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곳에서 편한 시간에 일하세요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5.06.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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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가 말하는 ‘스마트워크’

“큰 자리에 저희 기업을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말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유한킴벌리의 대표 캠페인으로 유명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서두에 끄집어냈다. 45년 역사를 가진 유한킴벌리에서 30년간 지속된 환경 보호 캠페인을 두고 “선배 경영진의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을 어떻게 이어받아서 새롭게 진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존경받는 기업으로 매년 꼽히는 유한킴벌리다. 밑바탕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에도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육체노동자를 지식노동자로 바꾸는 평생학습 교육 시스템, 4조 2교대 실시 등 유한킴벌리의 대표적 사업들이 궤를 같이한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가 ‘2015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서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최 대표는 최근의 기업들이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가족 친화 경영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한킴벌리 식 스마트워크(Smart Work)를 추진하게 된 이유다. 그는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기업이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따라서 모든 기업이 사회의 지속 가능 경영에 앞장서야 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식 스마트워크의 정체는 무엇일까. 세 가지의 유연성이 바탕이 된다. 우선 ‘유연한 시간’이다. 시간의 유연성을 둬 시차를 두고 출퇴근할 수 있다. 생산 현장의 4조 2교대 근무는 이미 오래전에 국내 최초로 유한킴벌리가 시작했다. 최 대표는 “출퇴근제의 유연성과 생산 현장의 근무 시간 단축은 결과적으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공간의 유연성은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형식적인 변화였다. “유연한 공간을 통해 소통을 개선하고 협업을 하면 결국 혁신과 창의가 나온다”는 게 유한킴벌리 스마트워크의 또 다른 핵심축이다. 유한킴벌리 직원들에겐 정해진 좌석이 없다. 변동 좌석제는 자신들의 일의 성격이나 당일 업무에 따라 편한 곳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업무 공간은 대학 도서관처럼 열린 공간, 개인 독서실 같은 공간, 커피숍 같은 공간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출퇴근 공간도 유연하게 바꿨다. 직원들은 반드시 서울 강남에 위치한 본사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 죽전과 군포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고 퇴근해도 상관없다.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은 인적 자원의 유연성과 연결된다. 팀과 팀 사이의 벽이 사라졌다. 칸막이가 없는 곳에서는 자신의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업무도 이해하기 쉬워졌고 협업 역시 수월해졌다. 최 대표는 “인적 자원이 수시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 지속 가능한 조직이다. 기업 활동도 효율이 높아지고 일과 사람의 조화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굿 컴퍼니가 되기 위해 3년 전부터 시도해온 유한킴벌리의 스마트워크 시스템. 현장을 직접 찾아와 벤치마킹한 곳만 300여 곳이라고 한다. 그들 중 스마트하게 탈바꿈한 곳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기업은 행복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의 ‘자연주의 인본경영’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이 505 대 1을 기록한 중견기업이 있다. 취업 준비생들이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경쟁을 뚫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은 건설과 기계 분야 설계용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다스아이티’다. 이날 사례 발표에 나선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경영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그가 내린 해답은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라는 8글자다. 그는 돈을 강조하는 경영 서적 대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자연과학 서적을 탐독했다.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심리는 뇌에서 나오기 때문에 뇌신경과학을, 생물 진화의 결과라는 이유에서 생물학을, 생물은 유기물질의 집합체라서 분자생물학을, 여기에 우주과학까지. 경영을 위해 이 대표가 공부한 분야다. 사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과학적 합리를 통해 행복을 돕자는 게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회사 시스템을 파격적으로 가져갔다. 일단 경쟁을 없앴다. 누구나 연차가 차면 자연스럽게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성과를 내는 직원은 조기 승진도 가능하다.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90%로 설계했다. ‘무정년’ 원칙을 만들어 정년퇴직을 할 나이가 지나도 역량이 있다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을 경영의 핵심으로 봤기 때문이다. 채용은 ‘무(無)스펙’을 원칙으로 한다. 대신 열정과 전략적 사고, 가치관 등이 주요 항목으로 자리 잡는다.

이 대표에게 기업 활동은 무엇을 뜻할까. “기업이 하는 일은 행복을 생산하고 세상과 행복을 나누는 일이라고 본다. 기업은 그런 점에서 위대한 과업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는 게 기업이 만들어내는 이익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경영의 저변에 깔려야 한다는 그의 실험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잘못됐다 말할 수 있는 문화 만들어야” 
조성준 가천대 교수가 본 글로벌 준법경영 트렌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윤리경영 기구라는 ECOA(윤리준법경영인학회)는 1992년에 설립됐다. 비영리 단체로 기업 윤리, 준법 감시, 감사 분야 담당자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곳이다. 전 세계 160여 개 국가 1000여 개 정부 기관 및 공공단체와 기업, 대학 등이 ECOA의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ECOA는 매년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발표자로 나선 조성준 가천대 글로벌경영학 트랙 교수는 직접 참가한 2015 ECOA 컨퍼런스에서 나온 이야기와 흐름을 소개했다. 조 교수가 전해준 향후 준법경영 트렌드는 무엇일까.

우선 세상이 투명해지면서 법적인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데이터 보안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중 매체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내부 고발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대중의 관심이 과거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점도 기업에 위험 요소로 제기됐다. 특히 점점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의 법적 이슈가 복잡해지면서 담당자들에게 법률 공부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게 올해 ECOA에서 제시된 향후 트렌드다.

ECOA는 ‘반(反)보복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업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보복에 대한 불안감은 잘못된 것을 보고도 침묵하게 만들기 때문에 조직의 위법 행위 레벨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보복을 막을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법을 지키는 것은 빙산의 일부일 뿐이다.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준법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보복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누구든지 자유롭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이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신뢰를 쌓아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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