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아이유가 ‘삼시세끼’ 먹을 수 있을까
  • 하재근│문화평론가 ()
  • 승인 2015.05.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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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프로듀사> ‘불금’ 배치…나영석 PD의 <삼시세끼>와 한판 대결

전직 KBS PD와 현 KBS 드라마 간의 ‘불금’ 대전이 시작됐다. tvN의 리얼 예능 <삼시세끼-정선편 시즌2>와 KBS의 신형 드라마 <프로듀사> 이야기다. <삼시세끼>는 나영석 PD의 히트 예능 시리즈로, 정선편의 히트에 이어 어촌편은 ‘차줌마 현상’까지 만들어내 지난 재보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앞치마를 입히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번에 정선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영석 PD의 또 다른 히트작인 <꽃보다 할배>도 금요일 밤에 방영됐었다.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의 연속 히트로 나 PD는 가히 ‘불금’의 지배자가 됐다. 여기에 <미생> 같은 케이블TV 드라마도 금토에 방영되면서 지상파 방송사를 긴장시켰다. 이에 KBS가 야심 찬 금토 드라마로 ‘케이블TV-나영석’ 패권에 도전했으니 그것이 바로 <프로듀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사에 도전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공수가 바뀌었다. 포맷도 <삼시세끼>는 이전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복제한 안정적인 구도임에 반해 <프로듀사>는 도전자답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tvN의 리얼 예능 . ⓒ tvN 제공
편안하게 젖어드는 <삼시세끼>의 마성

새로운 시도는 케이블TV를 KBS가 벤치마킹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드라마를 금토에 편성하는 전략이라든가, 예능 제작진을 투입해 정통 드라마의 틀에서 탈피한 것, 나영석 PD 실명을 언급하는 등 직설적 대사를 배치한 것 등이 새로운 시도의 내용이다. 그런 시도가 있기 때문에 ‘신형’ 드라마라고 소개한 것이다.

첫 주 시청률은 <프로듀사>와 <삼시세끼>가 각각 10%, 8%를 돌파했다. 숫자로만 보면 <프로듀사>가 이겼지만 내용이 좋지 않다. <프로듀사>엔 실망했다는 평이, <삼시세끼>엔 호평이 쏟아진다. 10%를 겨우 넘긴 것은 KBS의 야심 찬 시도치고는 그렇게 높은 수치가 아닌 반면, <삼시세끼>의 8%는 케이블TV치고는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겉으론 <프로듀사>가 이겼지만 속으론 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 여하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프로듀사>는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신데렐라 멜로가 아닌 방송국 풍경의 디테일한 묘사에 승부를 걸었다. 스타들의 화려함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으로서의 방송국을 그린 것이다. <프로듀사>는 ‘프로듀서+사’라는 의미로 판사·검사·의사처럼 PD도 상류층이라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표현한 제목이다. 하지만 그 ‘프로듀사’들은 막상 방송국에선 작은 일 하나 때문에 쩔쩔매고, 업무에 치여 사는 직장인일 뿐이다.

이것은 <미생> 직장 묘사의 KBS 방송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종 중 하나인 지상파 PD가 <미생>처럼 묘사되는 것이 시청자의 공감을 받기는 어려웠다. 현실적 공감도 약하고, 그렇다고 화려한 방송계의 판타지도 없는 상황 속에서 1, 2회가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2회 마지막에 김수현과 아이유의 러브라인을 예감케 하는 장면이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앞으로 ‘억지 미생’ 김수현이 아닌 멋진 김수현으로의 성장기와 달콤한 러브라인이 살아난다면 시청자의 호응도 달라질 여지가 있다.

KBS 드라마 . ⓒ 리틀빅픽쳐스
시청자 불편하게 하는 <프로듀사>

<삼시세끼>는 쿡방·먹방·자연을 통한 휴식이라는 기본 성격을 우직하게 지켜나갔다. 정공법으로 간 것이다. 김수현·공효진·차태현·아이유 등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를 감행한 <프로듀사>에 비해 출연진도 조촐했다. 음식은 평범했고 대사도 거의 없었다. 밥을 먹은 후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었다. 그런 한적한 느낌이 시청자의 마음에 편안하게 젖어들었다. 밥 볶는 소리, 봄비 소리, 그런 것들이 도시 생활에선 귀한 휴식 시간을 제공했다. 이러다 보니 <삼시세끼>에 찬사가 집중되는 상황이 됐다.

두 작품은 모두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먼저 <프로듀사>는 참신한 시도를 한 것까지는 좋으나 그것이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바로 인터뷰의 등장이다. 이것은 예능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삼시세끼>에서도 중간중간에 인터뷰가 등장한다. 그런 방식을 드라마에 차용한 것인데 이것이 시청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시청자는 드라마를 볼 때 이야기라는 판타지에 몰입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뷰가 불쑥불쑥 등장하면 흐름이 끊어지고, 몰입이 흐트러지며, 결국 판타지가 깨진다. 예능에선 인터뷰가 출연자의 진짜 심경을 들려준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것은 예능에 리얼이라는 판타지성을 부여한다. 즉, 똑같은 인터뷰 형식이라도 예능에선 판타지를 형성하는 반면 드라마에선 깨버리는 것이다. 시청자는 드라마의 흐름이 불쑥불쑥 끊어질 때 자기 자신이 극의 흐름으로부터 튕겨져 나오는 듯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프로듀사>가 초래한 당황의 정체였다.

<삼시세끼>는 너무 재밌어서 당황스러웠다. 구도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 이서진·옥택연·김광규 등이 시즌1의 시골집에서 밥을 지어먹는다는 빤한 구조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막상 시작된 <삼시세끼>는 다시금 시청자를 사로잡고 말았다. 자극적이거나 새로운 뭔가가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프로듀사>에선 새로움이, <삼시세끼>에선 익숙함이 당황스러움을 초래한 것이다. 그런데 새로움의 자리에 기존 방송사가 있는 반면 익숙함의 자리엔 케이블TV가 버티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현재 방송가가 얼마나 큰 격변 속에 있는지를 이런 뒤바뀐 구도가 말해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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