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래 기업’ 직접 투자 길 열린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5.05.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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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 등 상장된 선전 증시, 하반기 외국인 투자 가능

‘중국판 코스닥’으로 불리는 선전 증시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선전 증시는 한국의 코스닥이나 미국의 나스닥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중국은 1990년 중소 벤처기업 육성을 목표로 선전 거래소를 설립했다. 2004년 내부에 중소기업 시장(SME)을 신설했고, 2009년 이를 보완하는 성격의 벤처기업 시장(차이넥스 보드)을 개설했다. 올 1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거래연맹(WEF) 회원 거래소 가운데 7번째로 큰 규모다. 거래대금 규모로 치면 세계 4위다.

하지만 한국에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은 크게 제한을 받았다. 선전 증시에는 현재 A주와 B주가 있다. A주는 위안화로 거래하는 내국인·기관투자가 전용 종목군이다. B주는 내·외국인 종목군인데, 홍콩 달러(선전)나 미국 달러(상하이)로 거래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그동안 B주(51개)만 거래할 수 있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홍콩과 상하이 증시 간 교차 거래를 뜻하는 후강퉁(扈港通)을 허용했다. 올 하반기에는 외국인이 직접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선강퉁(深港通)을 시행할 예정이다. 선전거래소에는 ‘중국의 미래’라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거 상장돼 있어 투자자들이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현재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이 몇 개인지에 쏠려 있다.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은 모두 1686개다. 중소 제조업체뿐 아니라 IT, 핀테크(기술금융) 업체 등이 많다. 신흥 성장 업종인 IT주가 19.6%에 달한다. 경기 소비재(16.8%)와 헬스케어(8.9%) 등의 비중도 높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BYD와 엔터테인먼트업체 화이브러더스,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 하이얼과 함께 중국 양대 가전업체로 꼽히는 메이디, 가정용 에어컨업체인 주하이거리, TV와 디스플레이 부문 중국 내 1위 업체인 TCL, 글로벌 5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ZTE, 중국 최대 혈액 제품 수출 기업 상하이 라스 등이 상장돼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이 높은 음식료주 이빈우량예와 100년 전통의 와인 기업 옌타이 장위와인, 중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수앙후이도 있다.

완커·메이디·TCL·ZTE 등 글로벌 기업 상장

전문가들은 선강퉁이 시행되면 선전 증시에 상장된 종목의 20~30%가 우선 허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략 300여 개 종목에 해당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중국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는 게 코스피·코스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손동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책임연구원은 “상하이 증시에는 금융 및 국유기업이 대부분인 반면 선전에는 바이오와 하이테크, 인터넷 기업이 몰려 있다”며 “선전 증시 투자로 중국의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유안타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중국 증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지수에 포함되고 선강퉁까지 시행될 경우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전 증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따져봐야 할 것도 많다. 기초가 탄탄하기보다 성장성만 부각돼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 많이 상장돼 있어서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종목이 수두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3월 기준 선전종합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만 보면 40배가 넘고, 올해 예상 PER도 26.6배(유안타증권 분석)다. 상하이종합지수(14.1배)에 비해 두 배 수준이다. 선전종합지수는 지난해에만 32.5% 오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재무 상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하는 벤처기업 종목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강퉁이 시행되면 초기에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직접 종목에 투자하기보다 전문가가 대신 운용하는 선강퉁 관련 펀드나 랩어카운트를 이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전과 홍콩 거래소 동시 상장 종목에 대한 ‘시간차 투자 전략’의 효용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선전 증시에 상장된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시 상장 종목 자체가 8개로 적은 데다 선전 증시에서 이미 프리미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후강퉁 시행 후 상하이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전체 시가총액의 0.4%에 불과하다”며 “중국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건 외국인이 아니라 본토 자금이란 점에서 선강퉁 시행 자체가 선전 증시의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강퉁’ 시행되면 어떻게 투자하나  


선강퉁이 언제 시행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9~10월 시행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리샤오자 홍콩증권거래소 총재는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강퉁을 위한 인프라가 오는 7월이면 모두 구축된다”며 “중국과 홍콩의 심사 기구가 가동 시기만 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 방법은 후강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개인투자자들은 각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이나 영업점을 통해 원하는 종목을 고른 후 위안화로 거래하면 된다. 거래 가능 시간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가 동시 개장했을 때다. 당일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하루 상·하한가 폭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 역시 후강퉁 제도와 같다. 주식 매매 수수료는 증권사별로 다르다. 대개 온라인 방식을 이용하면 매매 금액의 0.3%, 영업점에서 주문하면 0.6~0.7% 수준이다.

주식 거래에 따른 매매 차익에 대해선 자본이득세가 잠정 면제되고, 배당소득세만 10%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을 매도한 후 차익이 발생하면 22%를 국세청에 양도소득세 명목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는 다른 해외 주식을 샀다 팔았을 때도 똑같다. 다만 홍콩을 통해 선전 주식을 사는 방식인 만큼 홍콩 거래소에서 추가로 인지세를 원천징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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