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펠레·마라도나 넘어선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5.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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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올 시즌 해트트릭만 6번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축구를 비롯한 팀 스포츠에 적용되는 이 절대적인 명제 앞에선 그 어떤 스타도 일부에 불과했다. 팀을 이끄는 감독들은 이 명제를 앞세워 선수들을 구속시켰다. 하지만 시대를 빛낸 재능이 늘 이 명제에 도전해온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농구의 마이클 조던이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리더십, 카리스마, 끊임없는 노력으로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존재가 되며 한 종목 위에 완전히 군림했다. 축구에도 펠레를 시작으로 프란츠 베켄바우어, 요한 크루이프, 디에고 마라도나,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호나우지뉴 등이 팀 이상의 존재라는 평가에 도전했다.

지금 이 순간의 도전자는 리오넬 메시다. FC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에이스를 의미하는 10번을 달고 있는 메시는 클럽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축구가 지닌 기록을 차례로 깨고 있다. 뛰어난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종목임에도 169cm라는 작은 키로 정복자가 된 메시의 인생사는 그 자체가 드라마다.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출신으로 뉴웰스 올드보이스 유소년팀에서 이미 주목을 받았지만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900달러에 불과했던 치료비를 지불하는 데 난색을 보이던 아르헨티나 팀들을 대신해 메시를 안은 것은 스페인의 명문 클럽 바르셀로나였다. 만 13세에 가족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건너온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인 라 마시아에서 차곡차곡 성장했고 만 17세 114일이 되던 날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위기 겪기도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4년이 걸렸다. 만 21세에 발롱도르와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를 동시에 석권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두 상이 통합된 FIFA 발롱도르를 차지했다.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것이다.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를 4년 연속 차지한 선수는 축구 역사상 없었다. 미셸 플라티니 현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이 현역 시절 발롱도르를 3년 연속 차지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이 시기에 바르셀로나는 프리메라리가 우승 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비롯해 14개의 공식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3개의 주요 대회(리그·챔피언스리그·협회컵)를 모두 차지하는 트레블도 2009년에 이뤄냈다.

메시를 멈춰 세운 유일한 적은 라이벌로 통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메시와 끊임없이 대결했다. 그를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는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과 2014년 FIFA 발롱도르 수상자도 호날두였다. 하지만 메시를 꺾은 진정한 적은 호날두가 아니라 부상이었다. 그 뛰어난 기량 때문에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메시는 혹사 여파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이 시기조차도 메시는 FIFA 발롱도르 투표에서 연거푸 2위를 기록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메시가 시달리자 바르셀로나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에게 최고의 파트너를 붙여줬다. 2013년 여름 네이마르, 2014년 여름 루이스 수아레즈가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바르셀로나에 합류했다. 그렇게 결성된 것이 세 선수의 철자를 딴 ‘MSN’이다.

MSN은 축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격 트리오로 평가받고 있다. 2014~15시즌 세 선수가 합작한 골이 무려 115골이다. 수아레즈의 경우 브라질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깨물어 받은 징계로 초반 두 달을 결장하고도 기록을 세웠다. MSN의 중심은 역시 메시다. 절반에 가까운 54골을 기록했다. 6시즌 연속 40골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축구 황제’ 펠레가 현역 시절 기록했던 5시즌 연속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프리메라리가만 따지면 41골이다. 올 시즌 해트트릭 기록만 6번인데, 프리메라리가 최다 해트트릭 기록도 그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역대 개인 최다 골,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메라리가 통산 최다 골도 그의 차지다. 아직 만 28세로 한창인 선수가 골에 관한 모든 기록의 정점에 올라선 것이다.

메시, 팀을 위해…호날두, 개인 위해 뛴다

메시가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 진정한 이유는 골 때문이 아니다. 호날두는 프리메라리가에서 45골을, 시즌 총합 56골로 메시보다 앞서 있다. 골에 관해서는 호날두가 더 우위에 있다. 메시가 대단한 것은 골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시는 팀을 위해 골을 넣는 반면, 호날두는 개인을 위해 골에 집착한다는 평가가 올 시즌 내려지고 있다. 호날두는 올 시즌 득점 찬스에서 자신에 앞서 골을 넣은 동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페널티킥을 독점하며 혹평을 받고 있다. 그와 반대로 메시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동료인 네이마르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해 눈길을 끌었다. 최고의 득점력을 지녔지만 그것을 자신이 아닌 팀 전체를 위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메시의 위대함이 빛나는 것이다. 그로 인해 호날두는 최고의 운동 능력과 골 감각을 지닌 축구 선수로 묘사되지만 메시는 축구 위에 군림한 유일한 선수로서 신 혹은 메시아에 비유되고 있다. 그 결과 메시는 올 시즌 다시 한 번 트레블에 다가섰고, 호날두는 득점왕만을 쥐게 될 상황이다.

추억은 항상 실제보다 강하다. 동일한 시대 속에서 결과물로 비교를 할 수 없다면 대부분은 추억의 손을 드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메시가 과거의 펠레나 마라도나 등과 비교되는 데 불리한 것은 오직 그 점뿐이다. 중요한 것은 메시는 현재진행형 선수라는 점이다. 부상과 극심한 견제를 이겨내며 축구 인생에서 두 번째 전성기를 연 메시는 남은 선수 생활 동안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월드컵 우승만 달성한다면 리오넬 메시라는 이름 앞에 이견 없이 ‘역대 최고’라는 타이틀이 붙게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던 그는 아마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2018년 러시아월드컵 우승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아니, 설령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들 어떠한가. 경기장에서 그가 뛰는 것을 보는 자체만으로도 경이적이고 즐거운 일의 연속이다. 지금 우리는 메시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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