7700)으로 이체됐습니다. B은행 정기예금(450억원 이율:2.87%)과 A은행 정기예금(400억원 이율:3.00%)은 갱신했습니다.)

커뮤니티 뱅크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A은행 계좌에 들어 있던 금액을 반으로 줄인 반면 그보다 이율이 낮은 B은행 예치금은 그대로 유지했다. A은행에서 인출한 돈 400억원은 ‘무이자’ 계좌인 별단예금으로 이체됐다. H씨는 “두 계좌는 3개월 만기로 같은 날 개설됐다. (그런데) 0.13%포인트나 낮은 B은행에 450억원을 넣어둘 이유가 없다. 모두 다 (금리가 높은) A은행에 넣어두면 최소한 (450억원의 0.13%인) 6000만원의 이자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별단예금으로 이체가 필요했다면) 굳이 이율이 높은 A은행 돈을 이체할 것이 아니라, 이율이 낮은 B은행에서 400억원을 이체하는 게 맞지 않나. 그랬다면 (400억원의 0.13%인) 5000만원의 수익이 더 발생했을 것이다. 일반 은행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커뮤니티 뱅크에서는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적 달리면 커뮤니티 뱅크 찾아가라”

실제 본지가 입수한 커뮤니티 뱅크 내부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의 경우 금리 차이가 최대 0.95%포인트(B은행 2.97%, D은행 2.02%)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2년은 0.59%포인트(A은행 3.29%, C은행 2.70%), 2014년은 0.13%포인트(B은행 2.63%, C은행 2.50%)의 격차를 보였다. H씨는 “단순히 은행별 금리 차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정기예금은 만기가 길수록 이자가 높다. (그런데) 커뮤니티 뱅크는 갈수록 만기를 줄이고 있다. 예전의 경우 1년 만기로 하던 것을 6개월로 줄이더니, 최근에는 대부분 3개월 만기로 돌려버렸다. 3개월 만기가 끝나면 똑같은 계좌로 갱신한다. 이런 일이 수년째 벌어지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커뮤니티 뱅크가 시중은행에 개설한 정기예금의 만기일은 2010년 120일 가까이 됐지만 2012년에는 90일, 2014년에는 80일 수준까지 떨어졌다.

조 단위의 방위비분담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시중은행에 예치되면서 수도권 은행 지점장 사이에서는 “실적이 달리면 커뮤니티 뱅크를 찾아가라”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고 한다. 커뮤니티 뱅크가 각 시중은행에 예치한 돈은 최소 수백억 원 단위다. 지점장으로서는 이 자금만 예치하면 실적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H씨는 “실적 경쟁으로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에서조차 분담금을 예치하려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인다. 뒷돈이 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내가 근무했던 동안 단 한 번도 ‘홈 오피스(Home Office·미국 정부)’에서 감사를 나온 적이 없고 미국에 보고를 해본 적도 없다. 분담금에서 이자가 발생하면 그걸 증빙할 수 있는 서류 한 장만 보내면 ‘OK’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공적 자금이 커뮤니티 뱅크의 ‘공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 계좌가 개설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개인 금융정보이기 때문에 계좌 개설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자금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를 주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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