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부, ‘주한미군 이자 놀이’ 국회에 거짓 보고
  • 김지영·조해수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5.05.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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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이전비용 ‘무이자 계좌’ 관리”…실제론 돈놀이 종잣돈

 

국방부가 2014년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공문. 여기에는 용산기지 이전비용이 ‘무이자 계좌’에 예치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왼쪽 사진은 국방부 건물.

한국이 용산기지 이전 사업에 쓰라고 주한미군에 준 돈도 불법 이자 놀이에 쓰인 정황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3년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YRP·Yongsan Relocation Plan)하기로 합의하고, 한국은 기지 이전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주한미군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 미국에 준 현금은 4489억원에 달한다. 주한미군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불법적인 이자 소득을 거두는 ‘종잣돈’으로 이 돈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수백억 원의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국내 시중은행 계좌에 이체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에는 ‘무이자 계좌’에 예치하고 있다고 거짓 보고를 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와 합의한 대로 돈을 쓰고 있는지 관리·감독해야 할 국방부가 되레 주한미군이 불법적으로 이자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시사저널은 주한미군 은행 ‘커뮤니티 뱅크(Community Bank)’ 계좌 내역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5월24일자 ‘주한미군 불법 이자 놀이 실태 최초 확인’ 기사 참조).


커뮤니티 뱅크 계좌에 1조850억원

주목할 점은 커뮤니티 뱅크가 한국 정부로부터 받는 연 1조원의 돈을 굴리는 방식이다. 커뮤니티 뱅크는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에 ‘7700’이라는 별단예금과 보통예금 계좌를 개설해 한국 정부로부터 일체의 돈을 받고 있다. 별단예금(Special Deposit)은 보통 은행 계좌라기보다 돈을 한시적으로 보관하는 일종의 금고에 가깝다. 여기서 이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커뮤니티 뱅크가 별단예금 외에 개설한 보통예금이다. 이 보통예금은 1990년 2월1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이태원지점에서 개설됐고, 연 0.1%의 이자가 붙는다. 이 보통예금의 계좌번호는 100-003-5*****(구계좌:320-01-0*****)다. 커뮤니티 뱅크는 신한은행  보통예금에 들어온 돈을 국내 시중은행 정기예금이나 양도성예금에 연 2~3% 이율로 예치하고 있다. 주한미군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한 K씨는 “7700이라는 계좌번호(별단예금)로는 타 은행에 입출금·이체 등 일반적인 거래가 되지 않아 보통예금을 개설했고, 방위비든 용산기지 이전비용이든 한국 돈이 매년 여기(보통예금)에 꽂힌다”며 “주한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한국인 인건비 등으로 월 200억~400억원만 지출하고 나면 여기에 연 1조원대가 남는데 대부분 용산기지 이전비용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포함한 한국 정부가 주는 모든 돈이 신한은행 보통예금이라는 한 계좌에서 섞여 관리되고, 이것이 불법 이자 놀이를 위한 시중은행 예치금의 밑천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이 이자 놀이에 쓰였다는 점은 인정한 바 있지만, 방위비분담금 외에 용산기지 이전비용도 이자 놀이에 쓰인다는 점은 인정한 바 없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확보한 커뮤니티 뱅크 은행 계좌와 국방부 자료를 비교하면, 용산기지 이전비용이 주한미군의 불법 이자 놀이에 쓰이고 있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2012년(9월30일 기준) 인건비 등으로 지출하고 남은 방위비분담금 미집행액이 7611억3000만원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자료대로라면 커뮤니티 뱅크 계좌에는 7611억3000만원이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확보한 커뮤니티 뱅크 계좌에는 2012년(11월13일 기준) 1조850억원이 들어 있었다. 이는 국방부가 밝힌 방위비분담금 미집행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다. 커뮤니티 뱅크 계좌에 방위비분담금과 주한미군 기지 이전비용이 섞여 입금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이 두 수치 간의 차액이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 이전비용이라는 설명이 된다. 국방부가 밝힌 2012년까지 한국이 주한미군에 현금으로 제공한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2309억원이다. 이 돈과 분담금 미집행액(7611억3000만원)을 합치면 1조원에 달한다. 이는 시사저널이 입수한 커뮤니티 뱅크 2012년 실제 운용액과 비슷하다.

K씨는 “방위비로 들어오는 돈은 초기엔 적었기 때문에 커뮤니티 뱅크의 불법적인 이자 놀이는 용산기지 이전비용이 들어오면서 본격화됐다”며 “주한미군 공병대가 주한미군 이전 사업을 각종 이유로 연기하면서 이 돈을 시중은행에 예치해 수백억 원의 이자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용산기지를 포함한 주한미군 이전 사업은 2014년 본격 이행돼 2016년까지 끝내기로 합의했으나 2019년 이후로 늦춰진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아직까지 한·미 정부 모두 명확한 이전 시기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공사가 지연될수록 커뮤니티 뱅크는 더 많은 이자 소득을 벌어들일 기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커뮤니티 뱅크 소유 신한은행 보통예금 통장에는 입금란에 ‘YRP J**’이라는 명목으로 돈이 주기적으로 입금되고 있었다. K씨는 “YRP는 용산기지 이전 계획(Yongsan Relocation Plan)의 영어 약자고, J**은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이 이 통장에 비용을 이체할 때 쓰는 암호”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0.1%의 이자가 붙는 계좌에 용산기지 이전 사업비용을 직접 커뮤니티 뱅크에 입금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해 국회에 용산기지 이전비용이 커뮤니티 뱅크의 ‘무이자 계좌’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방부는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YRP(용산기지 이전 사업) 현금 지급액은 무이자 계정인 ‘Checking Account’에 예치하고 있어 이자가 발생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 통장으로 연 1조원대의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른 시중은행에 돈을 이체하지 않더라도 이 통장에서 발생하는 이자가 연간 100억원에 달한다. 국방부가 국회에 거짓말을 한 셈이자, 주한미군이 불법 이자 놀이에 가담했다는 얘기다. 

“미 육군 공병대에 600억원 보냈다”

시사저널은 이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김민석 대변인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5월29일 현재까지 답변이 오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이렇게 얻은 불법 이자 가운데 600억원을 ‘미 육군 공병대(United States Army Corps of Engineers, USACE)’가 가져갔다는 커뮤니티 뱅크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 K씨는 “2013년께 미 육군 공병대가 600억원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보냈다”며 “그 이후에도 한 차례 더 미국 정부로부터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한국은행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꺼번에 수백억원의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은행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미 육군 공병대는 전 세계 미군기지를 건설하는 부대다. 한국에서도 용산기지를 포함해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K씨의 증언대로라면 커뮤니티 뱅크가 불법적으로 얻은 이자 수익을 미국 정부가 평택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시사저널은 미국 국방부에 질의서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5월29일 현재까지 공식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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