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책임은 개그맨 김준호에 있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6.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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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코코엔터테인먼트 사태 ‘진실 공방’

국내 최초의 개그 매니지먼트회사로 화제를 모았던 코코엔터테인먼트(코코)의 ‘심상치 않은 상황’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말이다. 대표이사의 횡령 및 전격 해외 도피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와 함께 코코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이른바 ‘코코 사태’의 시작이다. CCO(최고콘텐츠책임자)를 맡고 있던 인기 개그맨 김준호씨를 포함해 KBS <개그콘서트> 등에서 활약하는 인기 예능인 다수가 소속된 회사였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 2011년 ‘한국형 코미디 비즈니스 기업’을 표방하며 설립된 이래 승승장구하는 것으로만 알려져온 만큼, ‘코코 사태’의 향배는 관련 업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약 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코코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상황은 더욱 꼬여가는 모양새다. 사건 발생 직후에는 모든 책임이 도피한 김우종 대표에게로 집중됐다. 콘텐츠 부문 대표 김준호씨가 ‘김 대표의 경영 실패와 횡령 및 배임이 코코의 부실을 초래한 원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다. 그런데 코코 임직원 및 주주 상당수가 김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회사 부실의 책임을 김 대표에게 돌릴 수 없으며, 오히려 김준호씨가 회사의 폐업을 주도·조장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양측은 현재까지 법적 분쟁을 이어가며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미디언 김준호씨(왼쪽)와 코코엔터테인먼트 사무실.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코코 측 “김준호씨가 회사 빼앗은 것”

지난 5월15일 기자가 방문한 코코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지난해 말 사태가 발생한 이후 회사가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린 탓이다. 소속 연예인들은 잇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회사를 이탈했다. 재무적으로 회생할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코코 임직원과 주주들은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CCO 김준호씨와는 상반된 주장을 펴며 회사를 지키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코코 관계자는 “김준호씨가 핵심 투자자와 공모해 회사를 빼앗은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엇갈리는 양측의 주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태 발생 이전의 코코 내부 상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코코의 1대 주주는 해외 도피 중인 김우종 대표(30%)다. 2대 주주는 미국계 투자회사 불루런벤처스(BRV, 25%)다. CCO 김준호씨가 15% 지분을, 기타 개인 투자자들이 나머지 30%를 나눠 보유했다. 김 대표가 1대 주주로 경영권을 갖고 3대 주주인 김준호씨는 회사의 콘텐츠 부문 및 소속 연예인 관리 등을 맡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2대 주주 BRV의 존재다.

BRV는 코코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수십억 원 상당의 자금을 제공한 핵심 투자자다. 코코 관계자는 “BRV는 코코가 2017~19년 상장되는 것을 목표로 32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2014년 흔들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며 업계가 심각한 불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별도의 사업 플랜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외식업체 인수·합병 및 기타 콘텐츠 비즈니스 개척 등을 추진했고, 그 연장선에서 BRV와 50억원 추가 투자 협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소속 연예인의 행사 수입 등 기존 사업 영역으로는 성장 한계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뚜렷해, BRV 투자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BRV 측이 돌연 투자 계획을 유보한다. 이 결정을 전후로 김준호씨 측과 코코 측의 주장은 완전히 엇갈리기 시작한다.

10월11일 김준호씨가 BRV 핵심 관계자를 만난 것을 두고 양측은 전혀 다른 그림을 내놓고 있다. 김씨 측은 “당시 재계약금 지급 기한이 지켜지지 않고 연기자 정산도 잘 되지 않아 회사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시하게 됐고, 당장 계약 및 정산에 필요한 자금 4억원 상당을 긴급 대출하려고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우종 대표의 불투명한 경영에 의구심을 품었고,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요청해 실사를 진행하자 김 대표가 법인통장에서 1억원을 인출해 도주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무리한 외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경영 실패가 코코 사태의 원인이며, 그 과정에서 김 대표가 6억여 원을 횡령했으며, 코코 자금을 빼내 외식 자회사를 지원하거나 연대보증을 서는 과정에서 30억원 상당의 배임·사기 행위가 있었다는 게 김씨 측 주장이다.

코코 측의 주장은 다르다. 우선 김준호씨가 회사 상황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BRV에 전달했다고 강조한다. 코코 관계자는 BRV 관계자와 김 대표 간에 오갔던 문자메시지 내용, 당시 연기자들에게 지급된 급여 정산내역서 등을 근거로 “세월호 참사 여파 등으로 회사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재계약금 지급이 늦어지기는 했으나 김준호씨 주장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준호씨와 BRV가 김 대표를 고소하며 횡령액으로 명시한 6억8560만원에 대해서도 “그보다 많은 7억1011만원 상당을 입금했음에도 출금액만을 부각시켜 고소한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코코에 입금했기 때문에 회사에 금전적 손실은 없다. 김 대표의 횡령이 원인이 돼 코코가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의 무리한 외식 사업 확장이 경영 악화를 초래했으며 각종 배임·사기가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외식업체 인수 첫해인 2014년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긴 했지만, BRV 투자를 바탕으로 브랜드 리뉴얼 등을 거쳐 본격적인 사업 계획 추진을 앞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외식업체 지원 과정에서 배임 및 사기 행위가 있었다는 것도 객관성 없는 회계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외식업체 매출금 상당액이 코코와 자회사의 자금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코코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BRV의 투자 철회로 사업 계획 실현이 불가능해지자 인수 계약 4개월 만에 영업을 중단하고 폐업하게 된 것”이라며 BRV의 투자 철회 결정이 코코의 경영 악화에 ‘결정타’가 됐다고 주장했다.

2014년 8월29일 제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준호 측 “김 대표 옹호 세력의 악의성 제보”

코코 측은 BRV의 투자 결정이 철회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한다. 김준호씨가 BRV 측을 설득해 코코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시나리오를 가동했다는 것이다. 코코 관계자는 “투자사 BRV의 투자 약속 이행이 지연되면서 코코와 자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것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며 “BRV 핵심 관계자의 측근 J씨가 10월 말 코코의 재무최고책임자(CFO)로 취임했는데, J씨가 김 대표 보유 지분 등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K법무법인에  지속적으로 자문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준호씨와 BRV가 함께 움직였다는 정황이 다수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소속 코미디언들이 코코를 대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잇달아 내놓았는데, K법무법인 변호사가 그 정당성을 설명하는 방송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개그 매니지먼트회사 ‘제이디브로스’가 지난 1월 설립된 점, 지난 3월 2대 주주인 BRV가 법원에 코코 파산신청을 한 점 등을 김준호씨 측의 ‘폐업 시나리오’ 수순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김준호씨가 김우종 대표 흔들기에 나섰고, BRV의 투자 철회로 궁지에 몰린 김 대표가 도피한 이후에는 사실상 회사를 폐업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코코가 그동안 쌓아온 유무형 자산을 (새로운 회사로) 이전해가기 위한 작업이며, 파산신청을 통해 코코 창업주주 및 이사회의 회생 노력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 3월 회사·채권자·주주 등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로 김준호씨 등 4명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 김준호씨 측은 “김준호와 제이디브로스는 전혀 무관하다”며 “언론에 대한 모든 악의성 제보는 김우종 대표 옹호 세력의 것으로 추측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판단은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며 사태의 책임이 김 대표의 범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법적 분쟁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기 전까지 ‘코코 사태’는 해결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도 의문스런 구석 많아” 


코코엔터테인먼트 일부 임직원과 주주들은 인기 개그맨 김준호씨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대해서도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소속 연예인 및 임직원들을 총동원해 행사를 진행해왔는데, 진행 과정에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행사다. 2013년 첫 행사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코코 관계자는 “문화부에 보고된 결산자료와 실제가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발견된다”고 말했다. 2013년 1회 행사의 경우 문화부 산하 단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1000만원의 기부금 및 코코로부터 2000만원의 지원금 등을 수령했음에도 관련 수입이 누락됐으며, 코코 측에서 진행한 행사 내 프로그램 연기자에게 지급돼야 할 공연비만도 6750만원 상당이었는데 결산자료에는 ‘국내 공연팀’ 전체에 3150만원만 집행한 것으로 기록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1회 행사 결산 결과 광고 협찬 및 자부담 등 자체 수입이 당초 예산액인 3억9000만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음에도, 2회 행사 당시 문화부 지원금이 4억원(1회 행사 때는 1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문화부의 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명예조직위원장을 맡은 한 여당 국회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말이 회사 내에 돌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상의 내용에 대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관계자에게 문의했으나 “해당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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